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으로 수입되는 차량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격랑에 휩싸였다. 가격 인상, 생산 중단, 할인 프로모션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관세 파고에 맞서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특히 엔진과 변속기 등 수입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시행이 5월 5일로 예정되어 있어, 자동차 업계 혼란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 '호혜적' 관세 정책이 자동차 산업에는 적용되지 않아, 25%의 수입세는 예외 없이 부과될 예정이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관세 대응 방식은 앞으로 며칠, 몇 주에 걸쳐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카앤드라이브는 현재까지 파악된 각 브랜드별 대응 현황을 종합적으로 분석, 보도했다.
제네시스,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는 현재 신차 라인업에 대해 최소 두 달 동안 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6년식 및 이후 출시될 신차부터 무상 유지 보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로 한 결정 직후 나온 것이다. ‘고객 보증(Customer Assurance)’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는 이번 가격 동결 조치는 미국의 새로운 관세에 대한 직접 대응이며, 6월 2일까지 유지될 예정이다. 제네시스 역시 ‘Genesis Cares’라는 유사한 프로그램을 내놨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기아는 아직 자체 대응책을 발표하지 않았다. 제네시스 글로벌 책임자 마이크 송은 앞서 가격 인상 계획은 당장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고객에게 비용을 전가해야 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 공동 CEO인 호세 무뇨스 역시 즉각적인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4월 2일 이후 미국으로 향하는 모든 모델의 선적을 보류하며 사태 추이를 관망 중이다. 오토모티브 뉴스 보도에 따르면, 4월 3일 이전에 수입된 차량은 정상적으로 딜러에게 인도될 예정이며, 송장에 ‘추가 수입 수수료 없음’이라는 문구와 함께 ‘0달러 옵션 코드’를 명시하여 관세 미적용 차량임을 강조하고 있다. 아우디 모기업 폭스바겐 그룹은 공식 성명을 통해 미국의 관세 부과 결정에 우려를 표하며, 공급망 및 생산 네트워크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대한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의 관세와 보복 관세가 미국 및 다른 경제 주체들의 성장과 번영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공감하며, 무역 상대국 간 건설적인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BMW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되는 3시리즈 세단, 2시리즈 쿠페, M2 모델에 대한 관세 비용을 5월 1일까지 자체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멕시코 산루이스포토시 공장의 생산 차량에 한정된 조치이다.
크라이슬러
스텔란티스 산하 크라이슬러는 캐나다 윈저 공장에서 독점 생산되는 퍼시피카와 보이저 미니밴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생산 중단 기간은 몇 주 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4월 30일까지 모든 고객에게 적격 모델에 대한 직원 가격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발표했지만, 현재 크라이슬러가 판매하는 신차는 퍼시피카와 보이저뿐이다.
닷지
마찬가지로 스텔란티스 소유인 닷지 역시 4월 30일까지 진행되는 직원 가격 할인 프로모션에 참여한다. 캐나다 윈저 공장에서 생산되는 전기 닷지 차저 데이토나는 2주 동안 중단될 예정이다.
페라리
발 빠르게 관세 인상에 대응하여 일부 고성능 모델 가격을 10% 인상했다. 가격 인상 대상 모델은 푸로산게 SUV, 12실린드리 그랜드 투어러, F80 하이퍼카이다. 반면, 296 GTB, 로마, SF90 등 다른 모델에는 추가 요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아직 공식 가격 변동 발표는 없지만,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쉐보레와 GMC는 인디애나주 포트웨인 공장에서 경량 실버라도와 시에라 픽업트럭의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M의 풀사이즈 트럭은 캐나다와 멕시코에서도 생산되며, 이 지역 생산량이 전체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이러한 생산 기지 조정을 통해 쉐보레와 GMC는 새로운 관세로 인한 비용 부담을 일부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GM의 무역 협회 AAPC는 성명을 통해 미국 내 자동차 생산 및 일자리 증진이라는 트럼프 대통령 비전에 공감하며, 소비자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고 USMCA 협정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관세가 시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포드, 링컨
‘From America, for America’라는 슬로건 아래 6월 2일까지 모든 고객에게 직원 할인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관세에 대응하고 있다. 이 프로모션을 통해 고객들은 상당한 금액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할인 대상 차량은 2024-2025년식 포드 및 링컨 모델이며, 미국에서 생산되는 특정 모델(포드 익스페디션, 링컨 네비게이터 등)과 오프로드 특화 모델인 랩터는 제외된다.
이네오스
프랑스 공장에서만 생산되는 두 가지 모델(그레나디어 SUV, 쿼터마스터 픽업트럭)을 판매하는 이네오스는 관세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경트럭에 부과되는 25%의 ‘치킨세’에 더해, 새로운 25%의 관세까지 적용되기 때문이다. '치킨세'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특정 종류의 경트럭에 오랫동안 부과되어 온 25%의 높은 관세를 비유적으로 부르는 말이다. 이네오스는 가격 인상을 불가피하게 발표했지만, 인상폭은 예상보다 크지 않다. 그레나디어 SUV 모델은 최대 5%, 쿼터마스터 모델은 최대 10%까지 가격이 인상될 예정이다. 또한, 4월 3일 이전에 이루어진 주문과 이미 딜러에 도착한 재고 차량은 가격 인상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피니티
오토모티브 뉴스에 따르면, 인피니티는 관세에 대응하여 멕시코 아과스칼리엔테스 공장에서 제조되는 QX50 및 QX55 SUV의 생산을 무기한 중단했다. 다만, 다른 국가에서 판매되는 동일 모델 생산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오토모티브 뉴스 소식통은 미국으로 향하는 소형 크로스오버 모델 생산은 25% 관세가 철폐되거나 인하될 경우에만 재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지프
스텔란티스 소유인 지프 역시 모든 고객에게 직원 가격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에 동참한다. 포드와 동일하게 6월 2일까지 진행되지만, 스텔란티스 할인은 4월 30일까지만 적용된다.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콤팩스 SUV와 전기 왜고니어 S 모델은 4월 한 달 동안 생산이 중단된다.
앨라배마주 터스컬루사 공장에 새로운 수입 모델 생산 라인을 추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토모티브 뉴스는 생산 변화의 유력 후보로 메르세데스의 베스트셀러 수입 모델인 GLC급 소형 SUV를 지목했다. 또한, 가장 저렴한 수입 모델 판매를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각각 4만2400달러(약 6200만원)와 4만5550달러(약 6650만원)부터 시작하는 GLA급 소형 럭셔리 SUV와 CLA급 소형 세단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메르세데스-벤츠 대변인은 블룸버그의 초기 보도를 반박하며 지속적인 판매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램
스텔란티스 소유의 램 역시 자사 모델을 구매하는 모든 고객에게 직원 가격을 제공한다. 스텔란티스의 할인은 4월 30일까지 적용되며, 현재 포드가 제공 중인 6월 2일까지의 할인과는 차이가 있다.
닛산
고객들을 지원하기 위해 베스트셀러 모델인 로그 소형 SUV와 3열 패스파인더의 가격을 내렸다. 로그는 640달러(약 93만원)에서 1930달러(약 281만원), 패스파인더는 670달러(약 978만원)에서 1170달러(약 170만원)까지 가격이 인하된다. 두 모델 모두 주로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생산되지만(일부 로그는 일본 생산),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닛산의 엔트리 레벨 모델(킥스, 센트라, 베르사)의 가격 변동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폭스바겐
미국으로 수입되는 폭스바겐 모델에는 목적지 요금 외에 추가 수수료가 부과될 예정이다. 오토모티브 뉴스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차량의 철도 운송을 일시 중단할 계획이며, 멕시코와 유럽에서의 선박 운송은 당분간 유지된다. 가격 인상 폭에 대한 구체 정보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며, 모델별로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3만 달러 미만(약 4380만원)의 제타 세단과 타오스 SUV, 베스트셀러 티구안은 모두 멕시코에서 수입되며, 골프 GTI 해치백, 고성능 모델인 골프 R, 전기 미니밴 ID.Buzz는 독일에서 들여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