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이 울어야할지 웃어야할지 고민이다. 영국에서 출시한 전기차가 이틀 만에 매진됐고 대기자 2만 명이 줄을 섰지만 배터리 공급업체인 LG화학의 배터리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영국 경제매체 '디스이즈머니닷유케이'에 따르면,폭스바겐이 영국에서 출시한 전기차 'ID.3' 1500대가 출시 이틀 만에 완전 매진됐다. 35대가 배정된 앨런데이그룹은 한 시간 만에 모두 다 팔렸다고 전했다.
이번에 팔린 차량들은 다음 달 영국에 도착한다.
ID.3 전기차는 4개월 전에 차량 사진과 주요 사양이 공개된 이후 소비자들이 출시를 기다려왔다. ID.3 전기차는 최소 가격이 3만 유로(2만7000파운드) 남짓이며 출시 모델은 완전 충전시 261마일을 주행할 수 있다. 이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고가 모델3보다 주행거리는 7마일 더 길면서 가격은 1만 파운드 더 싸다.
현재 차를 사겠다고 줄을 선 대기자만 2만 명에 이르러 차량 구매자들에게 인도하는 시기는 뒤로 밀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지난해 도요타의 렉서스 연간 판매량 보다 많은 것이다.
이번에 판매된 차량들은 고객들에게 3월 28일이나 29일인 3월 말께 인도될 것이라고 디스이즈머니는 전했다.
앨런데이그룹의 닉웰스 대표는 "새로운 전기차 모델은 석유자동차 광이라도 플러그인 전기차로 바꾸도록 유혹할 것"이라면서 "시장에 나오지도 않은 전기차 1500대를 판 것은 전례없는 일로 우리가 전기차 혁명의 시대에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로 실추된 회사 이미지를 만회하기 위해 전기차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폭스바겐이 출시할 골프 크기의 ID 전기차 20종을 향후 10년 동안 출시할 예정이다.
문제는 배터리 공급능력이다. 재규어와 아우디, 메스세데스벤츠 등은 이구동성으로 최근 몇 주 동안 배터리 공급에서 병목현상을 경험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재규어는 배터리 부족으로 오스트리아 그라즈 공장에서 생산하는 I-페이스 SUV 생산량을 줄였다. 폭스바겐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폭스바겐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업체 가운데는 한국 LG화학과 삼성SDI,SK이노베이션이 있다. LG화학은 폭스바겐 경쟁사들에게 일어난 배터리 공급부족의 한 가운데 있는 회사다. LG화학은 폴란드 보르츠와프 공장에서 배터리 셀을 생산해 공급하는 데 이 공장은 최근 일시 공급 일정 문제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도 동일한 문제로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폭스바겐이 폭주하는 주문에 맞춰 전기차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공급 사를 바꿔야할 것인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폭스바겐은 앞서 지난해 5월에도 삼성의 공급과 관련한 우려 때문에 배터리 구매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