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중국이 EU의 현재 전기 자동차 관세를 대체할 수 있는 가격 하한선 설정에 대한 협상을 시작했다고 10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이 독일 한델스블라트 신문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의도치 않게 유럽 시장에서 중국 자동차의 입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 내 노출을 제한하는 상황 속에서 나온 중요한 움직임이다.
EU 대변인은 이날, 마로스 세프코비치 무역담당 집행위원이 지난 24시간 이내에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 장관과 회담을 가졌다고 공식 확인했다. 양측은 회담에서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가격 하한선을 설정하는 방안의 타당성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이를 위한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상무부 역시 베이징에서 관련 협상이 "즉시 시작될 것"이라고 화답하며 양측의 협상 의지를 분명히 했다.
세프코비치 위원은 이전부터 모든 가격 하한선은 그 효과와 검증 가능성에 있어 현재의 관세 조치와 동등한 수준이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EU는 이미 2023년 10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최대 45.3%에 달하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는 특히 헤네시와 레미 마틴과 같은 프랑스 코냑 수출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를 야기하기도 했다.
이번 EU와 중국 간의 협상 시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무역 전략에 의해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대한 '상호 관세'를 3개월 동안 유예한다고 발표하면서, 특히 중국 제품에 대한 추가 세금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중국 수입품에 대한 이러한 표적화된 접근 방식은 글로벌 자동차 무역에 흥미로운 역학 관계를 만들어냈다. 미국 시장 진입에 엄청나게 높은 장벽에 직면한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EU의 관세에도 불구하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유럽 시장 공략에 더욱 집중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업계 분석가들은 중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이 전체 수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적다는 점을 지적한다. 오히려 유럽 시장은 BYD, SAIC, 지리(Geely)와 같은 중국 자동차 브랜드에게 점점 더 중요한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정책으로 인해 조성된 관세 환경은 중국의 자동차 수출 전략을 사실상 미국이 아닌 유럽으로 방향을 전환시키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제 무역 전문가는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전형적인 무역 우회 사례"라며, "미국 시장이 징벌적인 관세를 통해 중국 차량에 대해 사실상 폐쇄됨에 따라, 제조업체들은 여전히 장벽을 관리할 수 있는 다른 시장에 대한 투자를 두 배로 늘리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EU가 현행 관세 제도에 대한 대안으로 가격 하한선 논의에 나선 것은,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이 글로벌 무역 긴장을 고조시키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무역을 위한 지속 가능한 틀을 찾는 것의 중요성을 유럽 관리들이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입장에서는 비율 기반의 관세 대신 가격 하한선이 설정될 경우 유럽 사업에 더 많은 예측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를 통해 그들은 비즈니스 모델을 보다 안정적으로 조정하고, 아시아 이외의 가장 중요한 수출 지역으로 부상한 유럽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공격적인 무역 정책이 낳은 의도치 않은 결과는, 대서양 횡단 관계가 여러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오히려 중국과 유럽 간의 무역 대화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