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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남 기자의 英車記 英車] ‘기생충’…칸에 가려면 벤츠를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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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남 기자의 英車記 英車] ‘기생충’…칸에 가려면 벤츠를 타라

봉준호-송강호 호흡 5번째 영화…영화제 대상인 황금종려상 받아
한국 사회 빈익빈 부익부 극화…주인공 박 사장 벤츠 S시리즈 소유

정수남 기자

기사입력 : 2019-06-03 06:59

기생충의 극 초반 등장하는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 사진=정수남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기생충의 극 초반 등장하는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 사진=정수남 기자
칸에 가서 황금 종려상을 받으려면 벤츠를 타라(?).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 씨가 다섯번째로 호흡을 맞춘 ‘기생충’ 이야기이다. 기생충은 지난달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 72회 칸 국제 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 종려상을 받았다.

3일 영화계에 따르면 송강호(기택 역), 장혜진(충숙), 이선균(박 사장), 조여정(연교) 씨가 기생충에서 열연했다.

현재 대한민국 사회를 축소한 극은 사업가 갑부와 백수 가족의 생활을 다루고 있다.

기택은 하던 자영업을 말아 먹고, 택시 운전 등으로 가정을 이끌어 갔지만, 이마저도 그만둔 백수 가장이다. 아내 충숙 역시 일 없는 전업 주부이며, 입대 전 삼수, 제대 후 삼수 끝에 대학 진학에 실패한 큰 아들 기우(최우식)와 역시 대학 진학에 실패한 딸 기정(박소담)도 실업자이다.

이들은 반지하 단칸방에서 옹기종기 모여 피자 박스를 접는 소일거리로 생계를 유지한다.

다만, 기택 네는 돈이 생기면 모두 모여 캔맥주를 마시면서 가족애를 돈독히 한다. 피자 박스를 접고 받은 돈으로 사온 맥주를 온 가족이 모여 마신다.

극중 첫번째 간접광고(PPL)로 바로 하이트 진로의 발 포주 ‘필라이트(FiLite)’이다. 녹색 캔의 ‘FiLite’가 스크린을 메운다.

이때 기우의 절친이자 명문대 학생인 민혁(박서준)이 기택 네를 찾는다. 이어 기우와 민혁은 동네 슈퍼 앞에서 소주 잔을 기울인다. 역시 하이트 진로의 참이슬 병이 카메라에 잡힌다.

극 초반 벤츠가 스쳐 지나가는 기아차 레이.이미지 확대보기
극 초반 벤츠가 스쳐 지나가는 기아차 레이.
민혁이 참이슬을 추가로 구입해 테이블로 오자, 카메라는 민혁 뒤로 오비맥주의 ‘카스’를 알리는 벽보를 포착한다. 카스가 덤으로 세계 영화인의 주목을 받은 대목이다.

민혁은 자신이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가게 됐다면서, 현재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여고생 다혜(현승민)를 맡아 줄 것을 당부한다.

기우는 미술대학 지망생이었던 기정이 도움으로 대학 재학증을 위조해 연교와 면접을 갖고, 다혜를 가르치게 된다. 재학증에 찍힌 ‘YONSEI(연세)’가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봉 감독이 연세대학교(사회학과)를 졸업한데 따른 설정이다.

이후 기우는 다혜의 동생 다송(정현준)이 미술에 천재적인 소질이 있다면서 미국 주립대학에서 학위를 딴 제시카(기정)를 과외 선생으로 추천한다.

극 초중반 스크린에 3∼4분간 노출되는 벤츠 엠블럼. 사진=정수남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극 초중반 스크린에 3∼4분간 노출되는 벤츠 엠블럼. 사진=정수남 기자
다송의 수업이 끝날 무렵 귀가한 박 사장은 자신의 차로 제시카를 바래다 줄 것을 자신의 수행 기사인 임기사에게 지시한다.

여기서 박 사장은 자신의 차가 “벤츠 S시리즈”라고 말하고, 카메라는 라디에이터그릴의 삼각별 엠블럼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제시카가 벤츠 뒷좌서석에 타고 가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길가의 빨간색 레이와 함께 보닛 위의 기아차 엠블럼을 모두 보여준다.

여기서 기정은 자신의 펜티를 벗어 시트 포켓에 넣는데….

기정의 꼼수(?)로 임 기사는 잘리고, 중년의 베테랑 기사 기택이 벤츠를 몰게 된다.

박 사장과 기택이 벤츠를 타고 가면서 3∼4분 동안 대화하는 장면에서 벤츠의 홍보 효과가 극대화 된다. 차량 뒷좌석에 자리한 카메라 앵글이 기택이 말하는 모습과 함께 계기판 오른쪽에 위치한 작은 삼각별 엠블럼을 지속적으로 잡기 때문이다.

충숙 역시 기택과 기우, 기정의 술수로 기존 가정부 광임(이정은)을 몰아내고 박 사장 집에 합류하게 된다.

60분 동안 극의 얼개가 대충 짜여졌다.

박 사장네는 다송의 생일을 맞아 캠핑을 떠나고, 박 사장은 집은 기택네 차지가 된다. 박 사장이 가족을 태우고 랜드로버의 최고 트림 레인지 로버를 직접 몰아 주차장을 빠져나간다.

극중 박 사장은 벤츠의 검은색 세단 S시리즈를 탄다. 벤츠 S 350. 사진=벤츠 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극중 박 사장은 벤츠의 검은색 세단 S시리즈를 탄다. 벤츠 S 350. 사진=벤츠 코리아
여기서 관객은 옆에 주차된 벤츠의 엠블럼과 보닛 위의 ‘RANGE ROVER(레인지 로’와 랜드로버의 패밀리 룩인 라디에이터그릴을 볼 수 있다.

기택의 가족이 박 사장 네가 떠난 대저택에서 양주를 마시며 즐기는 동안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큰 비가 내리고, 종전 가정부 광임이 초인종을 누르는데….

광임은 자신이 잊고 나온 게 있다면서, 자신만이 알고 있는 지하실 비밀 창고로 들어간다. 이곳에는 사업을 하다 빚쟁이들에게 쫓기고 있는 광임의 남편이 숨어 있다.

여기서부터가 극의 정점이다. 갑부 집에 기생하는 기택 네와 광임 네, 부자와 빈자의 대립 등.

기택 네와 광임 네가 실랑이를 펼치고, 기택 네가 승기를 잡는다. 다만, 캠핑 간 박 사장 네가 갑작스럽게 들이닥친다. 큰 비로 캠핑장이 아수라장이 됐기 때문이다.

박 사장 가족은 캠핑을 가기 위해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를 이용한다. 사진=재규어랜로버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박 사장 가족은 캠핑을 가기 위해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를 이용한다. 사진=재규어랜로버코리아
연교는 집 도착 10분 전에 충숙에게 전화해 “다송이가 ‘짜파구리’를 먹고 싶다”고 하니, 짜파구리를 만들어 놓으라고 한다.

지하실에 묶인 광임에게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레시피를 알아낸 충숙은 급하게 짜파구리를 만든다, 모두 농심의 라면 제품이다.

짜파구리가 완성되자, 박 사장네가 집으로 들어온다.

기택 등은 대저택 거실을 대충 치우고, 충숙을 제외하고 거실 탁자 밑으로 숨는다.

극 후반 다송이 짜파구리를 먹고 싶다고 해, 충숙은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이용해 짜파구리를 만든다. 사진=정수남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극 후반 다송이 짜파구리를 먹고 싶다고 해, 충숙은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이용해 짜파구리를 만든다. 사진=정수남 기자
기택과 기우, 기정은 거실 소파에서 잠든 박 사장과 연교, 정원 잔디밭에 인디언 텐트를 치고 잠든 다송 등을 피해 주차장을 통해 대저택을 탈출한다.

기택 등이 반지하 집으로 돌아왔지만 큰 비로 동네가 모두 잠기었고, 기택의 집도 물에 잠겼다.

오물이 솟아오르지 못하도록 변기에 앉아 기정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은 대저택과 겹치면서 빈익빈 부익부로 극명하게 갈린 한국 사회를 대변하고 있다.

다음 날, 해가 뜨고 맑에 개이자, 박 사장은 다송의 생일 잔치를 연다며 가까운 지인들과 번개를 한다.

극 후반 다송의 생일 잔치에 한 하객은 미니 쿠퍼를 타고 온다. 사진=정수남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극 후반 다송의 생일 잔치에 한 하객은 미니 쿠퍼를 타고 온다. 사진=정수남 기자
모두 가진 자들로 연교는 “네 차는 미니쿠퍼니 벤츠 옆에 세워”라고 말하고, 미니 쿠퍼가 주차장으로 들서서자 벤츠 엠블럼과 미니 엠블럼이 동시에 노출된다.

미니 쿠퍼를 뒤따르는 차는 현대차 그랜저 개인 택시이다.

극 종결부 대 반전이 일어난다. 그동안 보여준 희극적인 요소를 버리고 비극으로 마무리 되는 것이다.

광임의 남편은 지하실을 탄출해 식칼을 들고 생일 잔치가 벌어지는 잔디밭에 난입한다. 기정이 그의 칼에 목숨을 잃고, 기택은 칼을 뺏어 광임 남편을 죽이고, 박 사장도 죽이게 되는데….

기생충은 개봉 3일만인 1일 현재 237만2300의 관객 동원에 성공하면서 올해 방호로서는 극한직업에 이어 두번째, 봉-송이 손잡은 두번째 1000만 관객 동원 초읽기에 들어갔다.

다른 하객은 그랜저 택시를 이용하면서 현대차가 홍보 효과를 낸다. 사진=정수남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다른 하객은 그랜저 택시를 이용하면서 현대차가 홍보 효과를 낸다. 사진=정수남 기자
이외에도 봉 감독과 송강호 씨는 2003년 살인의 추억(525만5376명), 2005년 남극일기(87만1235명), 2013년 설국열차(935만1049명) 등에서도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기생충을 본 회사원 유 모(55, 남)씨는 “씁쓸하다. 영화가 우리 사회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30일 개봉한 방화 0.0㎒(감독 유선동)에서는 현대차 스타렉스와 현대차 세단이 나오면서 현대차 엠블럼이 노출된다. 영화는 초자연 미스터리 대학 탐사동호회 0.0㎒ 회원들이 귀신을 잡기 위해 폐가를 찾으면서 시작된다.


정수남 글로벌모터즈 기자 perec@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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