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를 통해 중국을 가기로 한 건 이미 두 달여 전이었다. ‘오토상하이 2025’ 취재를 위해서다. 4월 23일, 24일이 미디어 데이, 출입증을 받기 위해 전날 입국했지만, 거부. 한국 미디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 협회단 뿐만이 아니다. 특파원으로 보이는 일본인 기자 서너 명, 그리고 그나마 말이 통하는 다수의 대만 기자들이 미디어 등록 센터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하루를 꼬박 기다리는 데만 시간을 보냈고 프레스 데이 당일 반나절을 날렸다. 그러다 일부는 결국 우회로를 통해 입장했다. 나머지는 결국 실패했다. 일각에서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했고 일부는 “미국 우호국들에 대한 제재일 거”라고도 했다. 기다리는 동안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지만, 마침내 거대한 전시장을 직접 보게 된 기자는 “근거 있는 대륙의 자부심”으로 결론지었다. 확실히 전반적으로 양적 질적으로 성장했다. 카피캣으로 비난 받던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위상이다.
전시장은 마치 두 개의 세상이 동시에 펼쳐진 듯한 광경이다. 한쪽에서는 중국 토종 브랜드들의 화려한 부스를 꾸몄고 다른 한편에는 글로벌 브랜드들의 비교적 차분한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중국 토종 브랜드들의 부스였다. 거대한 LED 스크린과 현란한 조명 연출 아래 중국 기업들은 각양각색의 최신 전기차와 미래형 모빌리티를 선보였다. 샤오펑에서는 새로운 차량뿐만 아니라 휴머노이드 로봇과 장갑차, UAM(도심항공)까지 선보였다. BAIC는 전기차 브랜드 아크폭스(Arcfox)가 걸윙 도어를 펼친 콘셉트카를 전면에 내세웠고 바로 옆 부스에서는 창청자동차의 탱크(Tank)나 체리자동차의 제투어(Jetour) 같은 새로운 브랜드들이 오프로드 SUV나 수륙양용 콘셉트카까지 내놓으며 저마다 새로운 기술력을 선보였다. 베이징에서 메인이 됐던 샤오미는 2층으로 옮겨갔다.
현장에서 만난 한 외신 기자는 “색채와 소음의 대향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자동차의 형태로 융합된 현장”이라고 묘사하기까지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산 자동차는 이제 품질과 기술 면에서 미국·유럽·일본 차와 견줄 만하면서도 가격은 더욱 저렴하기 때문이다.
반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중국 시장을 중시하는 폭스바겐, 토요타,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주요 브랜드들도 신차와 콘셉트카를 내놓으며 존재감을 보이려 애썼지만, 전반적으로 몸을 낮춘 모습이었다. 생각한 키워드는 “대체불가(There is no substitute)의 역사”였다. 클래식을 앞세웠다는 말이다. 아우디도 포르쉐도 심지어 토요타도 새로 내놓는 전기차 옆에 역대 클래식 모델을 함께 전시했다. 짧은 중국 자동차 역사를 대놓고 비꼰 느낌이다. 하지만, 현지 관람객들의 반응은 “관심없다”. 요즘 중국에서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국뽕’이 차오르고 있단다. 알량한 유럽과 일본의 선진 자동차 역사라는 게 이렇게 더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없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차그룹은 이미 빠르게 눈치를 챘는지도 모른다. 항상 챙겨왔던 이 행사에 불참을 선언했다. 대신 현대모비스가 작은 부스를 마련해 미묘한 관계를 유지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