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만 하더라도 아빠들의 성공 상징이었다. 지금은 젊은 직장인들의 워너비카중 하나가 됐다. 세월은 지났지만 이미지는 더욱 젊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고급 세단 이미지는 그대로다. 바로 현대자동차의 그랜저가 그것이다. 오랜 세월 '그랜저'라는 이름 하나로 명성을 이어왔기에 더 신뢰가 간다.
그랜저는 지난해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11만 3407만대가 판매돼 베스트 셀링카로 이름을 올렸다. 3년간 그랜저IG LPG 차량 오너로서 연식 변경된 그랜저 하이브리드 2025를 꼭 경험해 보고 싶었다.
크리스마스 이브날부터 3박 4일간 그랜저 하이브리드 팬텀 블랙 컬러 차량을 시승했다. 가장 놀라웠던 건 연비 성능이다. 한 번의 주유로 최대 835km 주행이 가능한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랜저 LPG 차량을 타고 다니는 운전자로서 놀라울 수밖에 없다. 장거리 여행에도 제격인 차량이다. 복합 연비는 16.7km/L로 도심과 고속도로에서도 높은 연비를 자랑한다.
그랜저 2025는 △프리미엄 △익스클루시브 △캘리그라피로 총 세 개의 트림이다. 그중 최상위 트림 캘리그라피 하이브리드와 함께했는데 탈 때마다 감탄사를 외쳤다. 그랜저 2025는 최신 지능형 안전사양인 '차로 유지 보조(LFA) 2'를 전 트림에 기본 사양으로 적용했다. 차로 유지 보조 2는 전방 카메라의 작동 영역을 확대하고 조향 제어 방식을 보강해 기존 차로 유지 보조 기능 대비 차로 중앙 유지 성능을 향상시킨 주행 편의 기능이다. 이 기능 덕분에 직접 주행할 때는 물론 크루즈 기능을 사용할 때도 안전한 주행이 가능해 든든하다는 느낌이 절로 났다.
그랜저IG와 눈에 띄게 다른 점은 스티어링휠의 디자인이다. 초대 그랜저의 스티어링 휠을 현대의 느낌에 맞춰 재해석한 모습이다. 기존 정중앙의 현대 엠블럼이 사라졌다. 엠블럼 대신 네 개의 점이 변속할 때 컬러가 변경돼 차량의 상태를 알려준다.
버튼식 변속기어에 익숙했던 탓일까. 첫날에는 전자식 변속칼럼이 불편했다. 시승 이튿날부터 적응이 돼 마지막 날엔 완벽히 적응했다. 버튼식이나 다이얼 타입 변속기 등에 적응한 운전자들은 불편하게 느낄 수 있지만 그랜저 2025 연식 변경 모델은 변속칼럼 진동 경고 기능이 기본 적용됐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된다.
차량의 체격에서 '현대차의 최상위 모델'이라는 정체성이 잘 드러난다. 넉넉한 실내 공간은 운전자와 탑승감의 만족감을 높인다. 2열 시트의 구성이나 기능, 선루프, 적당히 크기의 창문과 선쉐이드 등 디테일함에 부족함이 없다. 가장 만족스러운 것은 가로와 세로 넉넉하고 여유로운 트렁크 공간이다.
그랜저 2025의 전면부는 우람한 볼륨감과 화려한 프론트 그릴, 한 줄의 라이팅 유닛은 현대차의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드러낸다. 측면은 긴 전장과 휠베이스가 시선을 집중시킨다. 큼직하고 마치 장인이 한땀 한땀 디자인한 것 같은 휠은 '대형 세단'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후면은 전면부의 슬림한 라인의 리어 램프를 한 번 더 보여준다.
3년간 함께한 그랜저IG를 보내고 조만간 그랜저 하이브리드 2025 오너가 된다. 아직 많은 차량을 경험해 보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타본 차량 중 하루 종일 운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이번 그랜저가 처음이다. 압도적 이점인 연비와 주행감, 편의성, 디자인 등을 고려한다면 그랜저 하이브리드 2025는 최고의 선택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