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 ‘스팅어’가 '마이스터'라는 이름을 달고 돌아왔다. 한 때 온라인 동호회 등에서 단종설(說)까지 돌았지만 오히려 50마력이나 출력을 높인 새 심장을 달고 모습을 드러냈다.
'스팅어 마이스터'는 지난 8월 27일 출시됐다. 2017년 첫 선을 보인 스팅어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국산차에서는 보기 드물게 품격과 역동성을 한 데 버무려 감칠맛을 살린 고성능 세단이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부분변경 때도 완전변경(풀체인지)처럼 외관에 큰 변화를 주고 있다. 그랜저와 K7, 이전 세대 아반떼, 모닝 등이 그랬다. 그러나 스팅어 마이스터는 겉으로는 눈에 띄게 바뀌지 않았다.
대신 속이 달라졌다. 이전 스팅어는 2.0리터 가솔린 터보, 2.2리터 디젤, 3.3리터 가솔린 터보 세 가지 엔진으로 나뉘었지만 스팅어 마이스터는 2.0 가솔린과 2.2 디젤이 없어지고 2.5리터 가솔린 터보 차량이 그 자리를 메웠다.
시승을 위해 만난 차량은 사륜구동(AWD)과 모든 사양을 탑재한 2.5 가솔린 터보(스마트스트림 G2.5 T-GDI) 풀옵션 모델이었다. 2.0 가솔린 대비 최고출력은 304마력으로 49마력 올랐고 최대토크는 43.0kg·m로 7.0kg·m 향상됐다. 19인치 사계절 타이어 AWD 기준 복합연비는 리터당 10.0km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몸을 감싸는 좌석 질감이 썩 괜찮았다. 또한 내장 곳곳에서 '마이스터(Meister·장인(匠人))'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게 품격을 살리려 한 흔적이 엿보였다.
실내에서 가장 큰 변화는 8인치 인포테인먼트 화면이 10.25인치로 커졌다는 점이다. 계기판은 여전히 바늘이 움직이는 아날로그 방식이지만 취향에 따라 평가는 다를 듯하다.
여러 주행 모드 중 컴포트로 놓고 시내 도로를 달렸다. 묵직하면서도 힘 있게 속도를 끌어올리는 느낌이었다. 차의 '급'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시속 50~70km 구간에서는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정차 때 엔진을 잠시 꺼주는 ISG(공회전 제한 장치)를 켜지 않았는데도 잔진동이 없었다.
조금 서둘러 결론을 말하자면 스팅어 마이스터는 낮과 밤이 다른 차다. 일상에서 탈 때와 역동적인 주행을 할 때 느낌이 꽤 크게 차이 난다는 뜻이다.
특히 서스펜션(현가장치)을 통해 전달되는 질감이 만족스러웠다. 노면 상태가 고른지 거친지를 알려주는 듯하면서도 과속방지턱이나 요철을 지날 땐 충격을 상당히 잘 걸러줬다. 일상 주행용으로 타기에 전혀 손색이 없었다.
더구나 뒷좌석 공간이 넉넉한 편이어서 4인 가족이 '패밀리카'로 이용하기에도 괜찮을 듯했다.
시내를 벗어나 오르막과 내리막, 급선회 구간이 반복되는 길로 들어섰다. 비로소 스포츠 세단의 진가가 드러났다. 오르막에서 가속 페달을 조금 깊이 밟으면 전자식 엔진음(액티브 엔진 사운드)이 뿜어져 나오며 몸을 경쾌하게 밀어줬다.
제법 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곡선으로 진입하니 타이어가 살짝 소리를 내긴 했지만 안정적으로 돌아 나갔다. 전자식 서스펜션과 AWD, 차동제한 장치(M-LSD)가 제 역할을 다하는 듯했다. 자동차가 곡선을 돌 땐 좌우 바퀴 회전 수가 달라지는데 M-LSD는 이를 방지해 접지력을 유지해 준다.
주행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서킷(경주용 도로)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된다.
일상과 스포츠 주행 두 가지 사이에서 적절히 균형을 맞추고자 한다면 2.5 가솔린 터보 모델이 적합해 보인다. 예산을 조금 더 들여 역동성에 초점을 둔다면 3.3 가솔린 터보로 엔진 체급을 키워도 좋을 듯하다.
선택품목을 제외한 등급(트림)별 가격은 개별소비세 3.5%를 기준으로 △플래티넘 3853만 원 △마스터즈 4197만 원 △마스터즈 GT 3.3 터보 패키지 4643만 원이다.