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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낭만과 스포츠의 완벽한 조화, 메르세데스-AMG SL 63 4MA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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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시승기] 낭만과 스포츠의 완벽한 조화, 메르세데스-AMG SL 63 4MATIC+

이상적인 차체 실루엣, 넘쳐나는 스펙 자랑
SL 헤리티지 계승, AMG 고성능의 무한신뢰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4-07-26 09:05

메르세데스-AMG SL 63 4MATIC + 로드스터 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메르세데스-AMG SL 63 4MATIC + 로드스터 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긴 보닛 짧은 데크가 차체의 비율을 완벽하게 만들어 낸다. 보닛은 길면 길수록 차가 멋있어진다. 차체가 아무리 크더라도 2인승 이상이 될 필요는 없다. 캐빈은 아늑하게, 그리고 약간의 짐을 뒤로 넘길 수 있도록 2+2로 간다. 차체가 낮으며 우렁찬 굉음이 쿼드 배기구를 통해 터져 나와야 한다. 거기에 커다란 리어윙이 본체에서 튀어나오면 더 좋고 없어도 상관은 없다. 낭만 드라이브을 위한 조건이다.

하지만, 낭만 드라이브에서 가장 중요한 건 뚜껑 개폐 여부(개폐 시간은 약 15초). 이번에 시승한 차는 메르세데스-AMG SL 63 4MATIC+ 로드스터 모델로 뚜껑은 열리지만, 값비싼 낭만을 위해 내야 하는 돈도 꽤 된다. 시작 가격이 2억3500만원부터다. 비싸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여기에는 SL의 헤리티지와 AMG 고성능에 대한 무한 신뢰, 그리고 쉽게 변하지 않는 드라이버의 품격이 따라온다. 낭만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타는 차라서 그렇다.

이런 차를 싫어하는 이들은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운전하기에 편한 차는 아니라는 것도 다들 아는 사실이다. 푹 주저앉는 자세는 관절이 나쁜 어르신들께는 좋지 않은 신호, 탈모가 일찍 찾아온 중년 아저씨는 어울리지 않는 모자를 꾹 눌러쓰고 싶어질 것이다. 멋진 디자인과 찰떡같은 젊고 멋진 드라이버는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반쪽짜리 낭만을 경험할 수도 있다. SL의 고급진 차키를 원했던 아리따운 여성은 스티어링휠의 무게감을 이겨내지 못할 수도 있는데, 어찌 됐든 이 차를 조용하게 탈 일은 없을 것이다.

메르세데스-AMG SL 63 4MATIC + 로드스터 인테리어 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메르세데스-AMG SL 63 4MATIC + 로드스터 인테리어 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스티어링휠의 무게감은 기본에서부터 묵직하다. 주행모드를 더 강력한 쪽으로 몰아낼수록 헤비한 느낌도 더해진다. 기본적으로 이런 차는 스포츠카를 표방하는 만큼 일반적인 차들과 운전 방식이 다르다. 가속과 감속의 한계치가 다르며 회전 저항이 훨씬 심하다는 것도 알아둬야 한다. 일상에서도 편하다는 말은 조금 과장됐다고 본다. 노면 상황을 미리 감지해 서스펜션을 조절한다는 액티브 라이드 컨트롤 기능이 적용됐다고는 하지만, 태생의 한계는 분명하다. 대신, 동급 모델들에 비하면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매일, 너무 자주만 타지 않는다면 일상에서도 괜찮다. 나머지는 컬렉션의 의미로 만족하면 된다.

그래도 4.0 V8 가솔린 바이터보 엔진은 정말 매력적인 사운드를 낸다. 차고에만 두기에는 아쉬운 스펙이다. 퍼포먼스는 최고출력 585마력, 81.5kg·m의 최대토크를 기록한다. 제로백 3.6초, 최고속도는 315km/h는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다. 한계치를 보려면 트랙으로 나서야 할 정도다. 터보렉은 분명 존재한다. 운전하는 방식에 따라서 많이 느껴질 수도 있고 개의치 않을 정도이기도 하다. 여차하면 셀프-컨트롤 할 수도 있는데, 물론 이해 대상은 아니다. 다만, ‘인디비주얼’, ‘레이스’ 모드 등 여러 가지 주행모드가 약간의 설득력을 가질 뿐이다.

컴포트에서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스로틀 반응이 조금 더 기민해지고 바퀴에 전달하는 토크감도도 조금 더 빨라진다. 패들시프트를 통해 수동 변속의 재미를 볼 때면 터보렉의 존재는 더욱 희미해진다. 노면에 착 달라붙은 타이어와 과격하게 끌어안아 주는 스포츠 버킷 시트는 코너링에서 순간의 일탈을 꿈꾸게도 만든다. 여기에 AMG 전자 제어식 리미티드 슬립 리어 디퍼런셜과 차의 무게 중심을 최적화해주는 다이내믹 AMG 엔진 마운트가 적용됐다는 걸 알면 조금 더 용기가 생길 것이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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