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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반도체 '공급 절벽'…車 공장 폐쇄, 근로자 해고

和‧日‧獨 등 3개 주요 반도체회사, 생산 차질 불가피

기사입력 : 2021-03-2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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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사스 공장의 화재로 인해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공급 절벽은 6개월 이상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사진=로이터
르네사스 공장의 화재로 인해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공급 절벽은 6개월 이상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사진=로이터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겨울 한파가 끝나자 화재에 물부족까지 겹쳐 반도체 품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자국 자동차 생산이 중단되자 반도체 공급 전반을 조사할 것을 지시하는 행정 명령을 하달했다. 그러나 차량용 반도체 업체인 네덜란드 NXP와 독일의 인피니온이 겨울 한파를 겪은 후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물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가 설상가상으로 일본의 르네사스에 화재가 발생, 차량용 반도체 부족을 심화시키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최근 자동차 생산 차질을 불러오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는 특별히 자동차 주행 및 탑승자 안전 상황 정보를 감지·분석·판단하여 제어·구동하는 반도체 일체를 일컫는다. 2021년 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약 4600억 달러로 추정되는 가운데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으로 약 380억 달러로 8.2% 가량을 차지한다.

주요 생산업체는 NXP(2020년 매출 4조8241억 원, 10.2%), 인피니온(4조7830억 원, 10.1%), 르네사스(3조5317억 원, 8.3%), TI(美, 6.9%), ST마이크로(스위스, 6.9%), 보쉬(獨, 4.7%) 등 글로벌 기업들이 선도하고 있다. 점유율에서는 아직 누구도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지 못한 상황이다.

◇공급 부족 원인과 파급영향은?


2020년 상반기에 전염병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집에서 TV를 보고, 재택근무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에 따라 가전제품과 기타 기기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그러나 2020년 2분기까지 자동차 수요가 크게 감소했다. 사람들은 차를 사지 않았다. 따라서 모든 제조업체들은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더 많은 재고를 주문하지 않았다. 이것은 효율적 경영이었다.

그런데 작년 하반기에 자동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사람들이 갑자기 차를 사기 시작했다. 완성차 제조업체가 더 많은 칩을 주문하러 갔을 때, 반도체 제조사들은 이미 가전과 같은 다른 산업에 주력하고 있었고 용량이 충분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이동에 있어 대중교통보다는 개인 차량을 선호함에 따라 2020년 3분기를 기점으로 빠르게 자동차 수요가 회복되면서 반도체 전반의 초과 수요가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한파와 일본 지진, 대만 가뭄 등 전 세계적인 재해로 반도체 공급에 차질을 초래한 점도 동시에 작용해 수급에 불균형이 발생한 것이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으로 인해 현재 외국의 완성차 업체들은 감산 내지 조업 중지를 감내하고 있다. 세계 1위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은 1분기 중 북미와 유럽 생산량 10만대 감소를 이미 결정한 상태이고, 포드 역시 1분기에 20% 가량 감산 및 켄터기 공장 조업을 중지중이다.

한편, 완성차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MCU, 작동기, 전력관리, 통신, 센서 등) 대부분의 재고 부족을 호소하는 가운데 특별히 MCU(전장 시스템 제어 칩) 수급이 가장 어려워 완성차 자체의 생산에 차질을 겪고 있다.

주요 차량용 반도체 생산기업.
주요 차량용 반도체 생산기업.
그림에서 보듯이 MCU는 NXP(和), 르네사스(日), 인피니온(獨)이 세계 1위에서 3위 업체다.

그런데 지난 2월 미국에 발생한 한파 때문에 오스틴 소재 NXP가 1개월 가량 가동을 중지했다가 최근 재가동에 돌입했다. 정상화까지 최소 2~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겹쳐 최근 세계 2위 생산업체로 MCU 점유율 20%를 차지하는 르네사스가 화재로 인해 최소 2~3개월 지나야 정상 가동된다는 전망이 나와 부품 부족에 따른 완성차 공급에 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르네사스 화재사고 이전에도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최소 3분기나 가서야 해결될 것으로 보았기에 이번 사고로 인해 수급 불균형이 과연 3분기에는 해소될지 의문시 된다.

독일의 칩 제조업체 인피니언도 지난달 눈보라로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미국 공장이 생산을 중단했다. 최근 인피니언은 지속적으로 생산을 늘리고 있으며 6월까지 생산 중단 전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엄격한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손실된 생산량을 복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런 가운데 설계한 차량용 반도체를 제조하는 세계 최고 파운드리 업체가 집중되어 있는 대만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관련 대만에는 현재 두 가지 이슈가 존재한다.

첫째는 56년만의 최악의 가뭄이다. 대만 정부는 범정부 차원 노력으로 물 부족을 이겨내고 차질 없이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MCU 생산량의 70%가 대만 TSMC 파운드리에서 제조되고 있어 대만의 가뭄은 전 세계적 관심으로 부상한 상태다.

하지만 현지 전문가들은 우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5월말까지 물 부족이 지속될 것이기에 범정부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차량용 반도체를 포함해 위탁생산하는 여타 반도체를 차질 없이 공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두 번째 이슈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증대 문제다. IHS마킷에 따르면 TSMC 매출의 3%만이 자동차 부문에서 발생한다. 완성차 업계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다른 반도체 생산 사업 계획을 조정할 이유가 거의 없다. 미국을 비롯해 독일 등에서 대만 정부에 여타 반도체 위탁 생산을 줄이고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늘려줄 것을 요청하고 대만 정부도 화답하고 있지만 TSMC 입장에서 볼 때 주주들의 이익을 무시하고 차량용 반도체 생산 규모를 더 늘리기는 쉽지 않다.

◇국내 완성차업체는 문제가 없나?


우리의 경우 대부분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이 자체 생산한 제품이나 위탁생산한 제품을 수입해서 현대차 등이 완성차를 만들어 왔다. 그런데 이번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균형과 관련해서는 ▲현대차가 3월부터 특근 취소‧주 단위 생산조절 ▲르노삼성은 감산 ▲한국GM은 2월 둘째주부터 부평 2공장 50% 감산 ▲쌍용차는 감산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텔레칩스, 넥스트칩 등 기업에서 차량용 반도체 가운데 일부 부품을 설계·판매하고 있는데 투자 대비 수익이 크지 않아 그간 관심 밖의 산업이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차질과 완성차 중단의 파급영향


오늘날 차 안에는 많은 칩이 있다. 모든 자동차에는 난방, 에어컨, 엔터테인먼트, 엔진 등 모든 종류의 시스템이 있으며, 모두 전자 칩으로 제어 및 모니터링 된다. 현재 내연차에는 200~300여개 칩이 들어가지만 미래차에는 2000개 이상의 칩이 들어간다. 부품 제조에 있어 부품 한 개만 없어도 조립을 완료할 수 없다.

외국의 경우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실제로 공장을 폐쇄하고 생산량을 줄이고 있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근로자를 해고하고 있다. 비록 실직에 따른 급여를 받고 있지만 많은 숙련 근로자가 집에서 공장이 재가동하기를 기다리며 쉬고 있다.

한편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자동차 생산은 67만2000대 감소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포드와 폭스바겐이 각각 1분기 생산량이 10~2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는 전체 단위 감소가 수백만에 달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포드는 그 결과 올해 상반기에 10억 달러에서 25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이제 소비자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다른 많은 제품과 마찬가지로 향후 언제인가부터 자동차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 경우 원하는 차를 사고 싶다면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자동차 가치의 40% 가량은 전자 제품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자동차 가격 역시 일부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곧 사라질 것 같지도 않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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