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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車 수입관세 부활, 글로벌 자동차업계 희비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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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車 수입관세 부활, 글로벌 자동차업계 희비 교차

車업계 관계 격변기 맞아...美 관세 회귀에 흔들리는 공급망
가격 상승·수요 위축·생산 재편, 현지화가 생존 키워드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04-19 09:43

닛산 킥스 사진=닛산이미지 확대보기
닛산 킥스 사진=닛산
2025년 4월,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다시 추진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2기에 재점화된 이번 조치는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하고 무역 적자를 줄이겠다는 의도로 시행되었으며,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폭은 차량 한 대당 최대 1만200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미국 완성차 시장의 절반 가까이가 수입산 차량이었던 만큼, 관세 부활은 각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가격 경쟁력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높은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하고, 수입 의존도가 큰 업체들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SUV 중심이던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 트렌드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으며, 하이브리드·전기차에 대한 선호 증가와 관세 영향이 맞물려 새로운 시장 재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수입 관세 부활로 갈린 명암 – 미국 vs 해외 제조사


이번 관세 부과로 미국 완성차 업계와 해외 업계의 희비가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미국에 생산기지를 둔 업체들은 직접적인 관세 부담이 적어 상대적으로 유리한 반면, 해외 공장에 의존해 미국에 차량을 공급해온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 약화를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미국 소비자들이 구매한 신차 1600만대 중 절반인 약 800만대가 수입차였는데​ 특히 독일, 일본, 한국 등 주요 자동차 수출국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물량이 많다. 반면 미국 브랜드들은 주로 자국 내 공장에서 생산을 해왔기 때문에 관세 영향을 비교적 덜 받게 된다.

관세 발표 직후 주식시장에서도 명암이 엇갈렸다. 테슬라처럼 미국 내 생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전기차 업체는 주가가 오히려 소폭 상승한 반면, GM과 포드 등 전통 빅3 업체 주가는 4~7% 급락했다​. 이는 전체 자동차 수요 위축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관세로 인한 전반적인 시장 축소의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미국산 차량의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상승하게 된 것은 분명하다. 다음은 주요 브랜드별 미국 현지 생산 비중(미국 판매분 중 미국에서 생산된 비율)과 수입 의존도를 정리한 표다. 이 수치는 곧 각 브랜드가 관세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지를 나타낸다. 표는 최근 데이터를 수집, 인공지능 모델을 활용해 작성했다.

미국 판매분 중 미국에서 생산된 비율표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판매분 중 미국에서 생산된 비율표

미국 내 현지 생산 비중이 높을수록 관세 부과에 따른 가격 인상 압박이 적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위 표에서 보듯 미국 업체(포드, GM 등)는 미국 내 생산 비중이 높아 관세에 비교적 자유로운 반면, 유럽·아시아 업체들은 수입 의존도가 높아 관세 충격이 크다. 특히, 재규어랜드로버나 볼보처럼 미국 공장이 없는 제조사는 판매 차량 100%가 관세 대상이며,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와 일본의 마쯔다 등도 과반 이상의 물량을 수입에 기대 타격이 크다.
이에 비해 포드와 혼다 등은 이미 미국에서 대부분의 차량을 생산하고 있어 관세 영향이 제한적이다. 혼다의 경우 미국 판매 차량의 65%가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며​, 포드는 80%에 육박하는 물량이 미국산이다​. “미국에서 만들면 관세는 0”라는 미 정부 방침대로​, 이런 업체들은 수입 경쟁사 대비 가격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독주 가능성이다. 테슬라는 미국 내 제조·조달 비중이 높아 관세 영향이 거의 없고, 중국 등에서 부품을 들여오는 비중도 적은 편이다​. 실제로 한 투자분석가는 “25% 관세 충격 속에서도 테슬라는 비교적 안전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해외에서 완성 전기차를 들여와 판매하려던 외국계 전기차 브랜드들은 추가적인 진입장벽에 직면했다. 요컨대, 관세 부활은 미국 vs 해외 제조사 간에 새로운 격차를 만들어내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 지형을 바꿀 조짐이다.

미국 빅3와 테슬라 – “우리가 관세 수혜자”


미국의 전통 빅3(Big Three)로 불리는 포드(Ford), 제너럴모터스(GM), 그리고 과거 크라이슬러 브랜드들을 거느린 스텔란티스까지 미국 제조사들은 대체로 관세 부과에 따른 직접적 타격이 적은 편이다.
이들은 오랫동안 본토 생산을 기반으로 북미 시장을 운영해왔기에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 요인이 경쟁사 대비 낮다. 예를 들어 포드는 미국 판매 차량 중 불과 21%만 수입에 의존하며​, GM과 스텔란티스도 수입 비중이 약 45% 수준에 그친다​. 그나마 멕시코나 캐나다 공장에서 들여오는 일부 모델에만 관세가 적용되는데, 미국산 부품 비율에 따라 관세가 부분 면제될 여지도 있어 충격 완화가 가능하다.
빅3는 초기 소비자 혼란을 최소화하고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포드와 스텔란티스는 관세 시행 직후 대부분 모델에 대해 임직원 할인가를 일반 고객에게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내걸었다. 포드는 랩터(Raptor) 고성능 트럭 등 일부 인기 차종을 제외하고 6월 초까지 이 가격을 유지한다고 밝혔고, 스텔란티스(지프, 크라이슬러, RAM 트럭 등 보유)는 기존 할인과 중복해 선택할 수 있도록 4월 말까지 직원 할인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분을 상쇄시켜 수요 이탈을 방지하려는 전략이다. 실제로 4월 관세 시행 전 3월 한 달 동안 미국 자동차 판매가 급증했는데, 포드는 판매량이 전년 대비 10% 늘고, GM은 1분기 판매가 17%나 증가하는 등 소비자들이 관세 전에 미리 차량을 구입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했다​.

미국 업체 중 특히 테슬라는 관세 부활의 최대 수혜자로 거론된다. 테슬라는 판매 중인 모든 차량을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배터리 등 주요 부품도 북미 공급망을 통해 조달하는 비율이 높다. 이번 조치로 독일·한국산 전기차들이 가격 인상 압력을 받게 되면서, 기존에도 가격 경쟁력을 높여오던 테슬라의 시장 지위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직후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소폭 상승한 반면, GM과 포드 주가는 각각 7.4%, 4% 하락하는 대조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사실상 관세 방패를 등에 업고 경쟁사 대비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고 평가한다.
다만 부품까지 포함한 광범위한 관세 적용으로 인해 전체 신차 수요가 줄어들 위험은 남아 있어, 미국 제조사들도 향후 수요 위축 리스크 관리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브랜드 – 현지화로 일부 완충했지만, 여전히 부담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은 미국 시장에서 오랜 기간 성공을 거두며 적극적인 현지 공장 투자를 진행해왔다. 그 결과 토요타, 혼다, 닛산 등의 주력 차종 상당수가 미국 (또는 NAFTA 지역)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어 관세 충격을 일부 완화해준다. 예를 들어 혼다는 미국 판매 차량의 65%가 미국 현지공장에서 생산되고 있고​, 토요타도 약 절반에 달하는 물량을 미국 내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도요타 캠리, RAV4 등의 베스트셀러 모델은 켄터키주 등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어 관세 영향이 없다. 이러한 현지 생산 비중 덕분에 일본 브랜드들은 일률적으로 25% 가격을 올려야 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여전히 상당수 인기 모델들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부담이 만만치 않다. 토요타의 경우 렉서스 브랜드 차량 다수를 일본에서 들여오고 있고, 하이브리드 모델인 프리우스 등도 일본 생산분을 수입 판매한다.
토요타 타코마 픽업트럭은 2021년 이후 전량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되는데​, 이번 관세로 타코마의 미국 내 판매가격 경쟁력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닛산 역시 알티마 세단 일부와 인피니티 브랜드 차량 등 일본산 수입 비중이 남아 있다. 스바루는 인디애나 공장에서 아웃백, 에센트 등을 만들지만 여전히 포레스터, 크로스트렉 등은 일본 수입으로 채우고 있어 절반 가까운 물량이 관세 대상이다​.
마쯔다는 지난해 앨라배마주에 신공장을 열어 CX-50 SUV를 현지 생산하기 시작했지만, 그 외 CX-5, CX-9 SUV와 승용차 모델 대부분을 일본과 멕시코에서 수입하고 있어 수입 의존도가 80%를 넘는 상황이다​.
일본 업체들은 이러한 취약점을 보완하고자 빠르게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닛산은 당초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생산하는 주력 SUV 로그(Rogue)의 생산량을 줄일 계획이었으나, 관세 부과로 경쟁 모델 대비 가격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고 감산 계획을 철회했다​.
로그와 패스파인더 등 미국에서 만드는 SUV는 관세가 붙지 않아 경쟁사 수입 SUV 대비 가격 메리트가 커지기 때문이다. 닛산은 심지어 2025년형 로그와 패스파인더의 가격을 인하하는 공격적 조치를 발표했는데, 이는 판매 부진 타개와 더불어 관세에 영향받지 않는 강점을 앞세워 점유율을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편 닛산의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는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던 QX50, QX55 모델의 미국향 생산을 아예 중단했다​. 이 두 모델은 원래도 단종 예정이었지만 관세로 채산성이 악화되자 조기 생산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혼다와 토요타 역시 장기적으로 생산 현지화 비중을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 혼다는 이미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에 다수의 공장을 두고 있고, 토요타도 텍사스, 켄터키 등에서 캠리, 코롤라, 픽업 트럭 등을 생산 중이다.
다만 토요타가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 모델 대다수를 일본 생산에 의존해왔던 만큼, 관세 장기화 시 일본 공장 생산물량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일본 정부와 업계는 미국 관세가 일시적인 압박 수단에 그치길 기대하면서도,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해 미국 내 투자 확대와 공급망 재편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브랜드 – 단기 대응 고심, 장기 투자로 돌파구 모색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한국 자동차 브랜드는 이번 관세 부활로 단기적으로 가장 큰 고민에 직면한 그룹 중 하나다. 미국 내 생산 비중이 30~40% 수준에 불과해​, 현재 판매 차량의 절반 이상이 한국이나 기타 해외 공장에서 수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현대·기아가 미국에서 판매한 약 170만 대 중 100만 대가량이 수입 물량이었다고 한다​. 제네시스(현대의 고급 브랜드)를 비롯한 여러 차종이 전량 한국에서 생산되어 관세 영향을 직접 받는다.
관세 부과 직후 현대차그룹은 “일단 6월 초까지 가격을 동결한다”고 발표하며 소비자 달래기에 나섰다​. 현대차와 제네시스는 6월 2일까지 현행 가격을 유지해 관세 인상분을 당분간 자체 흡수하기로 했고, 기아 역시 비슷한 방침을 내놓았다. 메르세데스-벤츠 등 일부 유럽 브랜드가 가격 동결을 선언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단기적으로 시장 점유율 이탈을 막기 위한 완충 전략이다​. 그러나 중장기 승부수는 결국 미국 현지 생산 확대로 모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2022년 미국 조지아주에 대규모 전기차 공장 투자를 발표하고 공사에 착수했으며, 불과 2년 만인 2024년 10월 조지아 신공장에서 첫 전기차 아이오닉5가 양산될 정도로 속도를 냈다​. 현대차는 이 공장의 계획 생산능력을 당초 연 30만 대에서 50만 대로 대폭 상향 조정하고, 2025년부터는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9과 2026년 기아 EV 신모델까지 투입할 예정이다.
또한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백악관 회동에서 2028년까지 미국에 추가로 210억 달러(약 28조 원)를 투자해 앨라배마, 조지아 3개 공장의 연 생산능력을 120만 대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공격적 투자 발표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요건 대응 차원이기도 하지만, 관세 부활로 인한 생산 현지화 압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앨라배마주와 조지아주 공장에서 SUV와 세단 일부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대 싼타페, 쏘나타와 기아 텔루라이드, 소렌토 등이 현지 생산 중이며, 이들 인기 차종은 관세 영향이 없다​. 반면 펠리세이드(대형 SUV), 스포티지(SUV), 아반떼(Elantra) 일부 트림 등은 한국 생산분을 수출해왔고, 전기차 아이오닉5, EV6 등도 현재는 국내 공장 생산분을 전량 수입한다.
이런 차종들은 관세로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은 조지아 신공장에서 아이오닉5를 생산하기 시작한 데 이어, 빠른 시일 내에 전기차 현지생산 비중을 높여 관세와 보조금 요건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 업체들의 미국 내 생산 비중 확대는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관세가 완화되지 않는 한 생산 거점을 북미로 지속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편 한국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액은 연간 160억 달러 규모로, 관세 부과 시 큰 폭의 감소가 우려된다​. 관세 발표 후 한국 정부는 미국 측에 우려를 전달하고 WTO 제소 검토 등 대응책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의 이번 조치가 안보 조항(무역확장법 232조)을 근거로 하고 있어 전방위 대응에 한계가 있다. 결국 현대·기아차의 공격적인 현지 투자와 신속한 생산전환이 관세 국면을 돌파하는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독일·유럽 브랜드 – 프리미엄 강자들에 드리운 그림자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및 아우디, 포르쉐) 등 독일을 대표하는 업체들은 미국 수입관세 부활로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이들 브랜드는 미국 시장에서 주로 고급차 및 수입차 판매에 강점을 보여왔는데,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이 프리미엄 차량 수요 위축을 부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선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미국에 SUV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일부 모델은 현지 생산되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을 독일 등에서 수입한다​. 벤츠는 앨라배마 공장에서 GLE/GLS SUV 등을 생산하지만 C/E/S클래스 세단과 일부 SUV는 모두 유럽산이다.
BMW는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 X3~X7 SUV를 생산해 미국 판매분의 약 48%를 현지 조달하고 있지만​, 3시리즈 등 승용차와 SUV X1, 전기차 i4 등은 수입 판매한다. 폭스바겐 그룹의 아우디, 포르쉐 브랜드 차량은 거의 전량 유럽 수입이며, 폭스바겐 브랜드도 멕시코 공장에서 오는 제타, 티구안 및 독일산 고성능 모델 등 80%가량이 수입차다​.
영국계 재규어·랜드로버(JLR) 역시 미국에 공장이 없어 100% 수입 판매를 한다. 따라서 관세가 지속되면 유럽산 차량의 소비자 판매가격이 대폭 인상되어 수요 급감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한 분석가는 “유럽 자동차 산업은 내수 침체와 중국 전기차 공세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미국의 관세까지 더해지면 유럽 경제 전반에도 상당한 충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럽연합(EU)은 미국 관세에 대한 보복관세 등 대응책을 경고하며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유럽 업체들은 초기 대응으로 다양한 전략을 내놓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5년형 모델에 대해서는 당분간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유지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사실상 관세 비용을 제조사가 자체 흡수하겠다는 의미다. BMW도 관세 발표 직후 멕시코산 수입 차량의 관세 비용을 회사가 부담하겠다고 언급했다.
아우디는 독특한 대응으로 차량 가격명세서에 ‘수입 관세 부과금’ 항목을 신설해 관세로 추가된 비용을 투명하게 표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아우디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신차 물량을 일시 중단하며 향후 가격정책을 고민 중이다. 아우디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종 100%를 멕시코 또는 유럽에서 수입하는데, 관세 시행 직전인 4월 2일부터 모든 수입차의 미국행 선적을 일시 보류했다. 재규어 랜드로버도 “당분간 미국에 차량을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재규어 브랜드는 어차피 신모델 출시 전 공백기라 타격이 적지만, 랜드로버는 인기 SUV 판매에 차질이 생겼다. 관세가 붙은 가격으로 판매하느니 일시적 판매중단으로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 브랜드들의 고민은 프리미엄 이미지 vs 가격 현실 사이의 딜레마다.
고급차 메이커들은 함부로 할인이나 가격인하를 하지 않음으로써 브랜드 가치를 지켜왔는데, 이번 관세로 가격이 수천만 원씩 뛰게 되면 판매량 유지가 어려워진다. 일부 비용을 메이커가 부담하고, 옵션조정을 통한 가격동결 등으로 단기 대응하더라도, 관세가 장기화되면 유럽 업체들도 생산 현지화 압박을 피하기 어렵다. 이미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은 미국 공장에서 SUV 생산을 늘리고 전기차 현지 생산도 예고했다.
예컨대 BMW는 전기 SUV 미니를 미국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메르세데스는 앨라배마 공장에서 전기 SUV EQS를 생산해 미국 판매하고 있다. 폭스바겐 그룹도 전기차 ID.4를 테네시 공장에서 현지 생산으로 전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조치로 커버할 수 없는 유럽 본국 생산 차량들(특히 세단, 스포츠카)은 판매 감소가 불가피하다.
실제 미국 딜러들은 “BMW 5시리즈 세단이나 아우디 A6 등 독일산 수입 세단들의 경우 가격이 수천 달러 올라 소비자 이탈이 우려된다”는 반응이다. 관세 발표 후 3월 한달 간 벤츠와 BMW의 미국 고급차 판매는 크게 출렁였고, 관세 시행 이후 고급 수입차 수요는 위축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유럽 자동차업계와 각국 정부는 미국의 관세 조치가 일시적인 협상용 카드에 그칠지, 아니면 장기화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복수 매체에서 인용한 샌포드 번스테인(Sanford C. Bernstein) 등의 애널리스트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로 인한 미국 내 경제 충격이 커지면 결국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이 관세를 유지하는 동안 유럽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와 점유율 하락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관세의 직격탄을 맞은 유럽 프리미엄 강자들에게 이번 사태는 자존심뿐 아니라 생존을 건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멕시코·캐나다 생산기지 – 북미 공급망에 드리운 먹구름


미국의 수입관세 부활은 자동차 생산 측면에서 북미 지역의 역학관계도 흔들고 있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으로 묶인 멕시코와 캐나다는 미국 자동차 산업 공급망의 핵심 축이었다. 미국 완성차 업체와 일본·독일 브랜드들까지 멕시코와 캐나다 공장에서 차량을 조립한 뒤 무관세로 미국 시장에 공급해 왔는데, 이번 조치로 이러한 해외 생산기지 전략의 메리트가 상당 부분 상쇄될 전망이다.
2024년 기준 미국이 수입한 완성차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국가가 멕시코(250만 대)이며, 이어 대한민국(140만 대), 일본(130만 대), 캐나다(110만 대) 순이었다​. 그만큼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만들어져 미국에 들어오는 차량이 많다는 뜻인데, 관세 적용 시 이들 차량에도 25%의 추가 비용이 붙게 된다. 다만 미국 정부는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당사국에 대해 차량의 미국산 부품 비율에 따라 관세를 일부 면제해주는 조치를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멕시코에서 만든 차량이라도 미국산 부품을 50% 사용했다면 그 부분은 관세 없이 통과시키고, 나머지 50%에만 25% 관세를 부과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NAFTA 동맹국들의 반발을 달래고 공급망 붕괴를 완화하려는 의도지만, 절차가 번거롭고 완벽한 해법이 되긴 어렵다는 평가다. 관세 충격은 이미 캐나다와 멕시코 공장 가동 중단으로 현실화됐다.
스텔란티스(Stellantis)는 관세 시행 직후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윈저 조립공장 생산을 2주간 중단했다​. 이 공장은 미니밴(퍼시피카 등)과 전기차 시험 생산라인을 운영 중인데, 미국 판매분에 관세가 붙게 되자 일시적으로 생산을 멈춘 것이다. 또한 멕시코 톨루카 공장도 4월 한 달간 가동을 중단했다​. 톨루카 공장은 지프 컴패스 등 SUV를 만들고 있는데, 이 생산중단으로 미국 내 지프 물량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로 인해 윈저 및 톨루카 공장에 부품을 대던 미국 내 부품공장 노동자들이 일시 해고되는 연쇄 효과도 나타났다​.
관세 부과로 국경 너머 생산라인을 멈추면 미국 부품업체들도 타격을 입는 것이다. 캐나다 정부는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20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지원기금을 긴급 편성했고​, “미국 차를 캐나다에서 팔려면 앞으로 캐나다에서 만들라”는 강경 발언까지 내놓았다. 멕시코 역시 미국의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며 대응 관세 등 보복을 시사하고 있다. 북미 3국이 자동차 산업으로 긴밀히 연결된 만큼, 관세 충격이 동맹국 간 무역 갈등으로 번질 조짐도 보인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장기적으로는 해외 생산 물량의 미국 회귀(리쇼어링)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관세가 지속된다면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멕시코 인건비 이점을 포기하더라도 생산을 본토로 옮기는 편이 유리해질 수 있다. 실제 GM은 관세 이후 인디애나 공장의 픽업트럭 생산을 증대하기로 했고​, 포드도 일부 모델의 멕시코 생산 계획을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는 앞서 텍사스 공장에서 생산하던 타코마 픽업을 멕시코로 모두 이전했지만​, 관세가 장기화되면 다시 미국 생산 부활을 고려해야 할 수 있다. 반대로 미국 브랜드들도 캐나다 판매를 위해선 현지 생산을 검토하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컨대 관세 장벽은 북미 자동차 생산지도의 재편을 촉발시킬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러한 재편은 막대한 투자와 수년의 시간이 필요한 일이기에, 관세 조치가 단기간에 철회되지 않는 한 당분간 멕시코·캐나다발 공급망 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소비자 구매 트렌드 변화 – “가격 민감도↑, 친환경차 관심↑”


25%에 달하는 고율의 수입 관세는 미국 소비자들의 차량 구매 트렌드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관세 시행을 앞두고 신차 구매 ‘밀어내기’ 현상이 나타났다. 3월 한 달 동안 토요타(+8%), 혼다(+13%), GM(+17%) 등 주요 업체들의 판매가 급증했는데, 이는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 전에 차를 사두려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딜러들 역시 “Tariff-free(무관세)”를 내세워 3월 판매를 독려하는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관세 적용이 시작된 4월 이후에는 소비 심리 위축과 판매 감소가 우려된다. 대부분 업체들이 4~6월까지는 자체 할인을 통해 가격을 동결했지만​, 그 이후에는 인상 압박을 피하기 어려워 소비자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S&P 글로벌은 관세로 2025~2026년 미국 자동차 판매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며, 관세 비용의 상당 부분이 소비자가격에 전가되어 구매 수요를 위축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저가 차량을 찾는 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소지가 있다. 카스닷컴(Cars.com)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3만 달러 이하의 “저렴한” 신차 중 약 90%가 해외 생산차이며, 이미 물량이 빠듯한 저가차 시장이 관세로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실제로 최근 신차 재고 중 3만 달러 미만 차량 비중은 14%에 불과해, 저가 모델의 씨가 말라가는 추세였는데 관세는 이를 한층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 제니퍼 뉴먼은 “제조사들이 관세 비용을 감내하기 어려워진다면 채산성이 낮은 저가 모델부터 단종하거나 생산 축소에 나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예산이 한정된 소비자들은 신차 구입을 포기하고 더 오래된 중고차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중고차 역시 6년 이내 연식 차량은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고, 부품 가격마저 관세로 상승하면 유지비 부담까지 커져 저소득 소비자의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은 SUV 선호 일변도였던 미국 시장에 변화를 일으켜, 일부 소비자들이 가격이 상대적으로 덜 오른 세단 등으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실제 한 캘리포니아 딜러는 “랜드로버 등 고가 SUV 가격이 급등하자, 고객이 렉서스 대신 미국산 링컨 SUV나 중형 세단으로 갈아타는 사례가 보인다”고 전했다. 고급차 수요도 관세 이후 ‘다운사이징’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편,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 증대와 관세 영향도 주목된다.
미국에서는 최근 가솔린 가격 상승과 환경 의식 확산으로 하이브리드·전기차 판매 비중이 꾸준히 증가해왔다. 2024년 기준 전기차(BEV)는 미국 신차 판매의 약 8%를 차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하이브리드차도 9% 이상으로 늘어났다​. 관세 부과는 이런 친환경차 전환 흐름에 복합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우선 해외 브랜드 전기차의 단기 경쟁력이 약화된다.
현대 아이오닉5, 기아 EV6, 아우디 e-트론 등 인기 전기차 모델 상당수가 해외 공장 생산분을 수입해왔는데, 이들은 이미 미국산이 아니라서 연방 보조금($7,500)을 받지 못하던 차에 관세까지 겹치며 가격 핸디캡이 커졌다. 예컨대 아이오닉5(한국산)는 보조금 불이익 때문에 지난해 할인판매로 대응했는데, 이제 25% 관세까지 더해져 수만 달러의 가격차를 어떻게 메울지가 큰 과제로 떠올랐다.
반면 미국산 전기차를 생산·판매하는 테슬라, 포드, GM 등은 상대적 이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들은 원래도 보조금 혜택을 받아 유리한 위치였는데, 경쟁 수입 EV들의 가격 상승으로 시장 주도권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테슬라 모델Y는 관세 영향이 전혀 없지만 현대 아이오닉5는 가격 인상 압박을 받아 소비자들이 테슬라로 눈돌릴 유인이 생긴다. 이는 결과적으로 미국 내 전기차 시장에서 토종 업체들의 지배력이 높아지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도 관세가 변수다. 일본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기술 강자로 미국시장 판매가 많지만, 대표 모델 프리우스는 일본산으로 관세 대상이다. 토요타는 캠리, RAV4 하이브리드 등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해 대응하고 있으나, 일부 친환경차 모델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이는 대신 미국산 하이브리드차(포드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 등)나 전기차로 수요가 이동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궁극적으로 관세는 친환경차 전환을 더욱 가속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가격이 급등한 수입 휘발유 SUV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 안정적인 전기차로 갈아타려는 소비자 층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관세가 장기화될 경우의 이야기로, 단기적으로는 전체 시장 위축이 더 두드러진다. 미국 모빌리티 연구소의 한 전문가는 “관세로 전기차에 관심 갖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가격 상승으로 신차 구매 자체를 미루게 만드는 악재여서 결국 전반적인 수요 위축이 앞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세 충격, 일시적 진통인가 산업지형 재편 신호탄인가


2025년 미국발 자동차 수입관세 부활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지각변동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관세 부과로 제조사들은 가격정책부터 생산전략, 부품조달망까지 전방위적 대응을 강요받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반사이익을 얻으면서도 전체 수요 감소 위험에 대비해야 하고, 해외 기업들은 당면한 판매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생산 현지화라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소비자들 역시 새로운 가격 체계 속에서 지갑을 닫을지, 아니면 새로운 선택지를 찾을지 기로에 놓여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고율 관세 체제가 장기간 지속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정치적 협상 국면을 지켜보고 있다. 실제 2018년 미·중 무역분쟁 시 자동차 관세는 6개월 만에 철회된 전례가 있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의 혼란과 산업 재편 압력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미 생산지 이동과 투자 계획 변경을 검토하며 미래 전략을 수정하고 있고​, 이는 향후 몇 년간 글로벌 자동차 공급망의 지형을 크게 바꿀 수 있다.
결국 관건은 이번관세 부활이 일시적 진통으로 끝날지, 장기적 산업구조 변화로 이어질지에 달려 있다. 만약 관세가 철회된다 해도 그 동안 달라진 시장 판도는 쉽게 원상복구되지 않을 수 있다. 미국 소비자들의 선호 차량 종류 변화, 해외 기업들의 미국 투자 가속, 친환경차 전환 가속도 등 이미 여러 변화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25년 미국의 수입차 관세 드라마는 단순한 무역 이슈를 넘어, 자동차 산업의 새 시대를 예고하는 거대한 흐름의 한 부분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육동윤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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