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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L, 차세대 나트륨 배터리 공개.. EV시장 판도 변화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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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L, 차세대 나트륨 배터리 공개.. EV시장 판도 변화 '예고'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원자재 가격 싸고, 안전성 높다는 평가 받아

이정태 기자

기사입력 : 2025-04-22 10:48

사진=CATL이미지 확대보기
사진=CATL


세계 최대 전기 자동차(EV) 배터리 제조업체인 중국 CATL이 나트륨 이온 배터리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EV 산업의 지각 변동을 예고했다. CATL은 22일 상하이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혁신적인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공개하고, 리튬 이온 배터리와 결합한 새로운 듀얼 배터리 시스템까지 선보이며 기술 리더십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테슬라,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등 글로벌 주요 자동차 브랜드의 핵심 파트너인 CATL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3분의 1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압도적 시장 점유율을 자랑한다. 이러한 CATL의 나트륨 이온 배터리 시장 진출은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 중심 시장에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배터리 기술 다양화를 촉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리튬 이온 배터리에 비해 원자재 가격이 저렴하고, 이론적으로는 안전성이 더 높다는 평가를 받다. 다만, 에너지 밀도와 수명 등 성능 면에서는 아직 리튬 이온 배터리에 미치지 못한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하지만 CATL은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 상업화 가능성을 높이는 데 성공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CATL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인 뤄젠(Luo Jian)은 기자회견에서 "올해 연말까지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며, "이는 업계 전체를 재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 생산은 오는 6월부터 Naxtra 브랜드로 출시되는 대형 화물차용 소형 시동 배터리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특히 추운 날씨에 차량 시동 성능이 우수하다는 점은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새로운 강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대형 배터리 생산은 올해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CATL CEO 로빈 쩡(Robin Zeng) 또한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오랜 연구 개발 끝에 마침내 실험실을 나와 상업적 규모의 생산을 앞두고 있다"고 강조하며 기술 상용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증권가에서는 CATL의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향후 리튬, 철, 인산 배터리 시장의 절반까지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나트륨 이온 기술 자체는 수십 년 동안 존재해 왔지만, 그동안 성능상의 한계로 인해 리튬 이온 배터리에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값비싼 희귀 금속인 리튬을 사용하지 않고도 배터리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다시 한번 주목받기 시작했다. CATL의 Naxtra 배터리는 전기차 기준으로 최대 500km(310마일)의 주행 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알려져, 초기 상용화 단계에서는 특정 용도와 가격 경쟁력을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CATL은 상하이 모터쇼 개막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2세대 쉔싱(Shenxing) 배터리도 함께 공개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이 차세대 리튬 인산철(LFP) 배터리는 올해 중국 브랜드인 지커(Zeekr), 니오(Nio), 아바트르(Avatr)의 총 67개 차종에 탑재될 예정이다. Shenxing 배터리는 800km의 뛰어난 주행 거리를 자랑하며, 단 5분 충전만으로 520km를 주행할 수 있는 놀라운 급속 충전 성능을 보였다. 이는 중국 경쟁사인 BYD의 배터리 기술보다 한발 앞선 수치로 평가받고 있다. CATL은 파트너사인 니오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교환 시스템과 같은 새로운 기술 보급 방식을 통해 Shenxing 배터리의 시장 확대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높은 관세는 CATL의 미국 시장 진출에 잠재적인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관세로 인해 배터리 부품 및 최종 자동차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며, 이는 CATL의 가격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ATL 경영진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관세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또한, 미국 국방부가 CATL을 중국 군대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 기업 목록에 포함시킨 것에 대해 CATL은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날 상하이 모터쇼에서 CATL은 전기차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듀얼 배터리 시스템도 함께 선보였다. CATL의 기술 이사인 가오 후안(Gao Huan)은 이 듀얼 시스템이 두 개의 배터리 중 하나가 고장나더라도 다른 배터리가 작동하여 차량의 완전한 멈춤을 방지함으로써, 특히 자율주행 자동차의 안전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5년간 연구 개발 끝에 탄생한 이 듀얼 배터리 시스템의 구체적인 생산 시기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가오 후안 이사는 이미 한 자동차 제조업체가 자율주행차 설계에 이 듀얼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고 밝혀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정태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jt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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