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를 4년 만에 누르고 '안방'을 되찾았다.
상반기 출시된 신차 GV80과 G80이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며 전체 판매량을 키운 데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전(前) 벤츠코리아 사장의 ‘도피성 출국’ 논란 등 우왕좌왕하는 벤츠의 횡보(橫步)가 주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제네시스 판매량은 6만 5대로 4만 1583대를 기록한 벤츠를 앞지르고 1위를 차지했다. 벤츠와 함께 국내 고급차 시장을 휘저었던 BMW는 2만 9246대로 3위에 내려앉았다.
증가율로 보면 제네시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5% 급증했다. 벤츠는 3% 증가에 그쳤다. BMW는 35%로 가파른 판매 증가세를 보였으나 제네시스에는 한참 못 미쳤다. 이대로라면 제네시스가 연간 판매량 1위를 달성하는 것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제네시스가 국내 고급차 시장을 석권한 지는 4년 만이다. 2015년 국내에 출범한 제네시스는 이듬해 6만 6278대가 팔리며 벤츠(5만 6343대)와 BMW(4만 8459)를 앞질렀다. 그러나 이후 3년간 벤츠에 안방을 내주고 말았다. 2017년과 2018년에는 BMW에도 밀리며 3위로 내려앉기도 했다.
제네시스가 상승 기류를 본격적으로 탄 원동력은 올해 출시된 준대형 세단 ‘G80’과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이다. 먼저 출시된 GV80은 7월까지 2만 16대가 팔렸고 G80은 2만 8993대가 팔리며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량(2만 2284대)을 넘겼다. 두 차종 모두 계약 후 차량을 받기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등 인기몰이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달리 벤츠는 내부 문제로 홍역을 치르며 왕좌를 지키는 데 실패했다. 실라키스 전 사장이 지난 5월 돌연 출국한 이후 리더십 부재에 시달린 탓이다.
벤츠는 실라키스 전 사장이 한국법인 대표이사로 부임한 이후 지난해 수입차 점유율 3분의 1(31.9%)가량을 독식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3만 7000여 대에 달하는 디젤차 배출가스를 불법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환경부로부터 77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에 따라 실라키스 사장의 출국을 두고 ‘도피성이 짙다’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게다가 후임자로 내정된 뵨 하우버 벤츠 스웨덴·덴마크 사장은 한국행을 거부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그 이유로 들었다. 결국 김지섭 벤츠코리아 고객서비스부문 총괄 부사장이 직무대행을 맡는 선에서 일단락됐다.
한편 상반기 ‘신차 랠리’를 보여준 제네시스는 하반기 중 GV80보다 한 체급 작은 ‘GV70’을 출시해 상승세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