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정몽구(82) 체제에서 정의선(50) 체제로 넘어가며 본격적인 '세대교체'가 시작되고 있다.
현대차는 19일 제52기 정기 주주총회 이후 이사회를 열어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현대차 이사회 의장직을 물려받으며 '정의선 시대'를 열었다.
이에 따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의장직에서 21년 만에 물러나게 됐으며 정 수석부회장이 앞으로 3년간 이사회를 이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 현대차 이사회 의장에 선임…세대교체 '신호탄'
현대차는 이번 주총을 통해 정 수석부회장, 이원희 사장, 하언태 사장 등 3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바뀐다.
특히 이번 주총에서는 지난 1999년부터 현대차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겸직하며 현대차그룹을 세계 5위 완성차 업체로 일궈낸 정 회장이 현대차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상정되지 않았던 것은 이미 예정된 '정 부자(父子)간의 승계 절차' 중 하나라고 풀이한다.
올해 만 82세인 정 회장은 지난 2018년부터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는 등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이 현대차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것은 아들 정 수석부회장에게 힘을 더욱 실어주기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실질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으며 미등기 임원으로 경영을 총괄할 것"이라면서 "세대교체 완결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 수석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된 것은 책임경영이 본격화됐다는 신호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18년 9월 수석부회장 승진과 함께 빠르게 진행된 물갈이 인사로 부회장단을 줄이고 친정체제로 단단한 라인업을 구축했다. 이번 주총을 계기로 정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현대차의 방향도 전환점을 맞이했다.
◇정 수석부회장, '2025 전략' 통해 각종 미래 이동수단· 신규 사업 본궤도...9조7000억 원 투자
현대차는 이번 주총에서 사업 목적을 '각종 차량과 부분품의 제조 판매업'에서 '각종 차량
· 기타 이동수단과 부분품 제조 판매업'으로 변경했으며 '전동화 차량 등 각종 차량 충전 사업과 기타 관련 사업'을 신설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5 전략'에 따라 차량 전동화 분야에 오는 2025년까지 9조7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차 형제기업 기아자동차도 전기차 생산라인을 갖춰 전기차 판매가 본격화되는 2026년에 세계 무대에서 전기차 50만 대를 판매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 부회장은 전동화, 자율주행, 모빌리티(이동수단) 서비스 등 미래 사업을 본격화하고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과 함께 핵심 구동 부품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자율주행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미국 자율주행 업체 앱티브(APTIV
· 옛 델파이)와 합작법인을 세어 레벨 4~5 수준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레벨4는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고 차량이 스스로 경로를 설정하고 운행하는 것을 뜻한다. 다만 레벨4는 운전자가 반드시 탑승해야 한다.
이에 비해 레벨5는 차량이 모든 조건에서 운전자 없이 운행할 수 있는 완전 자율주행 수준이다.
한편 현대차는 항공기 등을 포함한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과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 2대 사업 구조로 전환해 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상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은 자동차는 물론 개인용 비행체(PAV), 로보틱스, 라스트마일 모빌리티(Last Mile Mobility) 등 다양한 모빌리티 제품군으로 '끊김 없는' 이동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라스트마일 모빌리티'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퍼스널 모빌리티로 불리는 초단거리 개인 이동수단으로 전동 킥보드가 대표적인 예다.
이 외에도 현대차는 자동차와 정비, 관리, 금융, 보험, 충전 등 주요 서비스를 결합해 제공하는 신사업을 추진해 수익성을 높일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오는 2025년까지 총 61조1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김현수 글로벌모터즈 기자 khs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