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를 구입할 때 제작사에서 제공하는 취급 설명서에는 차종에 따라 아래와 같은 사고기록장치 세부 안내문이 표시되기도 한다.
자동차 제작사가 사고기록장치가 장착된 자동차를 판매하는 경우에는 법령에서 정한 사고기록장치 장착 안내문을 구매자에게 의무적으로 알려야 하고 소유자 등이 요구할 경우 사고기록장치의 기록 정보를 제공해야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자동차에 장착된 사고기록장치(EDR : Event Data Recorder)란 무엇인지, EDR 시스템의 구조, 작동 조건, 어떠한 정보가 기록되는지, EDR 데이터의 진단 방법, 데이터의 분석 및 활용 유형 등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참고로 본고의 내용과 주요 이미지는 필자가 집필에 참여한 "자동차 사고기록장치(EDR) 이론 및 실무"의 내용을 일부 활용해 편집 정리한 것이다.
◇ 자동차 사고기록장치(EDR) 개요
사고기록장치란 자동차의 에어백 제어모듈(ACM)이나 엔진 제어모듈(PCM)에 내장된 일종의 데이터 기록용 블랙박스라고 정의할 수 있다.
사고 영상을 기록하지는 않지만 사고 전 일정 시간 동안의 주행 속도, 엔진 회전수, 가속페달 변위, 스로틀 밸브 변위, 제동 스위치 ON/OFF, 조향핸들 각도 등의 운행 정보와 충돌 시의 속도 변화(delta_v), 가속도(acceleration), 전복 각도(rollover angle), 에어백 전개 정보 등의 데이터가 기록된다.
EDR은 초기 에어백의 작동 상태 모니터링과 성능 평가 진단을 위해 일부 차량에 도입돼 적용됐는데, 미국 GM에서는 에어백 감지시스템(SDM: Sensor Diagnostic Module)을 적용하면서 사고 전의 운행 정보와 충돌 정보를 보다 상세히 기록하기 시작했다.
에어백 장착이 보편화된 최근에는 EDR 적용차량이 점차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데이터에 대한 기록 항목도 정보 처리 및 이미징(Imaging)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계속적으로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 EDR의 작동 조건
자동차 사고로 에어백이 전개되거나 안전벨트 프리텐셔너(Pre-Tensioner)가 작동된 경우에는 EDR에 사고 정보가 저장된다. 여기서 안전벨트 프리텐셔너란 충돌 시 안전띠를 순간적으로 되감아 탑승자의 신체를 좌석(Seat)에 안전하게 고정시켜주는 장치를 말한다.
에어백이 전개되지 않은 경우에도 일정 크기 이상의 물리적인 충격 신호(Event)가 발생한 경우에는 사고 정보가 기록된다. 국내 및 미국의 법규에서는 충돌 후 0.15초(150ms) 시간 동안에 발생된 속도 변화의 누계가 8km/h 이상인 경우에는 EDR에 사고기록이 저장되도록 요구하고 있다.
때문에 실제 EDR이 장착된 대부분의 차량에는 법규 기준보다 다소 낮은 속도 변화 조건에서 EDR이 작동하는 트리거 임계치가 설정돼 있다. 이때 EDR의 작동 기준이 되는 속도 변화(Delta-V)란 충돌 시 매우 짧은 시간 동안에 발생된 차량의 속도 변화량을 말한다.
정면 충돌 시 차량은 차체 전면이 파손되면서 급격히 감속되고 추돌된 차량은 후미 충격에 의해 급격히 가속되면서 속도 변화를 발생시키게 된다. 충돌 시 차량에 발생하는 속도 변화는 보통 에어백 제어모듈에 내장된 가속도 센서에 의해 측정되고 그 측정된 시간과 가속도 변화를 통해 속도 변화를 연산하게 된다.
◇ EDR에 기록되는 데이터(data)
EDR에는 크게 충돌 전 정보(Pre crash data), 충돌 후 정보(Post crash data), 차량 시스템 상태 정보(System status data)가 기록된다. 충돌 전 정보는 주로 사고 발생 전 5초 동안의 각종 운행 정보가 1초에 2회씩 기록된다.
대표적인 기록 정보로는 차량 속도, 엔진 회전수, 가속페달 변위, 스로틀 밸브 변위, 제동 스위치 ON/OFF, 조향핸들 각도, ABS 브레이크 작동 정보 등이 있다.
충돌 후 정보는 사고 직후 0.2∼0.3초 동안의 가속도, 속도 변화, 롤오버(Rollover) 각도가 0.01초 단위로 기록된다. 안전벨트 프리텐셔너와 에어백이 전개된 경우에는 위치별 또는 단계별 전개 시간이 기록된다.
시스템 상태 정보는 사고 유형(Crash type), 시동 횟수(Ignition cycle), 안전벨트 착용 여부, 에어백 경고등 등의 각종 시스템 진단 정보가 기록된다. 사고 유형은 크게 전면 충돌(front crash), 후면 충돌(rear crash), 측면 층돌(side crash), 전복 사고(rollover)로 구분돼 표시되고, 시동 횟수는 엔진 시동 장치를 작동시킨 누적 횟수를 말한다.
보통 EDR에서는 이벤트가 발생한 시점의 누적 시동 횟수(Ignition cycle_crash)와 EDR 데이터를 추출한 시점의 누적 시동 횟수((Ignition cycle_download)가 기록된다. 이러한 두 가지 시동 횟수의 비교를 통해 EDR 데이터의 생성 시점을 대략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한편, EDR에 기록되는 정보와 관련해 국내와 미국의 법규에서는 반드시 기록돼야 할 필수 운행 정보와 선택적으로 추가 기록할 수 있는 정보를 구분해 표시하고 있다. 필수 운행 정보에는 진행 방향 속도 변화 누계, 자동차 속도, 스로틀 밸브 또는 가속페달 변위, 제동페달 작동 여부, 시동 횟수, 운전석 안전띠 착용 여부, 운전석 에어백 전개 시간 등 15개 항목이 있으며, 선택적으로 추가할 수 있는 정보로는 측면 방향 속도 변화, 전복 각도, 엔진 회전수, 조향핸들 각도 등 30개 항목이 설정돼 있다.
◇ EDR 데이터의 진단 및 추출
현재 국내에서 EDR 데이터를 진단할 수 있는 장비로는 보쉬(BOSCH)의 CDR 진단 시스템과 현대·기아 전용 EDR 분석 시스템이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EDR 진단 시스템은 인터페이스 진단 모듈(CDR & VCI), OBD 연결 DLC 케이블, USB 케이블, 차종별 ACM 연결 케이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노트북 PC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사고차량에 저장된 EDR 데이터는 크게 진단 시스템을 차량의 OBD 진단 커넥터에 연결해 진단(추출)하는 방식과 진단 시스템을 탈거된 에어백 제어모듈에 직접 연결해 데이터를 진단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사고 후 차량의 제어 및 통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OBD 단자를 이용해 EDR 진단이 가능하지만 사고 후 차량이 완전히 대파돼 전원 또는 통신 시스템이 고장 난 경우에는 사고차량에 부착된 에어백 제어모듈을 탈거해 EDR 데이터를 진단할 수 있다.
◇ EDR 데이터의 분석 및 활용 유형
EDR은 자동차 사고 전후 일정 시간 동안의 운행 및 충돌 정보를 비교적 상세히 기록하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과학적인 충돌 평가 및 사고원인 분석에 활용했다.
국내에서도 2015년 12월부터 EDR 관련 규정이 시행되면서 자동차의 결함 조사 및 사고 원인 분석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으며, 경찰청에서도 EDR 분석 장비를 도입하고 전문인력을 배치해 과학적인 교통사고 조사 업무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EDR에 기록된 실차 충돌 데이터는 차량의 충돌 및 안전성 평가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으며, 사고 조사 측면에서도 고의사고, 과실 판단, 속도위반, 충돌 해석, 충돌의 치명도 평가, 탑승자의 상해 위험성 평가, 사고 회피 가능성, 사고와의 인과관계, 연쇄추돌 과정, 차량 결함, 교통사고 재구성 등 사고의 원인과 요인에 대한 과학적인 응용 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