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러시아공장 설립을 추진한다. 현지 업체의 공장에서 부분조립생산(SKD) 방식으로는 늘어나는 판매량을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생산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의 제2도시로, 현대자동차 러시아공장이 위치한 곳이다.
현재 기아차는 현대차 공장 인근에 현지 생산시설을 확보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가 2015년 폐쇄한 공장을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공장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총사업비 5억 달러(약 5500억원)로 추정된다.
기아차는 현지 생산공장 설립을 통해 러시아 정부의 관세 장벽을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러시아 수입차에 대한 관세를 부품 관세보다 높게 책정, 자국 내 생산을 유도하고 있다.
급증하는 판매량도 기아차가 러시아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유럽기업인협회(AEB)에 따르면 기아차는 올 상반기 러시아에서 11만1214대를 팔아, 1년 전보다 31%나 증가했다.
특히 '러시아 국민차'로 등극한 기아차 리오는 상반기에만 5만1558대가 팔려 모델별 1위를 차지했다. 기아차의 러시아시장 점유율은 13.1%로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룹 수뇌부도 현지 생산시설 확보에 힘을 실어줬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달 이르쿠츠크(Irkutsk)를 거쳐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 러시아 생산·영업 현황을 점검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11년 만에 한·러 FTA(자유무역협정)가 재추진되고 있다”며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러시아를 해외전략시장으로 삼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기아차는 그동안 지난 1994년 설립된 아프토토르 공장에서 모닝 등 10개 모델을 부분조립생산 방식으로 만들고 있다. 이 공장에서는 기아차 외에도 BMW 등의 자동차가 생산된다.
김병용 기자 ironman1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