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재빠른 추격자)는 끝났다. 이제는 정의선표(標) 꿈의 자율주행차 시대가 활짝 열린다."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한 업계 평가다.
수십 년간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글로벌 수준급 자동차 회사를 턱밑까지 쫓아온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기술로 이제 최정상 업체들을 추월한다. 정의선(50)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승부수인 자율주행 프로젝트가 2022년 실현을 목표로 가속 페달을 밟는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과 미국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업체 앱티브(Aptiv)가 공통 투자해 만든 합작법인은 오는 2022년 운전자 개입 없는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한다. 현대차그룹은 12일 합작법인 명칭을 ‘모셔널’로 정하고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새로운 사명은 이날 전 세계 합작법인 임직원에게 온라인을 통해 공개됐다.
모셔널은 ‘모션(Motion·운동)’과 ‘이모셔널(Emotional·감정적인)’을 합친 말이다. 수십 년간 쌓아온 경험과 기술로 이뤄낸 자율주행차 ‘움직임’과 안전, 신뢰에 기반을 둔 인간 존중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모셔널은 오는 2022년까지 4단계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완전자율주행 시스템을 시험하고 2022년 로보택시(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 택시)와 모빌리티(운송·이동과 관련한 사업 영역) 사업자에게 자율주행 시스템과 지원 기술을 공급한다.
미국자동차공학회는 자율주행 수준을 0~5단계로 구분한다. 0단계는 운전자가 모든 상황을 통제한다. 1단계는 제동과 속도 조절 등 일부를 차량이 보조한다. 2단계는 차량이 조향과 차로 유지를 담당하지만 운전자가 도로 환경을 주시하면서 수시로 개입한다. 3단계는 운전자가 전방을 보지 않고 일부 상황에만 개입한다. 5단계는 완전한 무인 주행이다. 모셔널이 개발하는 4단계는 비상 상황을 제외하고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고도 자율주행’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은 메르세데스-벤츠나 포드 같은 선진 기업을 빠르게 벤치마킹해 추격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동시에 엔진·변속기 등 핵심 부품을 독자 개발하며 글로벌 5위권에 진입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자율주행 시대가 현대차그룹이 자동차산업 판도를 뒤엎을 '게임 체인저'로 본다.
정 수석부회장이 모셔널에 갖는 기대는 작지 않다. 정 수석부회장은 “모셔널은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친환경 이동수단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차세대 혁신 기업”이라며 “최첨단 자동차 기술의 역사를 새로 써온 현대차그룹 유산을 모셔널과 함께 이어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모셔널은 현대차그룹과 앱티브가 각각 40억 달러(약 4조 7400억 원) 규모로 지분 절반씩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현대차그룹은 기술 개발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앱티브는 자율주행 기술과 700여 명에 달하는 개발 인력을 공급했다.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지난해 9월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본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3월 등기 절차를 마쳤다. 본사는 미국 보스턴에 있다.
칼 이아그넴마 모셔널 최고경영자(CE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가 이동수단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고 정부와 소비자는 더 많은 신기술을 요구하고 있다”라며 “안전하고 편리한 자율주행 기술이 일상에 접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