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모터스

[정의선 20년-2] '메타모빌리티' 꿈꾸는 정의선號

정의선 회장, 2002년 3월 현대모비스 등기이사 선임
위기 기아차에 피터슈라이어 영입해 'K-시리즈' 돌풍
정체 위기 현대차에서 브랜드 경영으로 쇄신 이끌어
2016년부터 자동차 외 미래산업 진출, 모빌리티 전환

기사입력 : 2022-02-2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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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
“메타모빌리티까지 솔루션을 확장하겠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1월 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라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CES2022 미디어데이에서 현대차그룹의 미래 지향점을 이렇게 말했다.

정 회장에게 있어 올해는 그야말로 의미가 깊은 해다. 현대차그룹 합류 이후 처음으로 등기이사에 선임된 지 횟수로 20년을 맞는 동시에 그룹을 대표하는 공정위 동일인의 지위에 올라선 지 딱 1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정 회장은 지난 2020년 10월 그룹 회장에 올랐다. 아버지인 정몽구 회장의 직함을 20년 만에 이어받았다. 이후 그룹의 위치와 미래 먹거리, 성장 아젠다 등 다양한 고민 끝에 도출한 결론이 바로 로봇·모빌리티·UAM(도심항공교통)을 결합한 ‘메타모빌리티’다.

기아차 구원투수로 등장


정 회장은 1994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입사했지만 1년 만에 유학을 떠났다. 이후 일본 이토추상사 뉴욕지사에서 일하다 1999년 현대차 자재본부 이사로 다시 합류했다.

이후 현대차에서 경영수업을 받던 그는 2003년 3월 매출 부진에 빠진 기아자동차(현 기아) 부사장 겸 등기이사에 선임되면서 기업가로 본격 데뷔했다.

정 회장이 맡은 기아의 2003년 경영환경은 그야말로 바람 앞의 촛불 같은 위기 상황이었다. 환율 하락과 품질 논란, 신차부족 등을 이유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실제 기아차는 2003년 7519억원, 2004년 3166억원의 영억이익을 기록했지만, 2005년 181억원, 2006년 3652억원 등 2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정의선 회장이 2005년 영입한 기아의 피터슈라이어 디자인 담당 사장. 사진=기아
정의선 회장이 2005년 영입한 기아의 피터슈라이어 디자인 담당 사장. 사진=기아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정 회장의 ‘현대차 복귀설’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그는 기아에 남아 부활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갔다. 이때 당시 세계 3대 디자이너 중 한명이었던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했다.

정 회장은 2006년 9월 파리모터쇼에 참석해 ‘디자인 경영’을 선언했다. 정 회장은 당시 “기아를 표현할 수 있는 독창적인 디자인을 갖춰야 한다”면서 “디자인을 통해 기아차의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고 말했다.

이후 2008년부터 기아는 곧바로 피터 슈라이어의 손길이 닿은 ‘K-시리즈’를 선보였다. ‘호랑이코’로 명명된 기아차의 패밀리룩은 전 차종에 순차적으로 적용됐고, K-시리즈는 현대자동차가 긴장할 만큼 판매 돌풍을 일으켰다. 이를 바탕으로 기아는 2009년 영업이익 1조1192억원이라는 역대급 실적을 써냈다.

현대차 브랜드로 TOP 5 안착


위기의 기아차에서 성공적으로 구원투수 임무를 마친 정 회장은 2010년 친정인 현대차에 복귀했다. ‘부회장’ 직함을 달고 돌아온 금의환향이었다.

그러나 현대차에는 더 큰 숙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2010년 생산량 기준 글로벌 톱5(TOP 5)에 진입한 현대차그룹을 세계 무대에서 사랑받는 브랜드로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현대차 복귀 후 첫 해외 출장을 떠난 그는 체코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품질경영과 함께 현대차의 고급화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1년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에 참석해 현대차의 새로운 슬로건을 발표하는 정의선 회장. 사진=현대차
지난 2011년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에 참석해 현대차의 새로운 슬로건을 발표하는 정의선 회장. 사진=현대차


정 회장이 했던 고민의 결과물은 이듬해인 2011년 디트로이트모터쇼를 통해 공개됐다. 정 회장은 “고급화를 의미하는 ‘프리미엄’은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뛰어넘는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면서 “현대차만의 프리미엄은 바로 ‘모던 프리미엄’이다”고 밝혔다.

동시에 이를 실현할 브랜드 슬로건으로 ‘New Thinking, New Possibilties(새로운 생각, 새로운 가능성)’를 공개했다. 이어 제대로 된 색깔이 없던 현대차에 ‘모던 프리미엄’이라는 색을 입히고, 이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해나가기 시작했다.

정 회장이 브랜드 경영을 도입한 이후 현대차의 매출액은 해마다 늘고 있다. 브랜드 경영 도입 당시인 2011년 연결기준 매출액 77조7979억원이었던 회사는 2019년 100조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117조6016억원으로 성장했다.

메타모빌리티로의 전환


브랜드경영으로 결실을 맺은 정 회장은 2015년부터 현대차그룹의 미래먹거리를 고민했다. 디젤 게이트 파문이 전 세계 자동차업계로 확산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시급했다.

해결책은 2016년 3월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에서 나왔다. 바로 무공해차로의 전환이었다. 현대차그룹은 당시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 무공해차 개발에만 1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탈 것에 지나지 않았던 자동차에 미래 ICT 기술을 융합하는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공개했다. 자동차와 ICT 기술을 융합시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개념의 이동수단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이었다.

2019년 미 항공우주국 출신 신재원 박사를 UAM 사업부로 영입했고, 2021년 6월에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미국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하는 등 자동차를 넘어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외연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전자박람회 CES2022에 참석한 정의선 회장(가운데) 왼쪽부터 울리히 오만(Ulrich Homann)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AI 부문 부사장, 송창현 현대자동차 TaaS본부 사장, 정 회장, 마크 레이버트(Marc Raibert) 보스턴다이내믹스 회장, 현동진 현대자동차 로보틱스랩 상무 사진=현대차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전자박람회 CES2022에 참석한 정의선 회장(가운데) 왼쪽부터 울리히 오만(Ulrich Homann)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AI 부문 부사장, 송창현 현대자동차 TaaS본부 사장, 정 회장, 마크 레이버트(Marc Raibert) 보스턴다이내믹스 회장, 현동진 현대자동차 로보틱스랩 상무 사진=현대차


재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자동차는 단순히 탈 것, 혹은 이동수단에 불과했지만 기술발전과 패러다임의 진화로 이제는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변할 수 있다”면서, “정 회장이 메타모빌리티를 강조한 것은 현대차그룹이 과거 자동차 생산 및 판매 기업이었지만, 앞으로는 이동수단을 통해 새로운 개념을 제시할 수 있는 패러다임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종열 글로벌모터즈 기자 seojy78@g-enews.com
서종열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