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모터스

위기에 강했던 현대차그룹, 이번 美 IRA도 뛰어 넘을까?

적자이던 기아를 디자인 경영으로 흑자전환
유럽 재정위기 속에서도 투자 늘려며 정면 돌파

기사입력 : 2022-09-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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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기아 양재사옥 전경.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 기아 양재사옥 전경.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미국시장에서 큰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미국이 시행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해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하게 된 것. 하지만 현재 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의선 회장이 기아를 위기에서 구하고 불안상 상황 속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는 등의 위기 관리 능력이 탁월하다는점과 정부 지원 등이 합쳐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북미에서 조립되고, 배터리 자재 혹은 부품을 미국·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일정 비율 이상 조달한 전기차에 한해 중고차는 최대 4000달러(약 524만원), 신차는 최대 7500달러(약 983만원)의 보조금을 세액 공제 형태로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차량 제조뿐 아니라 해당 차량에 탑재되는 배터리 부품·광물의 북미 제조 비율도 충족해야 한다. 당장 내년부터 광물 비중은 40%를, 배터리 등 주요 부품은 50% 이상을 북미에서 조달해야만 한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판매 중인 아이오닉5, 코나·니로EV 등 5개 전기차 모델은 물론이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까지 모두 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현재 그룹이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음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금은 좋은 분위기이지만 점차 판매량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8월 총 13만5526대로 전년 동기보다 17.7% 증가했다. 이 중 현대차는 6만9437대를 판매해 13.5%, 기아는 6만6089대로 22.4% 성장했다.

그럼에도 현대차그룹의 미래는 낙관적이다. 과거 정 회장이 과거 적자에 허덕이던 기아를 흑자로 되돌리고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로 만든 점과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계들이 유럽시장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때 공격적인 투자 등으로 성장을 이끌어 냈던 뚝심과 위기관리 능력이 발휘했기 때문이다.

기아 실적 그래프. 사진=김정희 기자
기아 실적 그래프. 사진=김정희 기자


2005년 정 회장은 기아 사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기아는 적자를 기록하는 등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기아는 2003년 영업이익 8124억원, 2004년 5024억원, 2005년 740억원을 기록하며 매해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했다. 이후 2006년에는 이익이 손실로 바뀌면서 영업손실 1252억원을 2007년에는 554억원을 기록했다. 2003년 6.3%였던 영업이익률도 2004년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그는 디자인을 새로운 경영 전략으로 내세웠다. 당시 그는 "세계 시장에서 기아차 브랜드를 표현할 수 있는 독자적인 디자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앞으로 차량 라인업의 디자인을 업그레이드시키고 감성적 디자인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기아차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이를 위해 아우디·폭스바겐 등에서 디자인 담당 총괄 책임자를 지낸 독일 출신의 자동차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디자인총괄 부사장(CDO)으로 영입했다. 이후 기아는 1년 만인 이익 2008년 3085억원, 2009년 1조1444억원, 2010년 1조6801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에 허덕이던 과거의 모습을 완전히 털어버렸다.

고(故)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사진=현대중공업그룹
고(故)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이어진 2012년 유럽 경영에서도 그의 결단은 빛을 발했다. 당시 유럽은 재정 위기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었다. 유럽 자동차 판매는 2007년 1600만대로 정점을 찍은 뒤 2008년 1470만대(-8.1%), 2009년 1450만대(-1.4%)로 줄어들었다. 2010년에는 1515만대로 증가했다가 이듬해 1359만대(-10.4), 2012년 1253만대(-7.8%)로 감소했다. 2007년과 2012년을 비교했을 때 무려 21.7%가 줄어든 것이다.

그런데도 정 회장은 유럽에서 투자를 늘려나갔다. 위기를 정면돌파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 결과 같은 해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량은 오히려 증가했고, 점유율도 상승했다.

이번에도 정의선 회장은 발 빠르게 움직이며 미국 IRA에 대응하고 있다. 얼마 전 정 회장은 약 2주간의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당시 미국 정부의 IRA 조치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현지 이곳저곳을 다니며 바쁜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예정된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신설을 서두르고 기아 역시 미국 내 EV 생산 방안 마련에 나섰다.

또 정부가 직접 나서 합동 대표단을 꾸리는 등의 여러 노력도 동반되고 있다. 아직 큰 성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기업과 정부가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여기에 호조를 보이는 다른 국가 판매량도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유럽에서는 아이오닉5, EV6 등 전기차 신차 및 소형 SUV 신차효과로 인한 판매호조로 시장 점유율이 늘었고 신흥시장인 인도에서는 현대차 크레타, 베뉴, 기아 셀토스, 쏘넷, 카렌스 등 현지 생산된 소형 SUV 모델 판매 호조 지속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보조금 제외로 잠시 판매량이 주춤할 수는 있지만, 다른 대륙 또는 국가에서 신차 등을 출시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캐나다, 미국 방문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즉 전기차 보조금 제외라는 큰 악재가 닥쳤지만, 아직 극복할 만한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위기는 과거 겪어왔던 것과는 결을 달리하긴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과거 고 아산 정주영 회장의 오일쇼크, 정몽구 명예회장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큰 위기에 강했다"고 말했다.


김정희 글로벌모터즈 기자 jh1320@g-enews.com 김정희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