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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CEO 열전] ‘한국의 맛’에 빠진 일본차 사장, 콘야마 마나부 한국토요타자동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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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CEO 열전] ‘한국의 맛’에 빠진 일본차 사장, 콘야마 마나부 한국토요타자동차 대표

시장 분석력 탁월, 공격적인 출시 행보에 판매량까지 급증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3-09-19 10:13

콘야마 마나부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콘야마 마나부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어눌한 한국어로 인사말을 전하는 외국인 수입차 대표들은 많다. 하지만 바쁜 시간 기자들 붙잡아두고 불고기니 곱창볶음이니 한국 음식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는 쉽지 않다. 그것도 부임 후 첫인사 자리에서부터 말이다. 맛있는 음식을 찾는 건 외교 갈등을 뛰어넘는 일. 골프장에서 렉서스가 홀대받고 유니클로 매장이 파리를 날릴 때 일식집은 여전히 장사가 잘됐던 걸로 안다.

올해 1월 한국토요타자동차에 부임한 콘야마 마나부 신임 사장은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일본인이다. 옆집 아저씨처럼 구수한 인상이지만, 날카롭고 정확한 분석을 내놓는 인물이다. 지난 3월 신년 계획을 발표하며 총 8종의 신차로 국내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겠다고 공언했다. 부임 두 달 만에 한국 시장 분위기를 모두 파악한 듯 보였다.

콘야마 사장은 1990년 토요타에 입사한 후 리서치부, 딜러 네트워크 개발, 해외시장 판매 및 운영 전략 부문에서 다양한 리더십 역할을 수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토요타에 입사한 당시부터 그가 들어간 리서치부에서는 해외시장을 조사하는 일과 중장기 판매와 수급 기획을 담당했다. 아마 시장 분석이 빨랐던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2011년부터는 중국제일자동차(FAW)와 토요타의 합작회사인 FAW토요타에 부임해 2013년부터 부사장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후 중국시장 내 판매전략 담당을 맡기도 했고, 2019년부터 최근까지는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및 오세아니아부에서 동아시아 지역 담당으로 업무를 수행했다.

때를 잘 탄 것일 수도 있지만, 올해 초는 불매운동과 코로나 여파가 가시고 렉서스 브랜드의 판매량이 살아나고 있을 때다. 토요타 브랜드는 아는 이들 사이에서 내구성 강점, 뛰어난 가성비를 인정받고 있었던지라 큰 타격이 없었다. 이미 충성 고객층이 확보된 상태였고, 홍보활동에서 조금 조심스러웠을 뿐, 판매량을 극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도 없었을 것이다.

다만, 콘야마 사장은 이미 한국시장의 분위기를 알고 있었다는 눈치다. 부임하자마자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출시하겠다고 한 모델 라인업을 보면 단순히 보여주기식이라고 보긴 힘들다. 처음엔 인기의 토요타 라브4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로 내놨고 이후 크로스오버로 재탄생한 토요타 크라운을, 거기에 토요타의 전동화를 대표하는 렉서스 순수전기차 RZ, 그리고 역시 PHEV 모델로 RX를 출시했다. 올해 하이브리드(HEV) 모델 공략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콘야마 사장은 행사 때마다 일본 본사에서 기술 담당 실무진을 불러들여 무지한 기자들을 교육했고 신뢰도를 높였다. 본인 역시 일일이 미디어 시승행사에 참석해 가며 열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토요타·렉서스 판매량은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총 1만3851대를 기록했지만, 콘야마 매직이 통한 브랜드 차들은 이미 8월까지 지난해 총량을 뛰어넘어 1만4462대가 팔렸다. 이대로라면 올해 말까지 2만 대 판매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 각 브랜드에서 1만 대 클럽에 재진입하면 아우디·볼보를 제치고 수입차 3위 자리를 꿰찰 수도 있다. 퍼포먼스와 세단 위주였던 라인업이 실용성과 현실성이 반영된 SU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들로 꾸며진 것이 유효했고, 적극적인 홍보활동이 효과를 봤다고 본다. 모두 콘야마 사장의 전략이 먹혀든 것이다.

콘야마 사장은 지난달 토요타 하이랜더 대형 SUV 모델을 내놨다. 이 역시 요즘 트렌드를 잘 읽어낸 선택이었다. 게다가 앞으로 내놓겠다고 공언한 차종들은 더욱 기대를 모으는 모델들이다. 남은 1분기 콘야마 사장이 꺼내 들 카드는 프리미엄 미니밴 알파드와 토요타 프리우스다. 알파드는 수입 미니밴 시장을, 그리고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프리우스는 수입 하이브리드차 시장을 제패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육동윤 글로벌모터즈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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