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하반기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최중경 장관의 말이다. 당시 국내외 유가가 사상 최고를 갱신하자, 유가 안정을 위해 정유업계가 나서야 한다면서 꺼낸 이야기이다.
독과 구조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유 4사의 올해 상반기 실적이 큰 폭으로 추락했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25조95221억 원이 전년 동기(25조6041억 원)보다 1.4% 늘었다.
다만, 경영 실적의 마로미터인 영업이익과 반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각각 8286억 원, 3805억 원으로 각각 46.1%(7076억 원), 61.4%(6049억 원) 크게 감소했다.
상반기 정제 마진이 줄어서인데, 실제 두바이유는 지난해 7월 하순 배럴당 72달러에서 이달 24일 63달러로 12.5% 하락했다.
이 기간 싱가포르 시장에서 석유제품 가격 역시 휘발유가 지난해 배럴당 80달러에서 올해 72달러로, 경유는 84달러에서 78달러로 각각 10%, 7%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싼 원유를 들여와 정제해 팔아도 이윤이 많지 않은 구조인 셈이다.
업계 2위 GS칼텍스는 이날 상반기 실적을 발표하지만, SK이노베이션과 비슷할 전망이다.
◇ GS칼텍스, 오늘 실적 발표, 개선 어려울듯…1분기 순익 ‘반토막’
실제 GS칼텍스는 1분기 매출 7조9526억 원, 영업이익 3295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2%(1573억 원), 17.4%(488억 원) 증가세로 선방했다. 반면, 같은 기간 분기순이익은 873억 원으로 51.6%(1802억 원→873억 원) 줄면서 반토막이 났다.
GS칼텍스 관계자는 “비용 부담으로 순이익이 줄었다”면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업계 분위기가 대체적으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실적 하락이 불가피하다. 현재 반기 실적을 집계하고 있지만, 이 회사의 1, 2분기 실적을 본지가 합산한 결과 올해 상반기 매출은 10조4607억 원으로 전년 동기(10조2131억 원)보다 2.4% 늘었다.
같은 기간 이 회사의 영업이익과 반기순이익은 2552억 원, 1499억 원으로 57.2%(3411억 원), 62.9%(2543억 원) 크게 줄었다.
◇ S-Oil ‘빨간불’…반기순익이 적자 전환
S-Oil은 더 심각하다. 반기순이익이 적자 전환하면서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이 기간 S-Oil의 매출은 2.4%(11조4140억 원→11조6834억 원)로 능었지만, 영업이익은 1798억 원으로 72.6%(4774억 원) 급락했다. 이 같은 이유로 S-Oil은 반기순손실(338억 원)을 기록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유가가 사상 최고치로 치닫던 2011년 SK이노베이션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최고 3조원에 이르면서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같은 해 나머지 3사도 역시 사상 최고 실적을 올렸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정유 4사의 실적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다”면서도 “이들 기업의 실적이 국제 유가에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올해 상반기 이들 4사의 석유제품 수출은 201억 달러(24조4000억 원)로 전년 동기보다 8.5% 감소했다. 상반기 전체 산업의 수출 감소에 역시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