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하락과 경영 실적 악화 등으로 쌍용자동차가 다급해졌다. 쌍용자동차(대표이사 예병태)는 가솔린 1.5 엔진을 장착한 코란도를 13일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 엔진은 6월 선보인 티볼리 가솔린 엔진에 실린 엔진으로, 쌍용차가 2개월만에 같은 엔진으로 신차를 선보인 셈이다.
그만큼 쌍용차의 절박함이 묻어나는 행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앞서 쌍용차는 2009년 중국 상하이차와 결별하면서 회사가 존폐 위기를 겪었다. 다만, 쌍용차는 어려운 가운데 2.0 한국형 디젤 엔진을 개발해 2011년 초 코란도 C를 선보였다.
쌍용차는 이듬해 초 같은 엔진으로 코란도 스포츠를, 2013년에도 같은 엔진으로 코란도 투리스모를 각각 내놨다. 3년간 쌍용차의 연평균 판매 성장세는 26%.
신차가 없던 2014년 쌍용차의 내수 성장세는 8% 수준으로 급락했으며, 2015년에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 출시로 내수에서 40% 중반대의 고성장세를 기록했다.
그러다 신차 출시에도 불구하고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쌍용차의 내수 성장세는 5% 미만으로 추락했다. 올해 1∼7월 쌍용차의 내수 성장세 역시 전년 동기보다 5.4% 성장에 머물렀다.
7월 내수 판매는 전년 동월보다 11.4% 급감하면서, 올해 선보인 렉스턴 스포츠 칸, 코란도, 티볼리 등 신차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코란도와 티볼리가, 현대차 베뉴와 기아차 셀토스 등 동급 차량에 밀리고 있어서이다.
이를 감안해 쌍용차가 코란도 가솔린 1.5를 서둘러 출시했다고 업계 한 관계자는 주장했다.
여기에 르노삼성이 이달 한달간 소형 해치백 클리오와 소형 SUV QM3 등에 대한 자동차 기자단 시승행사를 개최하는 등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점도 코란도 가솔린 조기 출시에 힘을 보탰다.
지난달 르노삼성이 주문자상표부착(OEM)으로 들여오는 이들 차량의 판매는 전년 동월보다 60.2% 판매가 급증했다.
한국GM 역시 내주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내달에는 중대형 SUV트래버스를 각각 도입하고,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와 G4 렉스턴과 정면 승부한다.
◇ 경쟁사 다양한 마케팅에 신차 출시로 쌍용차 위협
쌍용차에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인 셈이다.
다만, 최고 출력 170마력, 최대 토크 28.6㎏·m를 지닌 신형 코란도 가격이 2256만원∼2755만원으로 디젤 모델보다 최대 193만원 저렴해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소형 차량의 부가가치가 낮기 때문이며, 경차의 경우 판매 마진은 5% 선이다. 현대차가 1998년 기아차와 합병 이후 경차를 기아차에 집중하고, 2002년 자사의 경차 아토스를 끝으로 경차에서 손을 뗀 이유이다.
쌍용차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6.72%(1조7506억 원→1조8683억 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분기 순이익은 각각 769억 원과 776억원으로 전년 동기(-387억 원, -396억 원)보다 크게 악화됐다.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코란도와 티볼리 등의 올해 상반기 판매(2만7001대)가 전체 판매(5만5950대) 비중 48.3%를 차지해서 이다.
티볼리 1.5 가솔린은 최고 출력 163마력, 최대 토크 26.5㎏·m를 지녔으며, 차량 가격은 1678만 원부터 2532만 원이다.
2014년부터 수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실적 악화를 부채질 했다.
쌍용차는 2013년 7만8740대로 사상 최고의 수출 실적을 달성한 이후 유럽, 러시아 등 주력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으면서 수출이 5년 연속 크게 줄었다. 쌍용차의 지난해 수출은 3만2855대로 5년 전보다 58.3%(4만5885대)가 급감했다.
쌍용차의 올해 1∼7월 수출도 1만4030대로 전년 동기(1만8248대)보다 23.1% 크게 줄었다.
쌍용차는 20일 국내자동차 기자를 대상으로 신형 코란도의 시승행사를 갖고 초반 흥행을 노린다.
이와 관련, 쌍용차 한 관계자는 6월 티볼리 1.5 가솔린 시승 행사에서 본지와 만나 “9월 경에 코란도에 같은 엔진을 탑재해 선보일 것”이라면서도 “다만, 성능에서는 티볼리 가솔린과 다소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난달 말 본지를 만난 다른 쌍용차 관계자는 “코란도 가솔린은 올해 안에 출시할 것”이라며 “현재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강조했다.
코란도 가솔린이 급조됐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 대목이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2014년 수입차의 선전으로 판매가 지속적으로 하락하자, 새로 개발한 2.2 디젤 엔진으로 같은 해 3월 기아차 신형 카니발을, 6월에는 같은 엔진으로 현대차 그랜저 디젤을, 8월에는 다시 같은 엔진으로 신형 쏘렌토를 각각 선보인 바 있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차는 동급의 라인업, 급이 다른 라인업에서도 모두 같은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이 같은 과도한 엔진 우려먹기로 현대차와 기아차는 고유의 브랜드 색깔을 잃으면서 현대차는 2013년부터 지난해 까지 6년 연속 경영 실적이 하락했다.
정수남 글로벌모터즈 기자 per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