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헐리우드 영화 개봉에 방화가 밀리면서 국산차 역시 다소 몸을 사렸다. 다만, 외화에 직접 나오지는 않았지만, 현대자동차가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29일 영화계에 따르면 24일 ‘어벤져스: 엔드게임(감독 안소니 루소, 조 루소)’이 전국 극장가에 걸리면서 지난주 개봉한 방화가 한 편도 없다.
전국 주요 복합상영관 역시 전체 보유 스크린에서 어벤져스에 80% 정도를 할애한 점도 여기에 힘을 보탰다.
다만, 최근 어벤져스 등 마블 스튜디오가 제작한 영화들이 흥행에 실패하고 작품 역시 완성도가 떨어지고 있지만, 이번 어벤져스 시리즈가 마지막 편이라 상대적으로 관람객 몰이에 성공했다. 개봉 4일 간 모두 488만2031명의 관객 동원에 성공한 것.
이는 올해 첫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극한직업이 같은 기간 200만명을 모객한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이다.
다만, 엔드게임은 블록버스터라는 점만 빼면 극의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극의 구성도 치밀하지 않고, 억지로 꿰맞춘 흔적이 역력하다.
시나리오는 단순하다. 지구가 인피니티 전쟁 이후 인구 절반만 살아남은 현재, 어벤져스팀이 과거로 돌아가 역사를 바꾸고 인류를 구한다는 이야기이다.
극 초반 어벤져스팀의 수장인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우주를 유영하다, 가까스로 지구로 돌아온다. 지구는 타노스(조슈 브롤린)의 공격으로 인구 50%가 사라지고 폐허가 됐다.
아이언맨은 수십년 간 우주를 헤매면서 심신이 지쳐 쉬기를 원하고, 여기에 어벤져스 팀원인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와 갈등으로 어벤져스팀을 떠나 낙향한다.
아이언맨이 떠난 어벤져스팀은 인류를 복원하기 위해 시간 여행을 생각해 내고, 방법을 찾는데 성공한다.
캡틴 아메리카 등은 아이언맨을 찾아 협조를 구하지만, 아이언맨은 거절한다.
이 장면에서 아우디가 등장한다. 캡틴 아메리카 등 어벤져스팀이 타고 온 차가 아우디의 스포츠 세단이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라디에이터 그릴의 자동차 네바퀴를 형상화 한 아우디 엠블럼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소득 없이 돌아온 어벤져스팀은 과거로 가기 위해 번번히 실패하는데….
아이언맨은 팀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집에서 혼자 과거로 여행하는 실마리를 찾는데 성공한다.
이후 아이언맨은 마음을 바꾸고 팀을 찾는다. 그 역시 아우디 스포츠 세단을 타고 팀을 찾으면서 라디에이터 그릴의 아우디 엠블럼이 스크린을 메운다.
이후 어벤져스팀은 2012년으로 돌아가 타노스 공격 이전으로 인류를 돌려놓기 위해 노력한다.
엔드게임의 장면 대부분이 컴퓨터 그래픽(CG)이라 사실감도 떨어지고, 시나리오 역시 어렵게 짜여 있어 작품의 완성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극 후반 토러스의 총공격에 어벤져스팀은 몰살 위기에 놓이면서, 인류를 구하겠다는 의지가 실패하려고 하는데….
여기서 어처구니없는 대반전이 일어난다. 그동안 마블 스튜디오가 제작한 작품의 주인공들, 닥터 스트레인지, 앤트맨, 엑스맨, 스파이더맨 등이 지원군으로 갑자기 나타나면서 양측의 싸움은 대반전을 맡는다.
결국 아이언맨은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5개의 스톤으로 제작된 장갑을 끼고, 토러스를 물리친다.
인류는 되살아나지만, 아이언맨은 치명타를 입어 죽음을 맡는다. 어벤져스팀을 포함한 마블의 모든 캐릭터 등이 아이언맨의 장례를 치른다.
마블이 인위적인 ‘감동’을 유도하는 장면이지만, 전혀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울러 장례 이후 극이 5분여간 더 지속돼 영화가 다소 지루해지면서 신파조로 흐른다.
앞서 어벤져스팀인 호크 아이(제레미 레너)가 가족들과 소풍을 즐기는 장면에서 토러스의 공격으로 가족들이 갑자기 사라진다. 호크 아이가 가족을 부르는 장면에서 스포츠유틸리티트럭(SUT)의 전면이 카메라에 잡힌다. 포드의 엠블럼과 함께.
호크 아이가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농장을 찾는 장면에서도 SUT 전면의 포드 엠블럼이 스크린에 나오기도 한다.
현재 어벤져스는 대부분 극장에서 매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어벤져스의 선전으로 국산차 업체가 덕을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주요 극장에서 영화 시작 전 홍보 영상을 내보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최근 스포츠 세단으로 탈바꿈한 신형 쏘나타를 불러오면서, 극중 등장하는 아우디, 포드보다 더 탁월한 홍보 효과를 내고 있다.
아이들과 어벤저스를 관람한 회사원 김 모(47, 여)씨는 “극 대부분이 대규모 CG 처리돼 눈은 즐겁다”면서도 “극 구성의 치밀함은 다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정수남 글로벌모터즈 기자 per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