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과한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25%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극명한 희비쌍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9일(현지시각) 탑기어(Top Gear)의 분석을 바탕으로, 누가 관세 폭풍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될 것이며, 반대로 누가 예상치 못한 수혜를 입을지 자세히 살펴본다.
재규어 랜드로버 등 '패자' 그룹, 깊은 고민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 기업은 재규어 랜드로버(JLR)이다. JLR 생산량의 약 4분의 1이 미국 시장으로 향하지만, 정작 미국 내 생산 공장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설령 영국이 미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하여 영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가 철폐된다 하더라도, JLR의 베스트셀러인 디펜더는 EU의 슬로바키아에서 생산되므로 관세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중국 생산 차량의 미국 수출 비중이 낮은 브랜드도 안심할 수는 없다. 로터스의 경우, 중국 우한 공장에서 생산되는 전기 자동차 엘레트라와 에메야가 미국의 새로운 관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미니 역시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미니는 영국(해치)과 독일(컨트리맨)에서 생산되며, 대부분 영국산 엔진을 사용한다. 결국 한국, 일본, 미국 브랜드의 미국 생산 차량들과 경쟁해야 하는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미국 내 생산 기반이 없는 아우디 역시 관세 직격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부분 차량이 EU에서 조립되어 미국으로 수입되므로, 무역 협정의 혜택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나마 가장 많이 팔리는 Q5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과거 NAFTA) 때문에 멕시코에서 생산되지만, 다른 모델들의 관세 부담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너럴 모터스(GM)는 다소 복잡한 상황에 처했다. 멕시코와 캐나다 국경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무역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지만, 이제 상대적으로 낮은 미국 내 생산 비중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미국 내 많은 공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관세로 인해 수익성과 주가가 하락하는 시기에 생산 시설을 재편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폭스바겐 또한 안심할 수 없다.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약 3분의 2는 해외에서 생산된다. 특히 티구안을 생산하는 멕시코 공장에서 수입되는 차량에 대한 관세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고가 브랜드 롤스로이스 역시 추가 비용 발생이 불가피해 보인다. 독일산 엔진을 비롯한 많은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설령 영국이 미국과 무역 협상을 체결하더라도 완전한 관세 혜택을 누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미국 고객들의 부담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트럼프 관세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롭거나 오히려 혜택을 볼 수 있는 기업들도 있다. 놀랍게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인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는 대부분 경쟁사보다 훨씬 적은 관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량을 미국 내 공장에서 생산하기 때문이다.
리비안 역시 미국 내에서 모든 차량을 생산하는 대형 제조업체로서, 관세 부과라는 악재 속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포드 또한 미국 내 생산 비중이 GM보다 훨씬 높아 관세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 시장에서 비교적 큰 규모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미국에 많은 차량을 수출하거나 미국에서 많은 차량을 수입하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 운영이 관세 충격으로부터 잘 격리되어 있다는 평가이다.
결론적으로, 트럼프의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 정책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상당한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 생산 기반을 갖춘 테슬라, 리비안, 포드와 같은 기업들은 경쟁사 대비 유리한 위치를 점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의 기회를 엿볼 수 있는 반면, 해외 생산 비중이 높거나 미국 내 생산 시설이 없는 JLR, 로터스, 미니, 아우디, GM, 폭스바겐, 롤스로이스 등은 상당한 관세 부담과 그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