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모터스

투트랙 전략 틀어진 르노코리아, 보릿고개 넘기

올해 신차 부재, 수입차 도입에 재고 요구돼

기사입력 : 2023-03-0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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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그룹 산하 알핀 브랜드 A110 S 모델 사진=르노그룹
르노그룹 산하 알핀 브랜드 A110 S 모델 사진=르노그룹
르노코리아는 올해부터 극심한 보릿고개가 예상된다. 올해 르노코리아의 부진은 이렇다 할 신차 출시도 없는 데다가 선복난까지 겹쳐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의 올해 누적 판매 실적(1~2월)은 1만7195대로 전년 누계 대비해서 30.7%가 쪼그라들었다. 이중 내수는 4334대, 수출은 1만2861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각각 전년 대비 47.1%, 22.7%가 감소한 수치다. 현대차·기아를 제외하고 한국지엠과 1, 2위를 다퉜지만, 지금은 차이가 꽤 벌어진 상태다.

르노코리아와 한국지엠은 현재 국내 생산 모델 판매와 수입차 판매 투트랙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 인지도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르노코리아의 경우 상황이 좋지 못하다. 기존 수입·판매하던 차종이 대부분 단종되며 내수 실적을 전혀 기대할 수 없어서다.

우선 르노코리아의 부진에는 신차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신차뿐만 아니라 수입 신차도 없다. 수입에서도 성적은 낙제점을 받은 셈이다. 내년이면 길리와 르노가 합작해 내놓는다는 기대의 신차가 있지만, 신차 한 대만으로는 판도를 뒤집기 역부족일 수 있다. 부산을 대표하는 자동차 생산 시설을 비롯해 전국 네트워크망을 갖추고 있는 르노코리아는 국내 완성차 5사로 인정받는 큰 규모를 갖추고 있음에도 판매량은 벤츠, BMW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수입차를 들여와 판매를 이어갔지만, 실적이 좋지 못했다. 가장 대표적인 차가 QM3의 유럽형 모델 캡쳐다. QM3를 국내에서 생산할 때는 그나마 판매량이 따라줬지만, 유럽 생산 모델을 국내 들여오며 소폭의 가격 인상, 선호도가 없는 편의사양들이 추가해 인기를 끌지 못했다.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와 상용밴 모델 마스터, 소형 해치백 모델인 클리오, 그리고 브랜드를 대표하는 순수전기차 조에도 고배의 잔을 들었다.

수입 모델로 시장을 공략하려고 할 때는 별도의 르노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도 있었지만, 지금은 홈페이지가 사라지고 유일하게 남은 수입 상용밴 모델 ‘마스터’만 르노코리아 공식 홈페이지에 편입된 상태다. 지난해 ‘르노삼성’에서 사명을 변경하며 비공식적으로 홈페이지를 대거 개편, 이에 따른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르노코리아가 수입차로 재미를 보지 못한 이유로는 현지화 노력이 부족했던 것과 시장 분석이 잘못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예가 르노 캡쳐다. 르노 캡쳐는 지난 2020년 5월 국내 출시됐다. 당시 소형 SUV 트랜드가 끝물에 이를 무렵으로 쌍용차의 티볼리가 이미 기아 셀토스와 현대 베뉴나 코나에게 밀려 판매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전략적 마케팅의 실패도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 가격대를 맞추려고 무리해서 차종을 선택한 것이 화근이었다. 대표적인 모델이 르노 클리오와 조에다. 클리오와 조에는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 톱10 안에 드는 인기 차종이다. 다만, 큰 차의 실용성을 따지는 국내 고객들에게는 맞지 않은 경향이 있었다. 게다가 순수전기차 조에는 주행거리가 짧았다. 국내 전기차 시장이 커지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근거리 사용자만을 타깃층으로 고려했기에 판매량이 많지 않았다.

한국지엠도 현재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나름 투트랙 전략을 꾸준히 실천해 나가는 모습이다. 최근 들어서는 GMC 브랜드 출범, 풀사이즈 SUV, 그리고 픽업 트럭 등을 출시하며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내수에서 본다면 생산 거점형 판매 전략 모델인 트랙스까지 출시를 앞두고 있다.

수입차 전략으로만 본다면 르노코리아와 한국지엠의 차이는 대중적인 차와 프리미엄 차라는 선택지에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하이엔드급 차종은 판매량이 많지 않더라도 수익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특징이 있다. 게다가 현지에서 인기 모델이라고 할지라도 국내 트랜드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지도 고민할 필요가 있었다는 게 일부 관계자들의 견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르노코리아가 형세를 전환하기 위해서는 수출 회복이 최우선이겠지만, 내수 시장을 완전히 무시하고 갈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한국지엠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브랜드 모델들을 들여와 기업 이미지를 재고하고 내수 판매를 확대하는 것도 필요한 일일 것 같다”고 말했다.


육동윤 글로벌모터즈 기자 ydy332@g-enews.com 육동윤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