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모터즈 노정용 기자] 정의선(49)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그룹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에 오르기로 하면서 본격적인 ‘정의선 시대’를 활짝 연다.
이는 정 부회장이 지난해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승계 절차에 돌입한 데 이은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해부터 현대차그룹 경영 전면에서 광폭 행보를 보여온 정 수석 부회장이 이를 계기로 그룹 전반에 걸쳐 혁신에 가속페달을 밟을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의 핵심계열사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는 지난 26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그룹 오너 3세인 정 수석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번달 열리는 현대차(22일)와 현대모비스(15일) 주총에서 정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과 대표이사 선임이 처리될 예정이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 선임은 ‘정의선 체제’ 구축을 위한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이를 통해 ‘정의선 시대’가 열렸음을 대내외에 알리는 셈이다.
지난해부터 그룹의 크고 작은 현안을 일일이 챙기며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과 ‘수소경제’까지 도맡으면서 안팎으로 존재감을 보여 온 정 부회장이 명실상부한 그룹 총수로서 자리를 확고히 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정 부회장은 강력한 ‘혁신 드라이브’에 나설 전망이다. 정 부회장은 올해초 처음으로 주재한 시무식에서 변화와 혁신을 주요 키워드로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이를 통해 사업 경쟁력을 고도화하고 미래 대응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지금까지 성장방식에서 벗어나 우리 역량을 한데 모으고 미래를 향한 행보를 가속화해 새로운 성장을 도모해야 할 때”라며 “미래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고 조직의 생각하는 방식과 일하는 방식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 부회장은 외부 혁신과 더불어 내부 혁신에도 팔을 걷어 붙였다. 우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선진 경영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글로벌 금융, 투자, 거버넌스(경영체제) 분야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새롭게 영입한다. 또한 현대차는 이번 사외이사 후보 선정 과정에서 사외이사 주주추천제를 처음 도입했다. 이는 이사회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끌어올리고 주주들과 적극 소통하기 위한 취지다. 이와 함께 글로벌 경제 환경에 도태되지 않고 현대차그룹 가치를 높이겠다는 정 부회장 의도도 담겼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는 지난달 주주들을 대상으로 주주 권익보호 담당 사외이사 선임을 위한 예비 후보를 추천 받은 뒤 독립적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외부평가 자문단’ 자문 등을 거쳐 윤치원 부회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선정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경영혁신은 파격 인사부터 정기 공개채용 폐지, 자율복장 도입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 신임 사장에 안동일(60) 사장을 영입했다. 안동일 신임 사장은 포스코에서 34년간 몸담은 철강 엔지니어 전문가다. 현대제철 최초로 경쟁 기업에서 사장이 임명된 것이다. 기업 혁신을 위해 현대제철의 '순혈주의'가 파괴됐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은 주요 그룹 중 처음으로 신입사원 정기공채를 폐지하고 ‘상시 채용’으로 전환했다. 이어 현대차에는 자율복장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이달 4일부터 서울 본사 임직원은 근무 복장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이는 변화를 갈망하는 정 부회장의 ‘혁신’ 의지가 적극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정 부회장이 내부 소통을 위해 직접 동영상에 출연하는 파격적 행보를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 과장 승진자 세미나에 동영상 메시지를 보낸 정 부회장은 회사 경영 방침과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의 시승 소감을 진솔하게 전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모비스 주총을 계기로 정 부회장이 본격적인 혁신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는 지금껏 다소 보수적인 현대차그룹 조직 문화에서 탈피해 유연성과 혁신성을 높여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