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란티스의 창립 이후 첫 CEO로 활약했던 카를로스 타바레스가 지난달 29일 전격적으로 사임했다. 자동차 업계에서 그의 사임은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스텔란티스 내부 상황을 고려할 때 이를 둘러싼 논란은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타바레스는 지난 2026년 초까지 계약을 이어갈 예정이었으나, 현지시각 1일 발표된 성명에 따라 즉각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스텔란티스는 이미 후임자를 찾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으며, 이로 인해 사임 결정이 내부적으로는 예상된 일이었음을 시사한다. 후임 CEO는 2025년 상반기에 발표될 예정이며, 그 전까지는 이사회 의장이자 페라리 회장인 존 엘칸이 주재하는 임시 집행 위원회가 경영을 맡는다.
타바레스는 최근 몇 달 동안 스텔란티스 내부 문제를 거침없이 지적해왔다. 그는 마세라티의 저조한 판매를 마케팅 실패로 꼬집었으며, 미시간 주 스털링 하이츠 공장의 품질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해당 공장에서 생산된 램 트럭 중 다수가 출고 후 수리가 필요하다는 점이 특히 논란이 되었다. 또한, 그는 과잉 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과 수요 간의 균형을 맞출 필요성을 강조했다.
스텔란티스는 2024년 동안 여러 모델의 생산이 중단되면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피아트 500e, 다지 듀랑고,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및 그란카브리오, 지프 그랜드 체로키, 피아트 판다까지 폭넓은 모델들이 수요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량 감소는 두드러졌다. 올해 3분기까지 지프의 판매량은 8% 감소했으며, 램과 다지는 24%, 크라이슬러는 21% 줄었다. 알파 로메오 역시 신차 토날레의 출시에도 불구하고 10% 감소를 기록했다.
타바레스에 대한 압박은 미국 스텔란티스 내셔널 딜러 협의회가 지난 9월 보낸 공개 서한으로 최고조에 달했다. 협의회는 타바레스 체제 하에서 지프, 램, 다지, 크라이슬러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고 비판하며, “브랜드 시장 점유율 급락, 주가 하락, 공장 폐쇄, 구조조정, 핵심 인력 이탈, 투자자 및 공급업체 소송, 그리고 파업 등으로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는 내용을 전했다.
타바레스의 사임은 스텔란티스 내 변화의 흐름 속에서 일어난 일이다. 불과 두 달 전, 산토 피칠리가 마세라티와 알파 로메오의 CEO로 임명되며 다비데 그라소와 장필립 임파라토를 각각 교체했다. 임파라토는 스텔란티스의 유럽 확대 사업과 상업 부문을 담당하는 새로운 COO로 이동했다.
카를로스 타바레스는 지난 5년 동안 스텔란티스를 이끌며 PSA 그룹과 FCA 그룹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지만, 최근 실적 악화와 내부 불만이 겹치며 궁지에 몰렸다. 이번 사임은 단순히 그의 경영 철학에 대한 논란을 넘어, 스텔란티스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