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제조업체 포드(Ford)가 미-중 무역 갈등 심화 속에서 중국 시장으로 승용차와 트럭 선적을 전면 중단하는 고강도 조치를 발표했다고 21일(현지시각) 카스쿠프가 보도했다. 이는 미국산 차량에 대한 중국의 보복 관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내려진 불가피한 결정으로, 포드의 주요 인기 모델인 F-150 랩터, 브롱코, 머스탱은 물론 고급 브랜드 링컨의 네비게이터까지 수출길이 막히게 됐다.
이번 포드의 결정은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이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발단은 트럼프 행정부가 다양한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에 대한 중국의 맞대응으로, 중국 정부는 미국산 차량에 대해 최고 150%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The Wall Street Journal)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포드는 중국 시장에서 약 40만 대를 판매했지만, 이 중 미국에서 수입된 차량은 단 5500대에 불과했다. 이는 포드의 중국 시장 점유율에서 미미한 비중이지만, 고성능 모델인 F-150 랩터와 같은 트럭은 중국 시장에서 10만 달러 이상에 판매되며 포드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수익성 높은 소규모 시장이었던 만큼, 이번 수출 중단은 포드에게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완성차 수출 중단에도 불구하고 포드는 미국산 엔진과 변속기를 중국으로 계속 공급할 예정이다. 또한, 포드가 중국에서 수입하는 차종 중 하나인 링컨 노틸러스는 높은 관세에도 불구하고 선적이 지속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지 생산 및 공급망 구축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동시에, 특정 모델에 대한 시장 수요를 고려한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될 수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포드 내부 메모에 따르면 회사는 미-중 간 관세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신차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포드 모델 약 80%가 국내 생산되고 있어 수입 자동차에 대한 25%의 포괄적인 관세를 직접적으로 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온 결정이다. 그 이유는 해외에서 제조되어 차량에 사용되는 부품에 대한 관세는 여전히 부과되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얽힌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관세의 영향이 최종 소비자가격에까지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편, 자동차연구센터(Center for Automotive Research)가 이달 초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수입 관세 25% 부과는 2025년에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비용을 약 1080억 달러(약 153조원)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예측 불가능한 관세 정책으로 인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사업 전략을 재검토하는 데 분주한 상황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초 새로운 관세에 대한 일부 면제를 고려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