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가 지난해 3세 경영에 들어가면서 조현범(47)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섰지만, 총체적인 위기를 맞았다. 경영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종전 의욕적으로 추진한 해외 사업이 속속 중단됐기 때문이다.
19일 현지 언론사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트럭·버스 전용타이어(TBR)를 생산하는 인도네시아 찌까랑 제3 공장 건설을 연기했다.
보도는 한국타이어 인도네시아 윤국영 총괄 책임자의 말을 인용해 “이는 세계 경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윤 책임자는 “공장 건설 지연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중국 공장 생산 제품의 미국 수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등 한국타이어가 직면한 경제적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타이어는 3000억 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던 헝가리 TBR 공장 증설 계획을 현지 공장 파업에 따른 후유증과 유럽 시장 정체로 잠정 연기했다.
이와 관련, 헝가리 투자진흥청(HIPA)은 “2007년부터 TBR을 생산해온 라칼마스 공장의 증설투자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헝가리 정부의 보조금 지급 등 지원 계약이 아직 체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조현범 사장 체제, 한국타이어 흔들려
이를 감안할 경우 2018년 경영권을 거머쥔 조현범 사장 체제의 한국타이어가 흔들리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이 3조383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85억 원)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반기순이익은 각각 2463억 원, 2183억 원으로 33.4%(1237억 원), 32.6%(1057억 원) 급감했다.
조 사장은 지난해에도 매출이 줄면서 경영 능력의 척도인 영업이익 7026억원, 당기순이익 5303억원을 올려, 전년보다 각각 11.4%(908억 원), 12.5%(761억 원) 크게 감소했다.
반면, 경쟁사인 넥센타이어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1조3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4%(528억 원)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반기순이익은 각각 1113억원, 653억원으로 42.5%(332억원), 41.9%(193억원) 크게 증가했다.
금호타이어는 역시 올해 2분기 영업이익 24억 원을 내면서 10분기 만에 흑자를, 반기 전체로도 10억 원 흑자를 각각 달성했다.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 타이어 매출이 1조1636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2830억원)보다 9% 정도 줄었지만, 고부가가치 타이어 판매 증가로 매출 하락을 극복하고 흑자를 냈다. 실제 금호타이어의 지난해 상반기 타이어 1본당 평균 판매 가격은 5만7777원이었지만, 올해 상반기는 6만280원으로 4.3% 정도 상승했다.
넥센과 금호타이어가 세계 자동차 경기가 침체기인 점을 고려해 신시장 개척과 함께 마케팅을 강화한 게 주효했다고 업계는 설명했다.
윤 책임자는 “한국타이어는 아직 새로운 시장을 찾지 못했지만 공장 증설이 아직 진행 중이라며, 제품을 흡수하기 위해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한국타이어는 11억 달러(1조3000억원), 연간 매출 규모 2000만 달러에 달하는 인도네시아의 5단계 투자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대부분 수출을 목표로하고 있으며, 현지 시장에 판매된 제품은 전체 생산량의 8% 수준이라는 게 현지 보도 내용이다.
한편, 현재 한국타이어의 시장 의존율은 아메리카 44.3%, 중동 21.5%, 유럽 21.4%, 인도네시아 8%, 아프리카 2.6%, 한국 0.2%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