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미국 순수 전기 자동차(EV) 시장의 왕좌는 굳건하다. 15일(현지시각) 클린테크니카는 테슬라 2년 연속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며 'EV 제국'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치 민주주의가 아닌 독재 국가처럼, 테슬라는 경쟁 브랜드들의 추격을 멀찌감치 따돌린 채 홀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물론 과거에는 넘볼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컸지만, 이제 2위 포드가 테슬라의 판매량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무려 5.7배 이상의 성장을 이뤄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여전히 요원한 목표처럼 보이지만, 포드가 전기차 판매량을 꾸준히, 그리고 눈에 띄게 늘려나간다면 언젠가는 가능성이 전혀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포드 머스탱 마하-E와 E-트랜짓의 판매량은 각각 2018대와 865대 증가했지만, F-150 라이트닝의 판매량이 556대 감소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테슬라의 판매량 감소 덕분에 포드가 조금 더 가까워진 것은 사실이다.
현재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테슬라가 43.2%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포드가 7.6%, 쉐보레가 6.5%로 그 뒤를 잇고 있다. 5%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한 브랜드는 이 세 곳뿐이다. 소규모 프리미엄 브랜드인 BMW가 4.6%로 비교적 선전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4.3%), 혼다(3.2%), 폭스바겐(3.2%), 기아(2.9%),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2.9%), 럭셔리 자동차 제조업체 캐딜락(2.7%)이 뒤를 쫓고 있다. 나머지 브랜드들의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과거 전기차 판매량이 전무했던 혼다가 단숨에 시장 6위로 뛰어올랐다는 것이다. 브랜드 평판과 높은 고객 충성도가 혼다 프롤로그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이끌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혼다 프롤로그는 쉐보레 블레이저 EV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블레이저 EV를 능가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혼다의 저력을 입증했다.
자동차 그룹별 판매량을 살펴보면 테슬라는 여전히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지만, GM은 산하 모든 브랜드의 전기차 판매량을 합산한 결과 테슬라를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GM의 시장 점유율은 10.8%로, 테슬라의 43.2%의 정확히 4분의 1 수준이다. 아직 격차가 크지만, GM이 2024 클린테크니카 올해의 차로 선정된 쉐보레 이쿼녹스 EV와 같이 인기 있는 모델의 생산량을 확대하고, 매력적인 신형 전기차 모델을 지속적으로 출시한다면, 언젠가는 테슬라와의 경쟁 구도가 더욱 흥미롭게 펼쳐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포드 자동차는 상대적으로 좁은 브랜드 및 전기차 모델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 시장 경쟁 구도에서는 GM만큼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포드는 오롯이 포드 브랜드의 전기차 판매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링컨이 일부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고 있지만, 판매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놀랍게도 포드 자동차는 시장 3위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마지막 포디움의 주인공은 바로 현대·기아였다. 현대·기아는 뛰어난 전기차 모델들을 선보이며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다른 경쟁사들보다 잘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지난 몇 년 동안 현대·기아가 더 적극적으로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 그들은 분명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 모두는 잠재력을 가진 존재가 때로는 얼마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일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현대·기아가 10위권 밖이 아닌 3위에 오른 것은 고무적이지만,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전기차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폭스바겐 그룹의 가능성과 불확실한 미래
폭스바겐 그룹은 상위 5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다양한 브랜드를 거느린 '독일판 GM'이라고 할 수 있는 폭스바겐 그룹은 광범위하고 매력적인 라인업을 갖추고 있어, 많은 대형 자동차 제조업체들을 능가하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결코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며, 훨씬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폭스바겐 그룹이 포드 자동차와 현대·기아처럼 분기 판매량 3만 대를 넘어설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국 시장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보다는 자국 내 인력 감축, 추방, 생활비 상승 등 부정적인 이슈에 더 집중하는 듯한 미국의 무역 정책 또한 폭스바겐 그룹의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을지 지켜봐야겠지만, 긍정적인 전망을 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