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자동차(EV) 선두 기업 테슬라가 핵심 부품인 반도체 공급망을 중국 중심에서 벗어나 인도 등으로 확장하고 다변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21일 타임스오브인디아가 보도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미국 메모리 반도체 대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와 인도 재계 거물 무루가파 그룹(Murugappa Group) 계열사인 CG 세미(CG Semi)와 반도체 소싱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상은 테슬라가 앞서 인도 대기업 타타 그룹의 전자 부문인 타타 일렉트로닉스(Tata Electronics)와 칩 조달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진 데 이은 것이다. 이는 테슬라가 인도 반도체 생태계에 더욱 깊숙이 관여하며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로 해석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테슬라 관계자들은 약 6주 전에 타타 일렉트로닉스, 마이크론, CG 세미의 고위 임원들과 잇따라 만나 각 기업의 향후 생산 일정과 반도체 패키징 역량 등을 면밀히 파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일련의 회의는 테슬라가 인도 반도체 산업 잠재력을 광범위하게 평가하고, 장기적인 협력 관계 구축 가능성을 타진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특히 마이크론은 인도 구자라트 공장을 중심으로 인도 현지와 해외 시장을 겨냥한 칩 조립 및 테스트 사업에 주력할 예정이다.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Renesas Electronics)와 스타스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ars Microelectronics)의 합작 투자 회사인 CG 세미 역시 구자라트주 사난드 지역에 OSAT(Outsourced Semiconductor Assembly and Test, 외주 반도체 조립 및 테스트) 사업부를 설립할 계획이며, 르네사스가 주요 고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타타 일렉트로닉스는 구자라트주에 반도체 제조 공장(팹) 건설에 9100억 루피(약 15조원) 이상을, 아삼주에 OSAT 공장 건설에 2700억 루피(약 4조5000원) 이상을 투자하며 인도 반도체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중국 팹에 대한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추려는 움직임 속에서, 인도가 신뢰할 수 있는 매력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또한 X(구 트위터)를 통해 올해 인도 방문 계획을 밝힌 바 있어,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었다. 다만, 테슬라와 관련 기업들은 현재까지 이러한 논의 내용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 타타 그룹 자동차 부품 계열사인 타타 오토컴프(Tata AutoComp), IT 서비스 대기업 TCS(Tata Consultancy Services), 엔지니어링 및 기술 서비스 제공업체 타타 테크놀로지스(Tata Technologies) 등 타타 그룹의 여러 계열사들은 이미 테슬라에 다양한 부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테슬라가 인도 내 입지를 확대할 경우 그 역할을 더욱 확대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G 세미의 사난드 사업부와 마이크론의 2조3000억 루피(약 38조원) 규모 ATMP(Assembly, Testing, Marking and Packaging, 후공정) 공장은 인도 정부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의 핵심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 분석가 아슈윈 암베르카르(Ashwin Amberkar)는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비용 상승 문제로 인해 글로벌 기업들이 소싱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테슬라가 2025년까지 새로운 공급처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레거시 노드(성능보다는 안정성과 비용 효율성이 중요한 구형 공정 기반) 칩이 이러한 전략의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팝 이코노믹스(Fab Economics) CEO인 대니쉬 파루키(Danish Faruqui)는 "28~65nm 범위의 칩이 전기차 부품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언급하며, "성능과 효율성에 중요한 테슬라의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역시 이러한 칩의 안정적인 공급으로부터 큰 이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중국이 반도체 수입 관세를 인상하면서 글로벌 칩 공급망의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론, CG 파워(CG 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로 추정), 타타의 생산 시설을 갖춘 인도는 기존 칩 제조 및 패키징 분야에서 강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 베테랑인 아룬 맘파지(Arun Mampazhy)는 테슬라의 이번 전략이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특히 중국 경쟁사인 BYD가 자체 칩 사업부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도는 테슬라에게 매력적인 기회를 제공하지만, 생산 규모 확대와 성숙한 반도체 생태계 구축이라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앰버카르(Amberkar) 분석가는 테슬라와 전략적 협력이 인도 반도체 산업 발전에 중요한 촉매제가 될 수 있지만, 중국과의 치열한 가격 경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