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 재벌기업 정책에 경제정책 부재, 여기에 비호의적인 대외적 경제상황 조성까지,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 국내 주요 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공시를 본지가 합산한 결과에 따르면 재계 1위에서 5위 그룹사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2조2381억원으로 전년 동기(28조4178억원)보다 56.9% 급감했다.
같은 기간 연결기준 반기순이익 역시 11조7310억원으로 49.5%(11조4932억원)가 줄었다. 5대 기업의 영업이익과 반기순이익이 반토막이 난 셈이다.
제계 1위 삼성전자는 상반기 영업이익 6조6941억원으로 전년 동기(22조2505억원)보다 69.9% 줄었다. 이기간 삼성전자 반기순이익은 7조1518억원으로 56.7%(9조3786억원)로 급락했다.
◇ 반도체 지난해 고점 이후 올해 하향 곡선…삼성電 ‘악재’
세계 반도체 업황이 지난해 고점을 찍고 올해부터 하향 곡선을 그린데 따른 것이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초부터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국내외에서 고군분투했지만, 최저임금 급등과 근무시간 단축 등에 따른 고정 비용 증가로 정부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게 재계 평가이다.
이 부회장은 2014년 하반기부터 회사를 도맡아 경영하면서 매년 사상 최고 실적을 올렸다.
재계 3위 SK 역시 상반기 영업이익 2조4503억원으로 22.4%(7066억원) 감소로 선방했지만, 같은 기간 반기순이익은 1조4664억원으로 53.3%(1조6739억원) 줄면서 역시 반토막이 났다.
◇ 최태원 회장, 21년 경영 노하우 ‘도마 올라’
이 같은 이유로 상대적으로 빠른 1998년 하반기부터 2세 경영에 돌입한 최태원 회장의 경영 능력이 최근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3세 경영에 들어간 구광모 LG 회장도 대내외 경제 상황과 현 정부를 극복하지 못했다.
LG가 상반기 영업이익과 반기순이익이 각각 7343억원, 9736억원으로 31.4%(3364억원), 5.5%(572억원) 줄었기 때문이다.
재계 5위 롯데그룹의 주력인 롯데쇼핑은 상반기 영업이익이 2968억원, 반기순이익이 186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5%(108억원), 43.2%(1413억원) 각각 감소했다.
◇ 롯데 신동빈 회장도 역풍…반기순익 43%↓
신동빈 회장이 2017년 경영권을 물려받고 지주회사로 출범하면서 2세 경영을 시작했지만, 역시 대내외 역풍을 피하지 못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반면, 재계 2위 현대자동차 정의선 수석부회장만 올해 상반기 웃었다.
현대차의 상반기 영업이익과 반기순이익이 각각 2조626억원, 1조953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4%(4305억원), 26.6%(4107억원) 각각 크게 늘어서 이다.
이로써 올해 정 수석부회장은 부친 정몽구 회장이 2012년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한 이후, 이듬해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하락세를 보인 자사 실적 반등에 파란불을 켰다.
◇ 정의선 수석부회장, 영업익·순익 20% 중반대 증가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하반기 부친 정몽구 회장과 공동 대표에 오른 이후 친환경자동차와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를 강화하고, 비주력 해외시장 개척에 공을 들인 게 주효했다고 회사 측은 분석했다.
이와 관련,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 학과)는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단축 근무 시행으로 고정비용 증가 등 기업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정부의 경제 정책에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재계 9위인 농협지주를 제외하고 6위부터 10위인 포스코, 한화, GS, 농협, 현대중공업도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과 반기순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정수남 글로벌모터즈 기자 per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