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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전형적인 미국차 느낌, 상남자라면 혼다 파일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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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시승기] 전형적인 미국차 느낌, 상남자라면 혼다 파일럿

풀사이즈 SUV에 버금가게 커진 차체
사용자 편의에 초점을 맞춘 인테리어
넘치지 않도록 시장에 맞춘 파워트레인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3-09-10 09:31

혼다 올 뉴 파일럿 사진=혼다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혼다 올 뉴 파일럿 사진=혼다코리아
우리에게 기아 텔루라이드가 있다면, 혼다에게는 터줏대감인 파일럿이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 이야기다. 파일럿은 미국에서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혼다의 효자 모델이다. 어코드의 매력에 빠져있던 우리 시장 분위기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얼리어댑터들의 선택을 많이 받았다. 일단 이름부터가 '신박'하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가 주연한 <캐치미 이프 유 캔>을 봤다면 알겠지만, 미국인들은 파일럿이라는 직업군을 우상시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조악한 편견일 수 있지만, 대체로 큰 걸 좋아한다는 건 사실이다.

이번 시승한 4세대 혼다 파일럿은 5090mm 길이에 1995mm 너비, 1805mm 높이, 그리고 2890mm의 휠베이스를 갖췄다. 이전 세대 모델과 비교하면 길이가 85mm나 길어졌고 폭은 같으며, 키는 10mm가 더 커졌다. 휠베이스는 70mm나 늘어나 대형 SUV의 면모가 잘 보인다. 미국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텔루라이드보다 큰 크기인데, 길이에서 89mm, 너비에서 7mm, 높이에서 10mm가 더 길고 넓고 높다. 다만, 휠베이스는 텔루라이드 쪽이 10mm 더 길다. 실제 옆에 서보면 적힌 수치보다 훨씬 커 보이는 느낌이다. 아마 늘린 휠베이스 탓에 엔진이 바깥쪽으로 밀렸고 이에 따라 보닛을 높일 수밖에 없었던 게 영향일 수 있다. 보닛이 높아지면 운전이 조금 더 불편해지는 건 사실이다.

차체를 키운 것에서 디자인 변경도 따랐다. 3열의 쿼터 글래스를 분리한 경우다. 보기에는 좀 더 날렵한 모습을 갖추기는 했으나 다부진 느낌보다는 후면부가 어정쩡한 포즈가 된 거 같아 살짝 아쉽다. 안전문제와도 결부되니 이해는 된다. 대신, 전면부의 인상은 확실히 달라졌다. 초대형으로 커진 그릴이 존재감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심지어 큼직한 그릴 패턴도 압도적이다. 기하학적으로 본다면 후면부 디자인도 육각형 모양으로 통일감은 있다. 게다가 이전 세대 모델보다 훨씬 많이 쓰인 수평 기조의 라인들은 꽤 익숙한 느낌까지 들게 한다. 심플한 라인들을 쓰는 게 요즘 유행이도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확실히 다른 혼다의 디자인 철학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혼다 올 뉴 파일럿 인테리어 사진=혼다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혼다 올 뉴 파일럿 인테리어 사진=혼다코리아

인테리어는 크게 감흥이 없다. 분위기가 심플하고 깔끔하다. 가운데 떡 박힌 거대한 터치 화면을 기대했다면 곧바로 실망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기대했다면, 비좁더라도 테슬라를 타는 게 나을 수 있다. 물론 자율주행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이 차도 ADAS 기능은 충분히 잘 작동한다. ‘운전자 중심의 콕핏’이라기보다 양쪽이 균형을 잘 맞춘 정돈된 레이아웃이다. 버튼들은 직관적이고 사용하기 편하다.

겨우 9인치에 불과한 메인 화면이지만, 애플 카플레이를 잘 연동해 티맵을 보여준다. 부족한 정보는 시인성 좋은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잘 챙긴다. 오른손을 앞으로 쭉 내밀면 카드나 고속도로 통행 카드를 넣어둘 공간이 떡 하니 있으니 이보다 더 편할 순 없다. 신형 CR-V처럼 오른쪽 깜빡이를 넣으면 메인 화면에 후방 상황을 보여주지 않게 한 것은 정말 올바른 선택이었다. 한 가지 장점을 더하자면, 다양한 활용성을 자랑하는 후석 시트다. 심지어 2열 가운데 좌석은 집에다 떼어 놓고 다녀도 될 정도다.

주행 느낌은 매우 부드럽다. 미국인들이 원하는 전형적인 ‘좋은 승차감’에 속한다. ‘미국차’라 함에 있어 특징적인 것은 장거리 주행이 적합해야 하는 편안한 시트가 첫 번째. 패밀리카로 쓰이는 경우가 많으니 변속 충격 등 울컥거림이 없는 안락함이 둘째다. 쉐보레 콜로라도나 포드 브롱코 등을 타보면 엇비슷한 주행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굳이 여기 한 가지 더하자면 역시 마초적 이미지나 실제 강력한 힘이 필요하고도 할 수 있겠다.

파워트레인은 V6 3.5 DOHC i-VTEC 가솔린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렸다. 최고출력은 289마력, 36.2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마초적 이미지를 강조하기에는 조금 부족하지만, 이 차는 미국에서 오히려 여성 운전자에게 인기가 더 있는 편이다. 잔고장 없는 내구성도 구매 포인트로 꼽히지만, 큰 걸 좋아하는 이들은 통학이나 쇼핑 등 일상에 쓰기 좋기 때문이다. 힘든 작업을 주로 하는 남성은 강력한 V8 5.0 헤미 엔진 정도를 넣은 풀사이즈 픽업트럭이 이상적이라고들 생각한다. 하지만, 파일럿도 노멀, 스포츠, 에코부터 스노우, 트레일, 샌드, 토우까지 지원하는 일곱 가지 드라이브 모드를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모드 선택 후 운전자가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지만, 내심 만일을 대비해 뭔가를 준비했다는 기분은 만끽할 수 있다. 전천후 기상 상황이 닥쳐봐야 실감할 수 있는 기능이라는 얘기다. 핸들링, 차체의 무게 중심은 오래 타도 충분히 괜찮을 정도다.
혼다 올 뉴 파일럿 인테리어 사진=혼다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혼다 올 뉴 파일럿 인테리어 사진=혼다코리아



육동윤 글로벌모터즈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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