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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폭스바겐 핵심 기지 ‘츠비카우’ 전동화 전환 성공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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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폭스바겐 핵심 기지 ‘츠비카우’ 전동화 전환 성공 노하우

내연기관 모델을 생산하는 공장이 전동화로 전환한 최초 사례
전동화로 불안한 근로자를 위한 특별 교육 시행, 8000명 참여
폭스바겐 브랜드와 아우디의 핵심 전기차 모델 생산 시작
올 하반기 국내 출시 예정 전기차 ID.4 실제로 살펴

기사입력 : 2022-06-07 18:13 (최종수정 2022-06-0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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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이라고 불리는 배터리와 차체가 결합하는 모습. 사진=김정희 기자
'결혼식'이라고 불리는 배터리와 차체가 결합하는 모습. 사진=김정희 기자
지난달 20일 독일 동부 작센주에 있는 작은 도시 츠비카우에 위치한 폭스바겐그룹 츠비카우 공장에 도착하자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전기자동차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ID.3, 쿠프라, 아테온 하이브리드, 투아렉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 눈길이 가는 모델들은 정해진 주차장 구획에서 본인의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츠비카우 공장은 폭스바겐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를 기반으로 한 모델을 생산하는 대표 공장이다. 폭스바겐그룹은 12억유로(약 1조6100억원)를 투자해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하던 이곳을 100% 전기차 생산공장으로 전환했다. 연간 30만대 이상의 배터리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하는 작센주 최대 규모의 공장이기도 하다.
츠비카우 공장 프레스 공정 모습. 사진=김정희 기자
츠비카우 공장 프레스 공정 모습. 사진=김정희 기자


이 공장은 폭스바겐 ID.3와 ID.4 모델이 2020년 8월부터, 아우디 Q4 e-트론 모델이 2021년 3월부터 생산을 시작했으며, 올 1월부터는 ID.5도 생산되고 있다. 최종적으로 MEB 기반 모델 6개 모델을 연간 33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10만t 이상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공장에 들어서니 하얀 형광등 아래 은은한 색상을 내며 서 있는 차량 뼈대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나의 완성차로 탄생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향후 "이 차체는 앞서 주차장에서 마주쳤던 차량 중 하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Q4 이트론, ID.3,4 등 다양한 차량이 생산되고 있는 츠비카우 공장 모습. 사진=김정희 기자
Q4 이트론, ID.3,4 등 다양한 차량이 생산되고 있는 츠비카우 공장 모습. 사진=김정희 기자


공장은 여느 다른 곳과 비슷하게 자동화가 주를 이루는 모습이다. 거대한 공간 안에 로봇이 가득했다. 족히 키는 2m는 넘어보이는 ‘로봇 팔들’이 분주하게 왼쪽에서 오른쪽, 위에서 아래로 움직이며 부품을 조립하고 있었다. 아래에는 이를 지켜보고 관리하는 ‘사람’이 지키고 있었다. 아직 인간의 손길이 필요한 부분이다. 공장 관계자는 “자동화율은 약 90%에 이르며, 3교대로 주 5회 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생산 제조 공정은 프레스–차체조립–도장–조립 공정 순으로 이뤄진다. 먼저 마주한 프레스 공정에서는 네모난 카트에 쌓여져 있는 강철판이 컨베이터 벨트 위에서 사람의 손길에 따라 움직였다.
컨베이어 벨트위를 일렬로 줄지어 가는 차량들 모습. 사진=김정희 기자
컨베이어 벨트위를 일렬로 줄지어 가는 차량들 모습. 사진=김정희 기자


폭스바겐그룹은 이곳 프레스 샵에 7400만 유로를 투자했다. 특히 대형 차체를 생산하는 XL 프레스라인은 전 세계 프레스라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독일 슐러(Schuler)의 기계를 도입했다. 총 다섯 단계에 거쳐 일 평균 1만회의 프레스가 이뤄진다. 이에 더해 자동화된 스택킹 라인과 30m 높이에 달하는 부품 보관 구역을 갖춤으로써, 문과 트렁크 덮개를 비롯한 MEB 기반 모델 전용 차체 부품을 프레스 할 수 있다.

바디샵에서는 1625대의 로봇이 작업을 전담한다. 이곳 역시 자동화율이 90%에 이르는 높은 비율이었다. 100m 길이의 라인에서 첨단로봇이 공정별로 부품을 꺼내 조립하고 다음 스테이션으로 넘긴다. 높은 자동화율 덕분에 작업시간은 평균 76초가 소요된다.

조립 공정은 총 4개의 라인으로 구성됐다. 길이로는 약 171걸음이라고 공장 관계자는 설명했다. 인상적인 부분은 차체와 배터리가 결합하는 모습이다. 예전에는 기존 차체의 남은 공간에 배터리가 들어갔다면, 지금은 배터리 셀에 맞게 차체를 맞췄다는 느낌을 받았다. 현장에서 만난 한 직원은 “우리는 차체와 배터리가 만나는 것을 ‘결혼식’이라고 표현한다”고 말했다.
세아트 산하 브랜드인 쿠프라 본이 생산되는 모습. 사진=김정희 기자
세아트 산하 브랜드인 쿠프라 본이 생산되는 모습. 사진=김정희 기자


마주한 ID.4, Q4 이트론, 쿠프라 본

통상 자동차업체들은 공장내 생산라인 촬영을 금지하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았다. 벨트를 따라 움직이는 차량들 사이로 자유롭게 들어가 보고, 사진도 찍으라고 허락해줬다. “모든 것을 자세히 공개함으로써 고객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의도”라고 자신있게 설명했다.

생산라인 안에서 공장 근로자들은 바쁘게 움직이며, 대시보드, 운전대, 시트 등을 조립하고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모델의 부품들이 즐비해, 눈은 빠르게 주위를 흩으며 모든 것을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벨트 위에는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만든 순수 전동화 모델 ID.3, 폭스바겐 산하 브랜드인 세아트에서 만든 고성능 차량 브랜드 쿠프라의 전기차 본, 하반기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아우디 Q4 e-트론 등이 줄지어 서 있었다.
폭스바겐 ID.4 전면부 모습. 사진=김정희 기자
폭스바겐 ID.4 전면부 모습. 사진=김정희 기자


ID.4 “얼른 한국에”

투어를 마치고 공장을 나서니, 폭스바겐 관계자는 어디론가 안내를 시작했다. 5분 정도 걸으니 하얀색의 ID.4가 있었다. 멀리서 방문한 한국 기자들을 위해 츠비카우 공장 측이 마련한 작은 이벤트였다.

ID.4는 MEB 플랫폼이 적용되며, ID 시리즈의 이름을 달고 나오는 두번째 전기차다. 지난 201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위장막을 둘러쓴 채 최초로 공개되었다. 국내에는 오는 하반기 출시가 예정되어 있다. 국내에는 기본 모델인 퓨어와 롱레인지 모델인 프로 등 2가지 트림이 출시된다 각각 출력은 201마력·310 N·m, 302마력·460 N·m이다.
올 하반기 국내에 출시될 폭스바겐 전기차 ID.4 실내. 사진=김정희 기자
올 하반기 국내에 출시될 폭스바겐 전기차 ID.4 실내. 사진=김정희 기자


미리 본 ID.4의 외관은 매력적이었다. 전기차 답게 전면 그릴은 없었지만, 폭스바겐 브랜드의 전기차 패밀리룩 디자인이 잘 녹아있었다. 거대한 타이어와 휠도 특이했다. 차 크기 대비 훨씬 커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현장에 있던 제품 개발 담당자는 “디자인 때문이다”라고 짧고 굷게 대답했다.

실내는 여느 다른 폭스바겐 차량에서 볼 수 있었던 운전대, 플로팅 타입의 중앙 디스플레이, 터치 방식의 공조장치까지 모든 것이 낯설면서도 익숙했다. 공간도 넓은 편이었다. 츠비카우 공장 관계자는 이 차를 한국 고객들도 타 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조립공정에서 차량을 점검하고 있는 츠비카우 공장 근로자 모습. 사진=김정희 기자
조립공정에서 차량을 점검하고 있는 츠비카우 공장 근로자 모습. 사진=김정희 기자

전동화와 사람...교육으로 극복

전동화로 전환하는데 있어 우려를 사고 있는 부분은 ‘사람’이다. 전동화는 기존 내연기관 모델을 생산하는 공장의 근로자들을 구석으로 몰아넣었다. 통상적으로 기존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총 부품 3만개 중 전기차에는 1만1100여개가 사라진 1만8900여개만 투입된다.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말이다.

생존이 걸린 문제에 보통의 공장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강하게 주장한다. 그래서 새로운 체계를 받아 들이기보다는 배척하는 자세를 취한다.

하지만 츠비카우 공장은 달랐다. 이곳은 같이 일하는 이들을 먼저 생각했다. 공장 전동화와 전기차 생산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기존 근로자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이들은 ‘대화’를 통해 앞선 문제들을 해결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경영진과 공장 최고경영자(CEO)게는 전기차 생산 거점으로의 전환을 위한 근본적인 전략변화에 대해 논의하는 교육이 제공됐고, 매니저와 팀 리더는 e-모빌리티와 그에 따른 새로운 동기부여, 팀워크 등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다.

특히 폭스바겐 그룹은 특수 트레이닝을 통해 전기차 생산 설비를 운영할 수 있는 전문 오퍼레이터의 비중을 늘리는데 집중했다. 마티아스 로스(Matthias Roth) 폭스바겐 교육 연구소 영업 및 마케팅 총괄은 “현재까지 총 106회의 트레이닝 세션이 진행됐고 7555명의 직원들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자들이 두려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전동화는 츠비카우 공장의 큰 기회라는 것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독일 츠비카우=김정희 글로벌모터즈 기자 jh132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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