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를 필두로 국내 완성차 제조사는 올해 상반기에 수출에 울고 내수에서 선방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자동차산업 생태계 근간인 부품업체들에게 내수의 ‘나 홀로 성장’은 별다른 위로가 되지 못한다.
안방에서 각각 큰형과 작은형 격인 현대·기아차는 전형적인 '내강외유'였다. 현대차는 올해 국내 시장에서 지난해 상반기보다 0.1% 늘어난 38만 4613대를 판매해 해외 시장(120만 4816대)에서 30.8% 줄어든 것과 좋은 대조를 이뤘다.
올해 기아차는 지난해보다 14.6% 증가한 16만 1548대를 팔았다. 그러나 기아차는 해외 시장(88만 6448대)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1.8%나 감소하는 굴욕을 맛봤다.
이른바 '마이너 3사' 가운데 쌍용차를 뺀 르노삼성과 한국지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르노삼성은 ‘XM3’ 등 신차에 힘입어 차량 판매가 지난해 비해 51.3% 오른 5만 5242대를 기록했다. 한국지엠은 5만 대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4만 1090대를 판매해 실적이 15.4% 증가한 성적을 거뒀다. 최근 신차 가뭄과 경영난에 시달리는 쌍용차만 4만 855대로 지난해보다 판매가 27% 감소했다.
문제는 수출이다. 지난 2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통계에 따르면 상반기 자동차 수출은 82만 6710대로 지난해와 비교해 33.4% 줄었다. 이는 2002년 68만 367대를 수출한 이후 18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
생산은 162만 7534대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쳤던 2009년 상반기(152만 9553대) 이후 11년 만에 최소 수준이다. 내수시장이 아무리 좋아도 전체 생산과 수출이 감소하면 부품업체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KAMA와 중견기업연구원이 이달 23일 발표한 자동차 부품업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 68곳 중 77.9%가 ‘코로나19로 인한 수출 주문 감소’(복수응답)를 꼽았다. 국내 주문 감소(66.2%)라고 답한 비율보다 10%P 이상 높다.
주문 감소는 매출 손실로 직결됐다. 응답 기업 55곳의 올해 매출 감소 예상액은 평균 176억 원에 달했다. 이들은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25%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50개 기업은 1년 안에 만기가 다가오는 차입금 규모가 평균 157억 원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차입금 상환에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은 절반에 그쳤다. 차입금을 상환하려면 업체당 평균 74억 원 정도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단기간 빚을 갚지 못해 도산하는 부품업체가 생겨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설상가상으로 시장 상황이 호전됐을 때 부품 공급에 일부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만만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제한됐던 경제활동이 7월 이후 본격적으로 정상화하면 그동안 억눌렸던 자동차 수요가 급격히 회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코로나19 초기에 중국에서 들여온 전선다발 공급 부족으로 국내 완성차 생산라인이 멈췄던 것과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