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진출한 일본 완성차 브랜드가 한일 경제 갈등에 따른 피해를 5개월째 받고 있다. 다만, 이번 갈등에 따른 해결책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이다.
1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국내 진출한 도요타, 닛산, 혼다, 렉서스, 인피니티 등은 지난달 2357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5402대)보다 판매가 56.4%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수입차 판매가 10.6%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5배 이상 감소 폭이 큰 것이다.
한일 갈등이 불거지기 전인 6월 이들 5개 브랜드의 한국 판매는 전년 동월보다 17%(3372대→3946대)로 판매가 늘면서, 같은 달 수입차 성장세(-17%)를 크게 웃돌았다.
문제는 해법이 없다는 데 있다.
이들 5개 브랜드는 판매 급락을 극복하기 위해 자사의 인기 모델에 대해 최소 500만 원부터 최대 1700만 원의 대규모 할인을 실시했다. 일부 업체는 별도로 추가 혜택 등 모두 20%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중 300만 원에서 1000만 원에 달하는 할인 혜택을 제공한 인피니티만 웃었다. 지난달 318대 판매로 전년 11월보다 96.3%(156대) 판매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들 브랜드는 이달에도 같은 할인 정책으로 연말 고객 몰이에 나서지만, 시장 반응은 회의적이다.
우선 한일 정부의 국장급이 17일 동경에서 만나 수출 규제 갈등 해소 방안을 찾았지만, 구체적인 결과를 내지 못해서 이다.
한국 측 수석대표인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은 회의 이후 “한일은 현재의 세계 안보 환경 아래 앞으로도 각자 책임과 재량 하에서 실효성 있는 수출 관리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 인식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 역시 양국이 입장 차이만을 되풀이 한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아울러 한일 역사의 특수한 상황도 일본차의 한국 회복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한국은 고대부터 일본에 문물을 전파하는 등 사회, 문화, 산업 등에서 우위의 입장이었지만, 조선시대 중기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 이어, 1910년부터 1945년까지 대한제국 강탈 등에 따른 앙금이 여전하다는 게 학계 분석이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2015년 하반기 폭스바겐이 디젤게이트로 한국 판매가 급락하자, 최고 2000만원 가까운 할인을 하면서 같은 해 11월에 업계 1위를 차지했다”면서도 “한국과 일본은 여전히 역사상으로 불편한 감정이 있고, 이번 경제 갈등 역시 과거사 문제로 불거진 만큼 국내 시장에서 일본 완성차 업체의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필수 교수는 이완 관련, “한일 갈등은 국산차 산업에도 좋지 않다”면서 “국산차와 수입차가 적당한 경쟁 관계를 가져야 관련 산업이 발전하고, 고객이 우수한 차량을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들 5개 브랜드는 올해 상반기 2만3482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2만1285대)보다 판매가 10.3% 증가했지만, 7월부터 판매가 큰 폭으로 줄어 1∼11월 누적 판매는 3만2991대로 전년 동기(4만663대)보다 18.9% 크게 줄었다.
*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장길수 감독의 1989년 작품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의 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