법원이 기아자동차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기아차 협력업체와 한국 자동차산업, 기업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들에도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통상임금을 둘러싼 유사 소송이 줄줄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이번 판결이 1심이라는 점에서 기아차가 곧바로 통상임금 미지급금 소급분을 지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회계처리 과정에서는 패소 즉시 지급해야 할 금액을 충당금으로 쌓아야 하는 부담은 안게 돼 올해 3·4분기에 적자전환 가능성이 커졌다.
기아차가 충당금을 쌓으면 최대주주(33.88%)인 현대차도 지분법 평가로 영향을 받게 된다.
현대·기아차의 판매 부진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5300여 개 협력업체들도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자동차업계는 물론, 재계에서도 통상임금에 대한 노사합의와 사회적 관례 등에 미칠 막대한 부정적 영향 등을 심각하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자동차 부품 산업에도 대금 결제 등 현금 흐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31일 법원의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1심 선고 결과와 관련해 "국내생산의 33% 이상을 차지하는 기아차의 통상임금 조건과 경영 위기가 다른 완성차업체 및 협력업체로 전이돼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이날 “사드 보복, 멕시코 등 후발 경쟁국들의 거센 추격, 한미FTA 개정 가능성 등으로 우리 자동차 산업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 판결로 기업들이 예측지 못한 추가 비용까지 부담하게 돼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전했다.
이번 기아차 패소로 산업계에 통상임금 줄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훨씬 커졌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전국 100인 이상 사업장 192곳이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했다.
이 중 77곳은 노사합의 등으로 소송이 마무리됐으나 현대차·기아차, 두산중공업, 현대모비스, 효성, 한화테크윈, 현대미포조선 등 115곳은 소송을 진행 중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이날 기아차 노조 소속 2만742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기아차 측이 2011년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들에게 지급할 추가 금액으로 원금 3126억 원, 지연이자 1097억 원 등 총 4223억 원을 인정했다. 이는 노조 측이 청구한 1조926억원의 38.7%에 해당한다.
이에 기아차 노조 측은 “노동자 입장에서 법원이 긍정적으로 판단해줬다”며 법원 판결을 환영했고, 사측은 “현 경영상황은 판결 금액 자체도 감내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기아차 근로자들은 지난 2011년과 2014년에 각각 정기상여금을 비롯한 각종 수당과 중식대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수당, 퇴직금 등을 정해야 한다며 총 1조926억원의 소송을 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