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에는 구두, 트레이닝복에는 운동화처럼 옷에 맞는 신발을 신는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입는 옷으로 따지면 타이어는 신발과 같은 역할을 한다.
타이어는 엔진과 변속기, 프레임, 섀시(차체), 서스펜션(현가장치), 휠 등에 이어 자동차 성능을 완성하는 부품이다. 승차감과 정숙성이 중요한 일반 세단에는 컴포트 타이어를 껴야 하고 빠른 속도로 서킷을 달리는 경주용차에는 스포츠 타이어나 레이싱 전용 타이어가 들어간다.
타이어 제조사들은 다양한 용도에 맞춰 최상의 성능을 내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인다. 이는 전기차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다.
최연실 금호타이어 연구개발본부 상품개발1팀 선임연구원은 "전기자동차는 고출력, 저소음이 특징"이라며 "전기차용 타이어는 전기차 특성을 모두 견디고 소화하는 한편 장점은 부각하면서 단점을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금호타이어가 전기차 전용 타이어 개발에 나선 때는 지난 2012년이다. 1년 뒤인 2013년 국내 최초 전기차 전용 타이어 '와트런(Wattrun)'이 탄생했다. 와트런은 그해 말 르노삼성자동차 준중형 전기 세단 'SM3 Z.E.'에 출고용 타이어로 장착됐다.
와트런은 출시는 금호타이어에 상당한 모험이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 도로에서 100% 전기로만 가는 차량을 찾아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친환경차 자체가 귀했지만 그마저도 내연기관에 전기 모터를 붙인 하이브리드 전기차가 대부분이었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지금에는 타이어가 '배터리 이슈'에 가려져 그다지 주목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대중화되면 전기차용 타이어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뉴스人] 최연실 금호타이어 선임연구원 "전기차에 맞는 맞춤형 타이어로 승부"
이미지 확대보기금호타이어가 2013년 처음 선보인 전기차 전용 타이어 '와트런'. 사진=금호타이어
최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전기차용 타이어가 갖춰야 할 핵심 요소는 내구성, 내마모성, 낮은 회전저항, 정숙성이다.
우선 전기차는 무게가 많이 나간다. 그리고 특정 RPM(1분당 엔진 회전 수) 영역대에서 최대 토크(회전력)를 발휘하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출발과 동시에 회전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다. 자연스레 타이어에 더 큰 힘이 가해지고 접지면이 쉽게 마모된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 때문에 내연기관차보다 약 100~300kg가량 더 무겁다"며 "타이어에 걸리는 하중 부하가 높기 때문에 전기차용 타이어는 견고한 내구성을 지녀야 하고 높은 토크를 견딜 수 있도록 내마모성 향상도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1회 충전 주행 거리를 늘리기 위해 타이어의 낮은 회전저항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회전저항은 타이어가 회전하는 동안 차체 무게와 노면과의 마찰에 따른 에너지 손실이다. 쉽게 말하면 같은 전기차 이지만 회전저항이 낮은 타이어를 장착할수록 1회 충전으로 더 멀리 갈 수 있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전기차는 소음을 최소화하는 저소음 설계 기술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전기차는 엔진 소음이 없기 때문에 주행 중 발생하는 바람이 새는 듯한 소리(풍절음)나 바닥에서 올라오는 마찰음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