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모터스

한국타이어 조현범호(號), 美서 ‘규정 위반’ 망신살

美교통안전국 시정 명령에 ‘취소’ 청원
타이어 규격 잘못 표기했다 체면 구겨
“표기 오류가 안전에 미치는 영향 없어”
품질 논란 가중…형제는 경영권 다툼 중

기사입력 : 2020-09-04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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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사장. 사진=한국타이어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사장. 사진=한국타이어
조현범(48) 사장이 이끄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미국에서 국제적 망신살을 샀다.

한국타이어는 최근 미국에서 타이어 제품에 규격을 잘못 표기했다가 현지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자 이를 취소해 달라는 청원을 냈다. 한국타이어는 단순 실수라고 설명했지만 지난 몇 년간 표기 오류와 품질 문제가 잇따르며 제품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달 28일 게재된 미국 연방정부 관보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현지 법인 '한국타이어아메리카'는 소형 트럭용 ‘다이나프로 MT2(LT215/85R16 규격)’ 타이어에 대해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내린 부적합 판정을 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교통부 산하 기관 NHTSA는 완성차는 물론 에어백과 타이어 등 자동차 관련 제품 안전성을 평가해 리콜(recall·시정) 명령을 내리는 기관이다. 소형 트럭용 타이어에 관한 현지 법령은 교통부 인증 기호 'DOT'와 타이어 크기와 유형, 허용 팽창 압력, 최대 허용 하중, 사용된 재료 개수 등을 타이어 측면(사이드월)에 새겨 넣도록 했다.

NHTSA가 부적합 판정을 내린 한국타이어 제품은 사이드월에 플라이 수를 실제 사용한 것과 다르게 표기해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 플라이는 타이어에 들어가는 철,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등 소재로 구성된 부분으로 타이어 내구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NHTSA에 따르면 한국타이어가 지난해 10월 20일부터 11월 30일 사이에 제조한 타이나프로 MT2 제품에는 트레드(접지면) 쪽에 강철과 폴리에스테르 각각 2개층, 나일론 1개층이 사용됐으며 사이드월에 폴리에스테르 2개층을 썼다고 표기됐다. 그러나 이와달리 트레드에는 실제로 나일론 2개층이 쓰였다.

한국타이어 측은 “단순한 표기 오류로 주행 안전성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청원 요지를 밝혔다. 또한 앞서 다른 제조사에서 비슷한 표기 오류와 같은 미미한 규정 위반은 부적합 판정이 면제된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타이어가 미국에서 표기 오류를 지적받은 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타이가 지난해 미국 시장에 판매한 ‘벤투스 V2 콘셉트2’ 타이어는 제조 시기가 잘못 새겨졌다. 타이어가 몇 년도 몇 주차에 만들어졌는지 4자리 숫자로 표기해야 하는데 해당 타이어 일부 제품에는 연도와 주차를 반대로 각인됐다.

단순 실수라고는 하지만 잇따른 표기 오류로 브랜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잦은 실수가 결국은 품질 부실 문제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 한국타이어는 최근 몇 새 국내외에서 결함으로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16년 한국타이어 ‘벤투스 S1 노블2’ 일부 제품은 사이드월 균열로 주행 중 타이어가 터질 가능성이 제기돼 4만 6000개 넘게 리콜 조치를 받았다.

이 가운데 19인치 제품은 2015년형 제네시스에 들어가 차량 제조사 현대차가 직접 리콜을 시행했다.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2013년 1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제작돼 판매된 제네시스에 같은 결함이 발견돼 국토교통부가 리콜 명령을 내렸다.

이 사건은 현대차가 제네시스 브랜드에 미쉐린과 콘티넨탈 등 수입 타이어를 장착하는 계기가 됐다. 현대차는 최근 출시한 중형급 이상 차량에 한국타이어 제품을 가급적 쓰지 않는다. 타이어 결함으로 곤혹스러운 일을 겪었던 현대차가 한국타이어와 거리를 두게 됐다는 게 업계 평가다.

한편 한국타이어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경영권을 놓고 조현범 사장과 형 조현식 부회장 간 다툼이 시작됐다. 아버지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이 차남 조현범 사장에게 지분 전량(23.59%)을 넘겨주자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과 장남 조현식 부회장 등은 조 회장 건강에 의문을 제기하며 반기를 들었다.


성상영 글로벌모터즈 기자 sang@g-enews.com 성상영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