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역대 세 번째로 임금을 동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위기 극복, 그리고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변화 대응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풀어야 한다는 데 노사가 공감대를 형성한 결과다.
26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이하 '노조')에 따르면 전날(25일) 전체 조합원 4만 9598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결과 4만 4460명이 투표에 참여해 52.8%인 2만 3479명 찬성으로 가결됐다.
노사가 앞서 마련한 잠정합의안 주요 내용은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150%, 코로나 위기 극복 격려금 120만 원, 우리사주 주식 10주, 전통시장 상품권 20만 원 지급 등이다.
올해 임금협상은 여러 모로 의미가 크다. 2년 연속 '무파업 타결'을 이뤄냈고 1998년 국제통화기금( IMF) 외환위기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임금을 동결했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가 임금 동결을 가결한 것은 11년 만이다. 또한 노사는 지난달 14일 교섭을 시작한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짧은 40일 만에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조 집행부는 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24일 내부 소식지를 통해 조합원 설득에 나섰다. 노조는 "전 세계적 재난(코로나19) 앞에 이보 전진을 위한 선택을 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찬성을 호소했다.
노조는 "GM, 포드, 도요타, 혼다 등 경쟁 관계에 있는 글로벌 메이커(제조사)들조차도 임금 삭감과 정리해고 후폭풍을 피해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지부(노조)는 2020년 임금교섭 키워드(주제어)로 조합원 생존과 미래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합의안이 부결됐을 때 추석연휴 이후 사회적 비난을 무릅쓰고 쟁의행위에 돌입해야 하는 부담감도 드러냈다.
현대차 노사는 임금 동결 외에도 조합원들 사이에서 반대 목소리가 컸던 '시니어 촉탁제' 변경에도 합의했다. 시니어 촉탁제는 정년퇴직자 중 희망자가 신입사원에 준하는 임금을 받으며 계약직으로 1년 더 일하는 제도다. 촉탁직 다수가 퇴직 전 일했던 곳이 아닌 다른 근무조로 배치돼 불만이 많았으나 이번에 이를 개선하기로 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도산 위기에 내몰린 협력사를 지원하기 위해 울산시와 울산 북구가 추진 중인 500억 원 규모 고용유지 특별지원금 조성에 참여하기로 뜻을 모았다. 노사는 '노사 공동 발전 및 노사관계 변화를 위한 사회적 선언'을 채택하기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노사가 합심해 위기를 극복하고 전동화, 자율주행 등 미래차 시대 선두주자로 도약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