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발생한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영향으로 세계 자동차 업계가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셧다운' 사태를 맞았다.
우한 폐렴 확산 우려에 중국 공장들이 잇달아 문을 닫아 이들로 부터 자동차 부품을 공급받는 완성차업체들이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업종에 비해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가 큰 자동차산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생산중단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으며 쌍용차는 4일부터 12일까지 공장을 닫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닛산, 르노, 혼다, 토요타, PSA그룹, GM 등 중국에 생산 거점을 둔 완성차 업체들의 자동차 생산에 급제동이 걸렸다.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이들 업체들이 중국 현지 방문이나 출장을 금지하고 심지어 생산공장 가동 일시 중단이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GM과 혼다, PSA그룹은 우한 폐렴 발병지 우한(武漢) 공장을 무기한 폐쇄하기로 했으며 현대·기아차는 오는 9일까지 공장 휴무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중국 내 자동차 생산량이 급격히 떨어지고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될 전망이다.
지난해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최악의 감소 폭을 기록해 올해 반등을 노리고 있는 업체들에게는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의 지난해 승용차 판매는 2017만대로 2018년에 비해 8.5%(187만대) 감소해 20년 만에 최악의 감소 폭을 기록했다.
중국뿐만 아니라 국내에 생산공장을 둔 완성차 업체들 역시 우한폐렴에 따른 피해가 크다.
중국 정부가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설 명절인 '춘제(春節)' 연휴(1월 24~30일) 기간을 이달 9일까지 연장해 중국에서 수입하는 와이어링 하니스(Wiring Harness: 전선을 엮어 만든 배선 뭉치) 생산 업체들의 공장 가동이 중단돼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차량 내 통합 배선장치인 와이어링 하니스는 쉽게 설명하면 인체 혈관처럼 차량 내 전자장치를 연결하는 전선을 말한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와이어링 하니스의 중국 생산 의존도가 크다.
설상가상으로 우한시가 포함된 후베이성 정부가 춘제 연휴를 13일로 다시 연장해 국내 업체들의 부품 조달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와이어링 하니스는 부피가 커 통상 4~5일 치 재고만 비축한다"라면서 "생산 차질에 따른 재고 확보에 빨간 불이 켜졌다"고 설명했다.
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말 울산공장과 상용차를 생산하는 전주공장의 특근을 취소했으며 이날 오전부터 현대차 울산 5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울산 5공장은 제네시스 G90, G80, G70 모델과 수소연료전지차(FCEV) 넥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 등을 생산한다. 기아차는 3일부터 일부 공장 생산량 감축에 나섰다.
하언태 현대차 국내생산 담당 사장(울산공장장)은 공장 게시판에 "중국산 부품 공급 차질로 휴업이 불가피한 비상상황"이라면서 "휴업 시기와 방식은 공장별, 라인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공지를 올렸다.
쌍용차도 4일부터 휴업에 들어갔으며 12일까지 평택공장에서 자동차 생산을 중단한다. 쌍용차 부품협력 업체 레오니와이어링시스템코리아의 중국 옌타이(烟台) 공장이 9일까지 가동 중단을 연장해 와이어링 하니스 공급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와 한국지엠(GM)은 글로벌 공급망 덕분에 직접 피해는 모면했지만 재고 점검 후 특근 취소나 작업 중단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