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하늘에 물폭탄이 터졌다. 서울 등 중부지방 기준으로 지난 6월 24일 시작된 장마는 6일 현재 44일째 현재진행형이다. 부산과 대전을 비롯한 주요 대도시에서는 차량이 물에 잠기는 사고가 속출했다.
덩달아 중고차 시장도 침수차 주의보가 내렸다. 소비자들은 침수 피해를 본 차량이 중고차 시장에 매물로 나오지 않을까 우려한다.
6일 보험개발원 차량 사고 이력 조회 서비스 ‘카히스토리’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달까지 3년 7개월간 침수로 자동차보험 보상이 이루어진 차량은 1만 857대에 달한다. 올해 들어 전체 손상(760대)과 부분 손상(269대)을 합쳐 1029대가 보험 처리됐다. 중부지방에서 폭우가 절정에 이른 8월이 지나면 침수 접수 차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침수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진 않지만 통상 바퀴 위쪽 타이어 끝부분까지 잠기면 침수로 여긴다. 이렇게 되면 차량 실내에도 물이 들어와 바닥 매트와 좌석, 변속기 조작부 등이 있는 센터 콘솔까지 젖을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엔진룸과 그 아래 변속기까지 물이 들어가 부품을 상하게 한다.
전자제어장치(ECU)가 엔진, 자동변속기, 브레이크 등 주요 부품을 제어하는 요즘 자동차들은 물에 더 취약하다. 이에 따라 차량이 침수됐을 때에는 시동을 걸면 안 되고 견인을 요청에 정비소에 곧바로 입고해 점검을 받아야 한다.
중고차를 살 때 침수 여부를 확인하는 다양한 방법이 인터넷에서 소개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차량을 직접 뜯어보지 않는 한 침수차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침수차를 매입해 상품화 하는 과정에서 침수 사실이 드러날 법한 부품은 신품으로 교환하면 그만이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맨눈으로 침수 여부를 판별하기는 쉽지 않다”라며 “차량 제조사 정비 네트워크나 믿을 만한 정비소를 찾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간단하게 침수 사실을 확인하는 방법은 보험 처리 이력을 조회해 보는 정도다. 카히스토리(자동차 사고 이력)에서 차량 번호(7~8자리)로 검색하면 자동차 내부로 물이 들어와 시동이 꺼지거나 주차 중 엔진에 물이 들어가 운행이 안 돼 자동차보험으로 처리된 사항을 조회할 수 있다. 단 자동차보험 자기차량손해담보에 가입한 차량만 해당한다.
중고차 거래 업체들은 침수차에 대한 소비자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내놨다.
중고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은 매물로 올라온 차량의 보험 처리 이력을 통한 침수 정보를 제공한다. 또 혹시 모를 소비자 피해에 대비해 계약서 작성 때 ‘판매업체가 알려주지 않은 사고(침수 포함)가 나중에라도 밝혀지면 업체가 배상한다’ 등과 같은 특약을 추가하도록 권고한다.
침수 중고차를 아예 매입하지 않는 업체도 있다. 케이카는 중고차를 매입하기 전 차량을 정비소에 입고시켜 하자 여부를 살펴보고 그 과정에서 침수 사실이 확인되면 매입을 거절한다. 침수차가 중고 매물로 올라오는 것을 매입 단계서부터 차단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싸고 좋은 중고차는 없다’는 중고차 시장 기본 원칙을 소비자들이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업계 관계자는 “출시된 지 오래되지 않으면서 주행거리도 짧은데 몇백만 원밖에 안 하는 매물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