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연구·개발(R&D) 핵심 참모에서부터 야전부대 지휘관까지 글로벌 수준급 석학과 전문가를 끌어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외인부대'를 갖춰 나가고 있다.
현대차는 24일과 25일 인공지능(AI) 기술 자문위원과 연구개발본부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담당을 각각 임명했다고 밝혔다. AI 기술 자문위원에는 이 분야 세계 최고 석학으로 꼽히는 미국 메사추세츠 공대(MIT) 토마소 포지오(73) 교수와 다니엘라 러스(57) 교수가 위촉됐다. R&D본부 파워트레인 담당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와 푸조시트로엥그룹(PSA) 출신 알렌 라포소(57) 부사장이 맡는다.
포지오 교수는 신경망 연구와 AI 응용 분야 권위자다. MIT 뇌·인지과학과 교수와 뇌·마음·기계센터장을 겸직한 그는 사람 시각 정보를 이론화하고 분석해왔다. 그는 또 미국 신경과학학회가 주관하는 '이론 전산 신경과학 스와츠상'을 받았다.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결을 펼친 '알파고' 개발 업체로 유명한 딥마인드 설립자 데미스 허사비스가 포지오 교수 제자다.
러스 교수는 로봇과 자율주행 연구를 병행했다. MIT 전기·컴퓨터공학과 교수로 같은 대학 컴퓨터공학·AI연구소장을 겸임 중인 그는 미국 맥아더재단이 여러 분야에서 탁월한 독창성과 통찰력을 보인 천재들에게 수여하는 '맥아더 펠로우십' 수상자이기도 하다. 러스 교수는 올해 4월 미국 대통령 직속 과학기술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됐다.
라포소 부사장은 현대·기아차 엔진과 변속기, 배터리와 모터 등 내연기관과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아우르는 R&D를 이끈다. 그는 1987년에 르노에 입사해 르노-닛산 얼라언스로 회사 몸집이 커지는 동안 파워트레인 전략 수립과 개발을 책임졌다. 라포소 부사장은 2017년에는 PSA로 자리를 옮겨 파워트레인, 배터리, 섀시(차체) 개발을 총괄했다.
세 사람이 합류하면서 자동차 제조에서 미래 운송수단(모빌리티) 전반으로 사업 영토를 넓히겠다는 정의선(50)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야심찬 미래 성장전략 실현이 한층 탄력받을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AI 기술 자문으로 석학을 영입한 것은 미래차 개발 경쟁에 대응하고 AI 기술 개발 전문성을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도 라포소 부사장 임명에 대해서는 "전동화를 가속화하면서 자동차 근간인 파워트레인 역량을 높이는 '균형 있는 개발'을 추구하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사람'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비밀병기다. 정 수석부회장은 적극적인 인재 영입으로 '제2 도약'을 준비 중이다. 급격한 자동차산업 변화에 대응하려면 조직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는 판단인 셈이다. 이에 따라 정 수석부회장은 인재 영입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여러 인사와 교류하면서 자동차와 미래 전망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러브콜'을 보내는 방식을 활용한다.
이는 아버지와는 다른 모습이다. 정몽구(82)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000년 "10년 뒤 글로벌 톱5에 오르겠다"고 선언하고 특유의 뚝심으로 미국, 유럽, 중국, 인도 등에 글로벌 생산거점을 세우며 글로벌 영토를 넓혔다. 정 회장은 10년 만인 2010년 일본 혼다와 미국 크라이슬러 등을 제치며 보란 듯 약속을 지켰다.
정 수석부회장이 편성한 외인부대는 실전에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정 수석부회장이 기아차 사장이던 2006년 합류한 폭스바겐 출신 피터 슈라이어(67) 현대차그룹 디자인담당 사장은 기아차 디자인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5년 입사한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 사장은 BMW에서 고성능 브랜드 'M'을 개발한 노하우를 발휘해 현대차가 'N' 브랜드로 고성능차 시장에서 파란을 일으키는 데 이바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