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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작지만 첨단 편의장치 '빵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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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작지만 첨단 편의장치 '빵빵'

3기통 엔진 달고도 최고출력 156마력 뿜어내
신뢰감 주는 큰 차체, 운전 편의성도 좋은 편
1.35 가솔린 터보 기본화, 상품성 높여 돌아와

기사입력 : 2020-12-3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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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형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사진=한국지엠
2022년형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사진=한국지엠
올해 초 출시된 한 자동차 광고는 사람들 시선을 사로잡았다. 차량 성능이나 디자인, 첨단 기능 따위를 보여주는 대신 시종일관 차량 이름만 되뇌고 모델은 똑같은 춤을 반복한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얘기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중독성 있는 광고로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코나, 셀토스, 티볼리, XM3 등 경쟁 차종이 2~3글자 이름을 가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자칫 기억하기 어려울 수 있는 7자 이름은 광고 덕분에 뇌리에 박혔다.

트레일블레이저는 본래 쉐보레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바탕으로 만든 중형 SUV였지만 올해 소형 SUV 신차가 이 이름을 넘겨 받았다. 트레일블레이저(Trailblazer)의 뜻은 '개척자', '선구자'다.

◇트레일블레이저, '가성비' 높인 2022년형으로 돌아와


트레일블레이저는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생산돼 제너럴모터스(GM) 본산인 미국으로 수출된다. 미국에서는 쉐보레 '트랙스'와 더불어 소형 SUV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차량으로 꼽힌다.

이에 힘입어 한국지엠 부평공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활기를 띠었다. 상반기 판매량을 보면 트랙스가 3만 8777대, 트레일블레이저가 5만 4648대에 이른다.

다양한 소형 SUV가 각축을 벌이는 국내에서도 월 평균 1683대가 팔려 기아 셀토스(4288대)와 르노삼성 XM3(3548대)에 이어 3위를 차지하며 준수한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쉐보레는 가격표를 일부 변경해 상품성을 높인 2022년형 트레일블레이저를 최근 출시했다.

가장 큰 변화는 기존 1.2리터 가솔린 터보(E-터보 프라임) 모델이 사라지고 모든 트림(등급)에 1.35리터 가솔린 터보(E-터보) 엔진을 탑재한 점이다.

덕분에 기본 트림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많이 좋아졌다. 개별소비세 3.5%를 기준으로 E-터보 패키지(79만 원)와 컨비니언스 패키지(64만 원)을 얹고도 가격 상승폭은 78만 원에 그친다.

또한 필수 안전 사양인 전방 충돌 방지와 차로 유지 보조는 물론 소형 SUV 차급에서는 드물게 전면 차음 유리, 전 좌석 자외선 차단 유리를 적용했다. 그리고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도 기본이다. 기본 트림인 'LS' 가격은 1959만 원으로 경쟁력 있다 할 만하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주행 장면. 사진=한국지엠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주행 장면. 사진=한국지엠

◇ 동급 차종 대비 큰 차체로 '정통 SUV' 느낌 살려


트레일블레이저는 몸집이 소형 SUV 가운데서도 큰 축에 속한다. 큰 덩치와 볼륨감 있는 윤곽 덕분에 정통 SUV라는 느낌이 강했다.

전반적인 외관은 다부져 보인다.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을 큼지막하게 배치해 강한 인상을 주고 좌우로 가늘게 뻗은 주간주행등과 크롬(금속) 장식은 민첩함을 더했다.

옆면은 커다란 바퀴와 굴곡이 눈에 띄었다. 커다란 바퀴와 이를 감싼 휠하우스를 차체 높이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높고 넓게 만들어 시각적 안정감을 줬다.

뒤쪽으로 넘어오면 범퍼 양 옆으로 나온 큼지막한 배기구가 심리적으로 느껴지는 출력인 '감성 마력'을 높였다. 최근 출시 차량들이 배기구를 바닥으로 숨기고 원래 자리는 모조 머플러팁(배기구 끝부분)으로 장식하는데 트레일블레이저는 이와 달리 실제 기능을 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동급 경쟁 차종과 비교해 수치상으로도 컸다. '액티브'와 'RS' 트림 기준 제원표상 크기는 전장(길이) 4425mm, 전폭(너비) 1810mm, 전고(높이) 1660mm, 축거(휠베이스) 2640mm다. 전장만 놓고 보면 코나(4215mm)와 셀토스(4375mm)보다 길고 XM3(4570mm)보다 짧다.

전고는 동급 차종들 중 가장 높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천장과 정수리 사이에 주먹 하나는 거뜬히 들어간다.

지면에서부터 차체 하부까지 높이인 지상고는 여유 있게 확보해 요철이 심한 곳에서도 바닥이 긁힐 염려가 적었다. 이는 오프로드(험로)에서도 믿음직한 주행 능력을 보여준다.

트레일블레이저에 탑재된 1.3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 사진=한국지엠
트레일블레이저에 탑재된 1.3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 사진=한국지엠

◇ 3기통 엔진, SUV로 아쉬움 없었다


트레일블레이저가 처음 출시됐을 때 배기량 1341cc 3기통 엔진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1.3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156마력을 5600rpm(분당 엔진 회전수)에서 내고 최대토크 24.1kg·m를 1600rpm부터 4000rpm까지 뿜어낸다.

숫자로 나타낸 주행 성능과는 별개로 엔진 실린더 개수가 3개인 3기통 엔진은 배기량 1000cc 미만 경차에나 들어간다고 여긴 게 사실이다. 보통 준중형 세단이나 소형 SUV 차급에서는 1.5리터 이상 4기통 엔진을 쓴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첫 출시 후 1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도 출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는 잘 보이지 않는다.

실제 주행에서도 3기통이라 아쉬운 감은 없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딱 그만큼 잘 따라줬다. 사람을 태우고 짐을 실은 상태에서 충분히 속력을 높여야 할 때에는 물론 오르막길에서도 부담이 적었다.

운전석에서 소리로 들었을 때에도 배기량 낮고 실린더 개수가 적은 엔진을 쥐어짠다는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았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엔진 크기 대비 제법 무게감 있는 소리를 들려줬다.

사륜구동을 선택하면 무단변속기(CVT) 대신 9단 자동변속기가 들어가는데 일상적인 주행에서 변속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가속 페달을 순간적으로 깊이 밟으면 한 박자 정도 멈칫했다. 이는 자동변속기 특성이기도 할 테지만 터보 엔진 특유의 출력 지연 현상(터보렉)인 듯했다.

트레일블레이저 내부. 사진=한국지엠
트레일블레이저 내부. 사진=한국지엠

◇ 내년에도 한국지엠 효자 노릇 기대


트레일블레이저는 SUV로서 갖춰야 할 기본기는 확실하게 갖췄다. 또한 운전자 입장에서 공조장치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차량의 여러 기능을 조작하기 편리했고 운전하기도 쉬운 편이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트레일블레이저를 비롯해 GM에 탑재된 기본 내비게이션은 휴대전화 핫스팟 기능을 켠 뒤 차량에서 와이파이를 수신해야 실시간 교통 정보를 반영한 경로를 안내받을 수 있었다.

그마저도 지·정체나 공사 구간등 도로 상황을 재빠르게 반영하지는 못했다. 이는 휴대전화와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연동하는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를 이용하면 보완 가능할 듯하다.

이 정도를 제외하면 트레일블레이저는 북미와 국내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을 만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충격과 노사관계 불안정으로 험난한 한 해를 보낸 한국지엠에게 이만한 효자가 또 있을까. 한국지엠으로서는 내년에도 트레일블레이저에 희망을 걸어볼 법하다.


성상영 글로벌모터즈 기자 sang@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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