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모터즈

글로벌모터즈

車부품업계 "쥐어 짤 마른 걸레도 없다"...연쇄 부도 위기

메뉴
0 공유

뉴스

車부품업계 "쥐어 짤 마른 걸레도 없다"...연쇄 부도 위기

생산 회복세 꺾이며 벼랑 끝 내몰린 부품업계
상장 부품사 84곳 상반기 영업이익 '-111.3%'
기안기금은 문턱에 막히고 채권 보증은 거절
"이젠 더 못 버텨…숨통 틔워 달라" 긴급 건의

성상영 기자

기사입력 : 2020-09-18 08:42

자동차들이 경기 평택항에서 수출을 위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자동차들이 경기 평택항에서 수출을 위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자동차 부품업계가 연쇄 부도 위기에 내몰렸다. 주식시장에 상장한 부품업체 60%가 올해 상반기 적자를 기록한 데다 3분기에는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마저 꺾여 "쥐어짤 마른걸레조차 없다"는 비명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17일 자동차산업연합회(이하 '연합회')에 따르면 상반기 상장 부품사 84곳이 거둔 영업이익 합계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마이너스(-) 111.3%'를 기록했다. 이는 84개사 영업이익을 모두 더한 뒤 지난해와 비교한 결과다. 이들 부품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2019년 7491억 원에서 올해 -845억 원으로 8300억 원 넘게 감소했다.

적자를 낸 기업은 10곳 중 6곳 꼴이다. 지난해 적자 기업 수는 전체 84개사 중 21(25%)개사였으나 올해는 49곳(58.3%)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올해 2분기에는 3분의 2에 달하는 58개사가 번 돈보다 나간 돈이 더 많았다. 여기에는 현대위아나 만도, 한온시스템 같은 굵직한 업체도 포함됐다.

상황이 이토록 악화된 건 회복세를 보이던 완성차 수출과 생산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집계한 전년 동월 대비 완성차 생산·수출 흐름을 보면 5월 -36.9%와 -57.5%를 각각 기록한 생산과 수출은 7월 -3.9%, -9.2%로 감소율이 소폭 줄었다. 그러나 8월에는 생산 -6.4%, 수출 -15.8%로 1년 전과는 거리가 더 멀어졌다.

그나마 실적을 지탱하던 내수 마저 8월에는 끝내 마이너스로 내려앉았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내수는 7월 10.5% 증가에서 8월 5.6% 감소로 돌아섰다.

내수·수출·생산이 동반 부진한 이른바 '삼중고'가 이어지면서 자동차산업 생태계 아랫부분에 있는 중소 협력사들은 가장 먼저 백기를 들었다. 지난 6월 2차 협력사 명보산업이 사업 포기를 선언한 뒤 7월에는 1차 협력사 지코가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업계에서는 자칫 연쇄 부도 신호탄이 되지는 않을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매출액 누적 손실은 2~4차 협력사로 내려갈수록 더 심각하다"라며 "8월까지는 그동안 납품했던 대금이라도 들어왔고 올해 3월까지 수출한 실적으로 버텼지만 9월 이후로는 상황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간산업 안정기금(기안기금)과 신용보증재단·기술보증재단 보증을 비롯해 자금난 해소를 위한 금융 지원책을 시행 중이지만 상당수 부품업체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지원 조건이 너무 까다로웠던 탓이다.

실제 기안기금은 자동차 관련 업종에서 28개사가 신청했지만 2개사만 지원을 받았다. 또 64개사가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을 신청했지만 절반이 넘는 38개사는 신용등급이 승인 조건인 'BB-'보다 낮거나 보증 한도를 초과했다는 등 이유로 기각됐다. P-CBO는 신용도가 낮은 기업 채권을 모아 신용보증기금 등 공적 기관 보증을 통해 우량 등급으로 만들고 해당 기업이 자금 조달에 성공하도록 돕는 증권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산업 생존과 고용 유지 여부는 앞으로 2~3개월 동안 부품업체가 유동성 어려움을 해소하는지가 결정할 것"이라며 "정부 금융대책을 보완하고 현장에 적용되는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자동차산업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한국자동차공학회, 한국자동차부품연구원이 구성한 연합회는 지난 15일 '자동차업계 긴급 금융 애로 해소를 위한 건의서'를 채택하고 정부에 전달하기로 했다.

건의서에는 △P-CBO 요건 완화와 보증 한도 확대 △보증·대출 여력 확대를 위한 정부 출연금 추가 제공(총 2~4조 원) △기안기금 신속 처리와 대·중견기업 대출요건 완화 △해외법인 담보 인정과 신용평가 기간 단축 △한국무역보험공사 수출신용보증 한도 확대 △세금 납부 유예기간 추가 연장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요건 완화 등 내용이 담겼다.


성상영 글로벌모터즈 기자 sang@g-enews.com
<저작권자 © 글로벌모터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