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차감 역시 지난번 탔을 때보다 조금 덜한 느낌이다. 승차감이 시간이 지나 감쇄하는 경우는 드문데, 아마도 그사이 예민해졌던 세단들을 많이 타서 그럴 수도 있을 거 같다. 퍼포먼스 제원상으로 달라진 부분은 거의 없다. 17인치 휠·타이어(285/70), 앞쪽 더블위시본에 뒤쪽 리프스프링, 시트의 타이트함이 모두 같다. 엔진 역시 디젤을 얹는다. 출력·토크에 신선함이 없다. 사실 기대는 가솔린 모델이었다.
말이 조금 어긋났다. 포드는 이번에 레인저를 두고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 즉 풀체인지를 이뤘다고 했는데, 이 정도라면 부분 변경에 가깝다. 약한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특징적인 트럭 베드를 갖고 있는 픽업 세계의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디자인과 디지털 시스템은 바뀐 게 좀 있다. 우선 전면부가 싹 달라졌다. 헤드램프 디자인이 큰형님이자 베스트셀링 카, 그리고 포드를 먹여 살리고 있는 전설적인 픽업 F-150의 흉내를 냈다. ‘ㄷ’자 형상으로 DRL을 감싼 것이 그나마 우람한 자태를 뽐낸다.
내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변화는 12.3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세로형의 ‘최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디지털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그래픽이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 시동을 켜면 스티어링 휠 뒤편에서 ‘Build Tough’라는 문구가 나타나는데, F-150의 헤비듀티 성향을 표현해 내걸었던 슬로건이다. 이외 모든 사용자 환경이 애플 제품을 경험해 봤다면 꽤 익숙하게 다가올 수 있다. 유무선 스마트폰 충전은 물론 애플카플레이를 연동할 수도 있다. 이외에 편의·안전 사양, 험로 등 주행 모드 그리고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기능도 지원한다.
색상에도 변화가 크지 않다. 트레이드 마크처럼 대표하는 오렌지색 컬러는 레인저의 아이덴티티를 잘 드러낸다. 아니, 사실 레인저 와일드 트랙만의 정체성이다. 한 레벨업, 다이내믹한 오프로드 질주를 표방하는 랩터 모델의 경우 청색에 가까운 짙은 파랑이 대표적으로 적용된다. 랩터는 와일드 트랙과 디자인 및 가격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엔진 구성은 같다. 다만 진입각·진출각 등을 높여 오프로드 성향에 최적화한 것이 특징이다. ‘빠른 속도로 비포장 도로를 질주한다’는 말로 랩터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
랩터는 와일드 트랙보다는 좀 더 역동적인 모습을 하고 있으며, 조금 더 과격하다. 와일드 트랙은 한층 톤다운이 돼 있다. 질주 본능을 일깨우지는 않는다. 2.0 바이터보 디젤 엔진은 205마력의 최고 출력과 51㎏·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하지만, 왠지 강력하다는 말보다는 유연한 움직임이 특징이다. 효율성을 위해 선택한 10단 자동변속기 덕이 더 클 거 같다. 동력을 촘촘하게 이어주긴 하지만, 토크감을 상쇄하는 느낌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대신, 가격이 랩터보다 저렴하다. 랩터는 7990만원이다. 한참 올라 있는 상태인데 경쟁사가 가격을 내린 상태라 한 차례 가격 인하를 기대해볼 수 있을 거 같다. 시승차인 와일드 트랙은 6350만원이다.
육동윤 글로벌모터즈 기자 ydy332@g-enews.com 육동윤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