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극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가롭게 여름휴가 갈 때가 아니다”
삼성·현대차·SK 등 주요 기업 총수들이 여름휴가를 잊고 내놓을 향후 경영구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50)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60) SK그룹 회장을 비롯한 대기업 총수들이 공격적인 투자와 현장 경영에 나선다. 이들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전개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주도건을 잡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모습이다.
먼저 삼성전자는 과감한 투자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상반기 깜짝 실적을 달성한 저력을 하반기에도 이어 나갈 방침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경기도 화성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에서 열린 DS(반도체 부품)부문 사장단과의 간담회에서 “가혹한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평택공장에서 진행 중인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투자와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생산라인 구축, 삼성디스플레이의 퀀텀닷(QD) 디스플레이 투자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또한 ‘상생펀드’와 ‘물대지원펀드’ 등 협력회사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으로 코로나19발(發) 위기를 함께 넘긴다는 뜻도 내비쳤다. 물대지원펀드는 1·2차 협력업체의 하위 협력사 대금 지급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2018년 경영을 총괄한 후 특별한 휴가 일정을 정해놓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올해도 3년째 여름휴가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다. 그는 지난해에는 전 직원에게 5일 이상 휴가를 쓰라며 특명을 내리고도 정작 본인은 중국 출장길에 올랐다. 올해도 전기자동차 사업으로 분주한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은 미래차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실탄을 확보해야 한다. 전기차와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로보틱스 등 미래 사업 분야에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에 필요한 금액만 현대차 61조 원, 기아차 29조 원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은 하반기에 새 차를 대거 선보여 판매량을 늘리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판매 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9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회사에 다닌 지 30년 만에 이런 불확실한 환경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최 회장이 30년 만의 위기에 내놓은 답은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혁신)’ 가속화와 ‘세이프티 넷(Safety Net:안전망)’ 구축이다.
최근 SK 각 계열사는 딥 체인지를 사훈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딥 체인지는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서 시작한다는 게 최 회장의 생각이다. SK그룹은 여러 분야 전문가를 초빙해 직원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이천포럼’을 통해 딥 체인지 열기를 올리고 있다. 세이프티 넷은 정부뿐 아니라 기업이 생산과 소비를 통해 공동체가 함께 누리는 안전망을 일컫는다.
구광모(42) LG그룹 회장은 다른 총수와 달리 휴가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 회장은 재충전을 하면서도 사업 구상의 끈을 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최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불만)를 빠르게 읽어내 고객에게 감동으로 돌려준다는 방침을 세웠다. 과감하고 새로운 시도와 멈춤 없는 도전도 구 회장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대목이다. 구 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 인사말에서 “어려움에도 기회가 있기에 LG는 슬기롭게 대처하며 위기 이후 성장을 준비하겠다”고 역설했다. LG는 계열사별로 공급 차질과 수요 둔화에 따른 대비책을 마련해 리스크(위험)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재계 상위권은 아니지만 3세 경영 안착에 성공한 효성그룹 행보도 기대된다. 조현준(52) 효성그룹 회장은 정부 정책 ‘수소경제’와 탄소섬유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효성그룹은 지난 4월 세계적 화학기업 린데그룹과 함께 울산에 세계 최대 규모 액화수소 플랜트를 짓기로 했다. 이를 통해 효성은 2020년까지 3000억 원을 투자해 액화수소 생산과 운송, 충전시설 설치와 운영까지 과정을 구축하는 대규모 사업을 마련했다. 또한 효성첨단소재는 현대차 ‘넥쏘’에 들어갈 수소 연료탱크용 탄소섬유 납품 본계약을 앞두고 있다. 탄소섬유는 철보다 강하면서 더 가벼워 '차세대 산업의 쌀'로 불리지만 일본이 세계 생산량 60%를 차지하며 사실상 장악한 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