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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3법', 현대차 정의선 체제 겨눈 '규제 폭탄' 되나

정의선 현대차 회장 "지배구조 개편 고민 중"
모비스·글로비스·금융사 복잡한 방정식 풀어야
'규제 3법' 강행되면 경영권 보전 어려울 수도

기사입력 : 2020-10-2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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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신임 회장은 취임 다음 날인 지난 15일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신임 회장은 취임 다음 날인 지난 15일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현대차그룹
3세 경영 시대를 맞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소위 '공정경제 3법'(규제 3법)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여당이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규제 3법을 강행하면 '정의선 체제' 안착에 적잖은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아예 현대차를 겨냥한 '규제 폭탄'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현대차그룹 회장 취임 다음 날인 지난 15일 정의선(50) 회장은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해묵은 과제인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 경영권 승계를 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가 매우 복잡하다.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등 순환출자 고리로 얽혔다.

정 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2.62%, 1.74%, 0.32% 밖에 갖고 있지 않다. 정 회장이 지분율 10% 이상을 확보한 주요 회사는 현대글로비스(23.29%)와 현대오토에버(19.47%), 현대엔지니어링(11.72%) 정도다.

정 회장으로서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차 5.33%, 현대모비스 7.13% 등 지분을 가졌다. 정 회장이 아버지로부터 이를 물려받더라도 상속세율이 무려 60%까지 치솟아 안정적인 승계가 쉽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모비스를 분할한 뒤 글로비스와 합병해 지주사로 삼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이에 당시 미국 투기자본 엘리엇이 딴지를 걸어 개편이 무산됐다.

재계에서는 규제 3법이 엘리엇을 훌쩍 뛰어넘는 복병이라고 여긴다. 규제 3법은 지주회사 전환 요건 강화, 사익 편취 규제 강화, 감사위원-이사회 분리 선출, 비금융그룹 금융사 감독 강화 등이 주 내용이다.

정부·여당 원안에 따르면 사익 편취 규제 강화로 계열사 간 거래가 제한받는 총수 일가 지분율은 현행 30%에서 20%로 낮아진다. 글로비스 합산 지분율을 29.99%에 맞춘 정 회장 부자(父子)는 보유 지분을 추가로 처분해야 한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려 해도 지주회사가 보유한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을 높여야 해 비용 부담이 크다. 또한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같은 금융 계열사를 포기해야 한다.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대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 범위도 지분 3%까지만 인정된다.

해당 조항이 입법 과정에서 살아남는다면 외국계 투기자본이 소수 지분으로 감사위원을 확보해 회사 내부 자료를 들여다 보는 상황이 우려된다. 2년 전 엘리엇에게 곤욕을 당한 현대차로서는 그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남다르다.

재계 관계자는 "규제 3법의 몇몇 조항을 보면 마치 현대차를 비롯한 특정 기업을 콕 집어서 압박하려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라며 "기업 승계에 관한 접근법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상영 글로벌모터즈 기자 sang@g-enews.com 성상영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