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EV) 배터리 세계최대기업인 중국 CATL이 세계 자동차 업계를 아우르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의 EV용 배터리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위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문매체 EV스마트가 전했다.
CATL은 2011년에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CATL의 저우지아 CEO(최고경영자)는 과거 애플 맥북의 배터리 기술에 관여했던 엔지니어였다. 그가 세운 CATL은 불과 10년이 안 돼 중국을 대표하는 배터리 업체로 성장했다.
CATL는 리튬 이온 등 다양한 배터리와 매니지먼트 시스템(BMS)을 생산 공급하고 있다. 연간 배터리 판매량은 2017년 일본 파나소닉을 앞질렀으며 세계 시장 점유율 3년 연속 선두를 독주 중이다.
이 같은 성장은 중국 정부의 지원과 함께 글로벌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독일 BMW와의 협업을 계기로 전 세계에서 우수한 젊은 엔지니어를 대거 스카우트해 최첨단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16년간 200만 km의 수명을 실현한 ‘초장수명 배터리’다. 보증 주행 거리는 테슬라의 ‘Model S’, ‘Model X’의 ‘8년 또는 24만 km’의 8배 이상이다. 테슬라가 최근 발표한 100만 마일 배터리보다도 길다. 100만 마일 배터리조차 CATL과 테슬라가 공동 개발한 것이다. 가격은 기존 제품과 비교해 10% 정도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비용과 품질에서 이미 경쟁업체를 능가했다는 평판이 나도는 CATL은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배터리 공급망을 휘어잡고 있다.
미 테슬라를 필두로 최근에는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BMW, PSA, 재규어 랜드로버, 미국의 GM, 일본의 도요타, 혼다, 닛산, 한국 현대차 등 세계의 유명 메이커가 CATL의 파트너가 되고 있다.
EV분야에서 36만 7820대, 2019년 시장 점유율 14%로 선두를 달리는 테슬라는 샹하이 기가 팩토리에서 생산하는 ‘모델 3’에 CATL의 배터리를 채용했다. ‘모델Y’에 대해서도 CATL의 전지를 채용할 계획이다. CATL의 배터리를 채용해 이익률을 개선하고 판매 가격도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
CATL은 비교적 싼 원재료를 조합한 인산철리튬 이온 배터리를 테슬라에 공급할 예정이다. 다른 일반 전지보다 20% 정도 비용이 내려간다.
BMW는 2018년과 2019년 총 73억 유로의 배터리 조달 계약을 CATL과 맺고 있다. 배터리는 첫 SUV ‘iX3’에 탑재됐고 중국과 유럽에서 판매된다. 중국에서는 브릴리언스오토와의 합작 공장에서 생산한다. 또 유럽에서는 CATL이 건설중의 독일 공장으로부터 배터리를 조달하게 된다. 향후 대체될 전기차에는 CATL 배터리가 주로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BMW가 자체 배터리 생산을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사에서도 배터리 생산을 계속하고, 기술개발 센터도 신설해 배터리 셀의 에너지 밀도 향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임러 그룹은 메르세데스-벤츠가 내년 발매하는 EV세단 ‘EQS’에 CATL의 전지 셀 모듈을 탑재, 주행 거리 700 km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CATL과 차세대 배터리 시스템을 공동 개발해 메르세데스-벤츠의 ‘일렉트릭 퍼스트’ 전략을 가속한다.
이 밖에도 CATL은 폭스바겐, PSA그룹, 재규어랜드로버 등 주요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과 손잡고 있다. 자동차 메이커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의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인 보쉬와도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다.
보쉬는 ‘48V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시스템’에 CATL의 고성능 배터리 셀을 탑재할 방침이다. 보쉬는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발을 빼고 배터리 사업을 포기했다.
CATL은 올 상반기에 일시적이지만 한국 LG화학에 EV용 배터리 누적 사용량에서 밀렸다. 6월 이후에는 조업도 원래대로 돌아왔고 시장점유율을 회복하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정상을 탈환할 가능성이 있다.
전 세계의 자동차 메이커와 관계를 맺은 CATL이지만 실제 CATL제 배터리를 탑재한 시판 차는 아직 많지 않다. 대부분이 아직 출하 실적이 없는 개발 중인 모델이다. CATL이 유리한 입장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글로벌 경쟁은 아직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