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모터즈 노정용 기자]
국내 전자업계가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사업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자동차 패러다임이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미래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 자동차'로 탈바꿈하면서 자동차가 더 이상 내연기관이 아닌 굴러다니는 하나의 전자제품이 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지난 2015년 20%에 불과했던 차량 내 전장 부품 비중 추이가 전기자동차 등 차세대 자동차의 등장으로 내년이면 50%까지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자업계는 전장시장에서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LG전자는 지난해 12월 미국 차량용 센서 업체 '에이아이'에 44억9500만원을 투자했다. 에이아이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수행하는 칩을 하나로 모은 차량용 센서 '아이다(iDAR)'를 개발하고 있다.
LG전자는 이에 앞서 작년 11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자율주행 솔루션 업체 '바야비전'에 5억5900만 원을 투자했다. 또 같은 달 자율주행 등 자동차 분야에서 유망한 중국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차이나 모빌리티 펀드'에 10억1900만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지난해 오스트리아 전장 업체 ZKW를 약 1조 원에 인수했으며 올 1월에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AI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LG전자의 이 같은 투자는 전장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G디스플레이는 LG그룹 계열사로서는 가장 빠른 지난 2005년부터 전장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발빠른 시장 진출로 벤츠, BMW, 현대·기아차, 도요타, 혼다, 테슬라, GM 등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을 고객으로 확보한 LG디스플레이는 사업 진출 6년 만인 2011년 차량용 디스플레이 누적 판매가 1000만대를 돌파한 이후 다시 2015년에는 5000만대를 넘어섰다. LG디스플레이는 마침내 올해 1분기 누적 판매대수가 1억대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LG디스플레이는 오는 2021년까지 차량용 디스플레이 매출 2조 원을 달성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2년 전 세계 1위 전장업체인 미국 하만(Harman)을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인수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80억 달러(약 9조 원)를 내고 하만을 전격 인수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연어처리(NLP) 기술에 이어 하만 전장 오디오 기술을 포함하는 '완성형' 전장기술을 갖춘 업체가 됐다.
삼성전자는 또 하만과 합작으로 차세대 자동차 전장 기술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차량용 디지털 계기판)’ 기술을 완성했다.
하만 인수 영향으로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은 243조7700억 원을 기록해 하만 인수 직전인 2016년(201조 8700억 원)보다 매출이 20.7% 늘어났다.
투자업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4대 미래 성장사업의 하나로 자동차 전장사업을 꼽았던 만큼 삼성전자의 전장산업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하이닉스도 2016년 전장부품 테스크포스(TF) 팀 '오토모티브'를 전략팀으로 승격한 뒤 차량용 반도체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미국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가전쇼 'CES 2019'에 처음으로 참가해 모빌리티(Mobility: 이동수단)를 주제로 다양한 차량용 메모리 제품과 솔루션을 선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