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불거진 한국와 일본간의 경제 갈등으로 국내 진출한 일본 5개 완성차 브랜드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더 큰 문제는 탈출구가 없다는 것이다.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자동차연구소장)은 글로벌이코노믹과 통화에서 “일본의 아베 정권은 이번 한일 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문재인 정권의 경우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시작된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갈등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13일 밝혔다.
김 교수는 “양국이 강대강으로 대치하고 있어, 해결 방법도, 탈출구도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진출한 도요타, 렉서스, 닛산, 인피니티, 혼다의 7월 차량 등록대수는 2674대로 전년 동월(3229대)보다 17.2% 등록이 줄었다. 같은 기간 수입차 등록은 5.2% 역성장했다.
이어 이들 5개브랜드는 8월 -56.9%, 9월 -59.8% 등 등록 급감세를 보였다.
지난달에 이들 5개브랜드는 한국에서 1569대의 차량을 등록해 전년 동월(4761대)보다 67% 등록이 급감했다. 이 기간 국내 수입차 전체 등록은 6.2% 늘었다.
한일 갈등 직전인 6월 이들 5개 브랜드는 국내에서 모두 3946대를 등록해 전년 동월보다 17%(574대) 등록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수입차 등록이 -16.8%인 점을 고려하면 일본 브랜드가 경쟁사보다 2배 가량 성장세가 가파른 것이라는 게 김 교수 진단이다.
양국 갈등으로 이들 5개 브랜드 가운데 닛산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닛산의 7∼10월 차량 등록은 755대로 전년 동기(1997대)보다 62.2% 급감했다. 이어 같은 기간 도요타 42.6%(6229대→3573대), 혼다 37%(3774대→2379대), 인피니티 28%(805대→579대), 렉서스 16%(4543대→3812대) 등도 차량 등록이 크게 줄었다.
이중 갈등 개시 이후 3개월 평균 31%의 급신장세를 달성한 렉서스도 지난달에는 고꾸라졌다. 렉서스의 지난달 등록대수는 456대로 전년 동월(1980대)보다 77% 등록이 크게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사회적 눈치를 보지 않는 부유층이 한일 갈등이 길어지자, 등을 돌린데 따른 것이라는 게 업계 한 관계자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2010년대 들어 수입차가 대중화 되면서 일본 완성차 판매가 꾸준했다”면서도 “이번 한일 갈등으로 도요타, 닛산, 혼다 등 대중브랜드가 먼저 타격을 받고, 최근 들어 고급 브래드인 렉서스도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반면, 닛산의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는 앞선 3개월간 등록이 감소했으나, 지난달에는 160대 등록으로 12%(18대) 등록이 늘었다.
김 교수는 “수입차 월별 실적은 등록대수이다. 7∼9월 등록 대수는 한일 갈등 이전의 구매자의 인도 실적”이라며 “지난달 실적 급락은 한일 갈등에 따른 불매운동의 여파와 함께 기구매 계약자들이 계약을 파기하면서 렉서스의 실적도 급락으로 이어졌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어 “국내 자동차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수입차와 국산차 간의 적당한 긴장 관계가 필요하다”며 “한일 갈등은 양국의 차산업을 비롯해 여타 산업에 모두 피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트럼프 대통령 역시 한일 갈등의 해소하기 위한 중재보다는 이를 이용해 자국의 이익만 챙기고 있다는 게 김 교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